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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릴레이 법률산책=한동명 변호사] 단순 아르바이트직에서 '현금수거책'으로 전적 책임도

 

구직사이트에 '고수익 알바'라는 홍보글이 올라왔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본인을 김철수 팀장(박영희 과장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거짓인데 실명이겠는가)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은 대부업체 추심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고객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할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한다고 하였다. 대출금 회수라면 고객으로부터 직접 회사계좌로 송금을 받으면 될 텐데 굳이 현금으로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니, 자신이 일하는 대부업체가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고금리사채를 운용하기에 흔적이 남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책임지는 것은 회사이니, 단순히 대출금만 회수해서 회사에 전달한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알바비는 회수하는 금액의 1%이며 교통비는 따로 지급하고, 실적이 좋은 경우 정직원으로 채용도 고려한다고 하였다. 고객으로부터 돈만 받아서 회사에 전달하면 되는 것이라서 별로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하는 일에 비하면 알바비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한 번 해볼까? 무슨 문제 있겠어?

 

절대, 절대, 절대 하지 마라. 문제가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하는 결과가 되어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누군가는 알고 있겠지만, 그런 기회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은 다양하나, 구체적인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목적은 피해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현금을 들고 나와 현금수거책(아르바이트 직원이 판결문에서는 ‘현금수거책’으로 바뀐다)에게 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일단 현금이 전달되어 대포통장 계좌를 거치면 지구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 외계인이 최종적으로 범죄수익을 가져가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은 현금수거책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역할이 대부업체에서 빌려준 돈에 대한 회수라고 김철수 팀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단순히 돈을 회수한 본인은 별다른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 경솔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팀장이 그렇게 설명하면서, 모든 책임은 회사가 진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믿었을 뿐인데.

 

그러나 이러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판단하여 기소되는 경우, 죄명은 보통 ‘사기’가 된다. 그리고 알바비로 받은 10만원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받은 1000만원이 사기의 피해금액으로 산정된다.

 

유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무죄 판결도 찾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유죄판결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널리 문제가 되어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었기에, 이제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이 심어졌다고 전제된다. 여기에 '미필적 고의'라는 법리가 가미되면, 유죄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다. 사기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는 것이다.

 

졸지에 형사피고인이 되어 버린 현금수거책은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을 하며 합의를 하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죄수익금을 챙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실체를 찾을 수 없어 이들은 기소가 되지 않고, 현금수거책만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기에 현금수거책이 사실상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막은 잘 알지 못하기에 현금수거책도 범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피해를 입은 금액을 기준으로 합의를 요구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현금 1000만원을 보이스피싱범죄조직에 넘겨주며 받은 수익(알바비 명목)은 10만원뿐인데,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서 수백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어 보려다가 진땀을 흘리게 된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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