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도가 ‘나태(sloth)’의 죄를 물어 살해한 잡범은 도시에서 아동포르노와 마약을 퍼뜨리며 먹고살던 이였다. 무척이나 부지런하게 아동포르노와 마약을 팔고, 역시나 부지런히 악덕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아 가석방되곤 했다. 그리고 가석방이 되자마자 또다시 부지런히 아동포르노와 마약을 사고 팔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변을 당했다. ▲ 게으름은 안분자족(安分自足)의 미덕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존 도가 ‘나태’의 죄로 정죄한 잡범을 살해한 방식은 대단히 독특하다. 서머셋과 밀스 형사가 살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잡범은 침대에 결박된 채 거의 미라와 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당연히 시체인 줄 알았던 미라가 좀비처럼 괴성을 지르고 눈을 떠 모두를 기겁하게 만든다. 존 도는 왜 이 잡범에게 나태의 죄를 물어 처형했을까. 나태의 죄를 물으면서 그를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강제 나태’하게 만들어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태란 ‘게으름(laziness)’과는 다르다. 게으름이란 단지 할 일을 안 하고 자기
▲ 신종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할 때다. [사진=뉴시스] 2월 3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0일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는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일군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기대했던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경제성장률은 되레 둔화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충분한 사전 대책 없이 급격하고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영세 자영업의 몰락과 관련 취업자 감소, 내수 둔화의 부작용을 낳았다.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길을 잃은 가운데 보조 신호등 ‘혁신성장’도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며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신산업에서 활로를 찾는 일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의 투자와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해마다 본예산 외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했지만, 정부 재정이 주도
‘세븐’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 존 도는 7가지 죄악의 정죄 대상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선택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혹은 전국 단위로 죄악마다 1명씩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서 죄목마다 비슷한 대상을 1명씩 찍는 방식이다. 찍힌 사람들은 참으로 억울할 일이다. ‘이상한 놈’ 옆에 살다가 벼락 맞는 꼴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문제가 없고 남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아마도 극단적인 기독교 광신자인 듯한 존 도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명기된 인간이 범해서는 안 될 ‘7가지 죄악(seven deadly sins)’을 저지른 자를 신을 대신해 응징한다. 그러나 존 도의 정죄 방식은 석연치 않다. 식탐, 탐욕, 교만, 나태, 욕정, 분노의 죄악을 범한 자들 중에서 아무나 하나씩 걸리는 대로 처형한다. 7가지 죄악이란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자들을 응징한다는 것은 어쩌면 노아의 홍수처럼 인류를 아예 멸종시켜야 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경
중국 ‘우한폐렴’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거주하는 교민 수송작전도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수용시설 주변 주민들도 트랙터 등 농기계로 진입로를 봉쇄하는 등 지나친 과민반응이다. 우한 체류 국민 700여명을 데려오기 위해 30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중국 정부와의 협의 문제로 출발이 지연됐다. 당초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지 4곳의 집결지로 향하던 교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우한 총영사관은 30일 새벽 ‘긴급 공지’를 통해 "중국 측의 비행허가가 지연돼 오전 집결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교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자 외교부는 공지 내용을 "집결 계획이 변경된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날 전세기편을 타고 출발하려던 정부 신속대응팀(이태호 외교부 2차관 등)의 현지 합류도 늦춰지게 됐다. 외교부는 당초 비행 스케줄이 무산된 뚜렷한 배경에 관해 설명조차 하지 못한채 당혹스런 분위기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비행 허가 변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
신의 대리인을 자임하며 인간의 7가지 죄악을 대신 정죄하는 연쇄살인마 존 도가 ‘Pride(자부심)’의 죄목으로 선택한 대상은 젊은 여자 모델이다. 이 모델은 평소 자기 외모에 대한 자부심으로 못생긴 여자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행적으로 존 도의 레이더망에 걸린다. ‘자신의 가치, 지위, 성취’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자부심이다. ▲ 잘못된 자부심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존 도가 여자 모델을 처단하는 방식은 대단히 독특하다. 우선 이 모델의 생명이라고 할 만한 ‘반반한’ 얼굴을 난도질해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한 손에는 수면제 한 통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전화기를 강력접착제로 붙여놓는다. 얼굴을 난도질당한 이 모델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전화로 구조요청을 해 생명을 부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수면제 한 통을 털어먹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 이 모델은 구조요청이 아니라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길을 택한다. 자부심이란 양면성을 지닌다. 자부심은 긍정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일 수도 있고, 부정적으
▲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될 수 없다. 질 좋은 '진짜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설이 코앞이다. 경기가 침체한 데다 날씨가 춥지 않아 겨울장사까지 망치는 바람에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래도 가족 친지들이 모처럼 만나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기회다. 설 차례상 대화의 단골 메뉴는 취업과 장사 등 돈벌이부터 결혼과 출산 및 육아, 내집 마련, 승진과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 우리네 삶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일상의 출발점이자 기반은 일자리다. 그 일자리와 관련해 15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관계 장관들과 긴급 합동브리핑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고용률, 실업 등 3대 고용지표가 개선돼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과연 경제팀이 ‘성공’ 운운할 정도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었을까. 고용지표는 수치상으로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30만1000명 증가했다. 2018년 취업자 증가폭(9만7000명)의 3배를 웃도는 규
대개의 영화감독들은 작품의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 장치를 마련해두곤 한다. 영화에서 반전은 이제 일반적인 형식처럼 여겨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반전이 일어나길 내심 기대한다. 이렇게 반전 영화가 많아지니 이젠 웬만한 반전의 구도로는 관객의 반전 욕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세븐’에서 선보이는 반전은 역시 명장답게 극적이고 관객의 허를 찌른다. 연쇄살인마 존 도는 식탐, 나태, 교만, 욕정, 탐욕의 죄악을 저지른 자들은 차례로 살해한다. 이제 기독교 교부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 경고한 ‘7가지 죄악’에서 남은 것은 ‘부러움(Envy)’과 ‘분노(Wrath)’ 2가지다. 참 딱한 일이다. 인간들 거의 대부분이 무엇인가를 부러워하고, 무엇인가에 분노하면서 살아가니 경찰로서도 예방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초조하게
▲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은 데이터 3법은 데이터산업은 물론 유통.금융 등 연관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 법을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과제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모처럼 박수를 받았다. 기업인들이 감개무량해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가전ㆍ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을 돌아보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세’를 외쳤다.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신용정보법ㆍ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마침내 9일 국회 문턱을 넘자 나온 반응이다. 사실 국회가 경쟁국들보다 앞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2018년 11월 법안이 발의된 지 14개월 만의 늑장 국회 통과였다. 정치권이 진즉 심의 처리해야 마땅한 일을 정쟁을 일삼으며 방치하다 뒤늦게 통과시킨 것을 두고 경제계가 만세를 부르고,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쌀과 원유’로 불릴 정도로 미래 신산업의 핵심자원이다. 데이터 3법 통과로 각종 데이터를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공지능(AI) 등 데이터를 활용
기독교의 ‘7가지 죄(seven deadly sins)’를 범한 자들을 정죄하는 연쇄살인마 존 도의 행각은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그 와중에 ‘분노(wrath)의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정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분노의 죄악을 범한 죄인으로 선발된 인물은 다름 아닌 존 도를 추적하는 밀스 형사다. 밀스에게 가해지는 형벌의 정도는 실로 가혹하다. ▲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 것을 불의한 것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벌백계식의 처벌에 걸린 자들은 참으로 운수가 사납다. 세상에 화 한번 안 내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화를 한번 냈다고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된다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나쁜 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는 법이다. 존 도(케빈 스페이시)가 선발한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죄인’들은 각각 죄악별 최악의 죄인이 아니라, 단순히 그의 주변에서 그의 눈에 띈 사람들일 뿐이다. 밀스(브래드 피트) 형사는 서머셋(모건 프리먼) 형사와 함께 존 도의 빈 아파트를 급습한다. 존 도는 그 현장에 신문기자로 위장하고 나타나 허
▲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 방문한 경기도 평택항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길이 수출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한국 경제가 나가야 할 답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 방문한 현장은 경기도 평택항이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468대를 선적한 글로비스 썬라이즈호가 출항 채비를 하고 있었다. 수출선에는 ‘수출강국 대한민국’ ‘친환경차 선도국가’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대통령이 첫 현장 방문지로 평택항을 선택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월간 기준으로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수출이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연간 수출은 2016년에 직전 연도보다 5.9% 감소한 뒤 2017년 15.8%, 지난해 5.5% 증가하며 반등했다가 3년 만에 다시 역성장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9%) 이래 10년 만의 두자릿수 감소폭이다. 수출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경제구조에서 수출 급감에 따른 영향은 클 수밖에 없었다.
▲ 강한 눈발로 공항 활주로가 폐쇄되고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뉴시스] 생활 속에서 사람을 움직이고 움켜지는 만고의 비법이자 사상 최고의 병서, 삶의 지혜를 담은 처세의 경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손자병법의 첫 번째 항목인 전략계획을 세우는 시계편(始計篇)에 의하면 孫子曰 :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왈 :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손자가 말했다. 전쟁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故經之以五事, 고경지이오사 그러므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핵심요소를 분석, 적과 나를 비교하여 과연 전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一曰道, 二曰天, 三曰地, 四曰將, 五曰法 일왈도, 이왈천, 삼왈지, 사왈장, 오왈법 첫째는 도(道)로 백성으로 하여금 군주와 일심동체로 만들어 함께 죽을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게 하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천(天)으로 낮과 밤, 춥고 더움, 맑고 흐림, 계절 등의 시간적 조건으로 기상조건을 말하며, 셋째는 지(地)로 거리의
동양에 아내를 집에서 내칠 수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었다면, 서양엔 사람을 세상에서 내칠 수 있는 ‘칠거지악’이 있다. 바로 기독교의 ‘7가지 죽을 죄(seven deadly sin): 식탐·교만·욕망·분노·욕정·나태·시기다. 둘 다 ‘일곱’이라는 수는 같지만, 동양의 칠거지악과 서양의 7가지 죽을 죄의 공통점은 ‘시기’와 ‘욕정’뿐이다. ▲ 소크라테스는 "살기 위해 먹을 것이지, 먹기 위해 살지 말라"고 말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존 도의 연쇄살인 행각 첫 희생자는 집에 틀어박혀 ‘먹기’로 일관하는 비만환자다. 존 도는 이 딱한 비만환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스파게티를 ‘죽도록’ 먹이고, 마침내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찼을 때 배에 발길질을 해 그야말로 ‘배 터져 죽게’ 한다. 기독교가 지목한 ‘7가지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