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기에 재정은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급 재정적자를 용인해선 곤란하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여러 면에서 ‘역대급’이다. 우선 총지출 규모가 513조5000억원으로 마침내 500조원을 넘어선다. 2011년에 300조원을 넘어선 예산은 2017년 400조원을 돌파하는 데 6년 걸렸다. 그런데 400조원에서 500조원 돌파는 3년으로, 역대급 신기록을 세울 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예산의 증가속도가 가파른 탓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43조9000억원(9.3%) 많다. 9.7% 증액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9%대 증가율의 ‘초슈퍼 예산’이다. 예산안은 이듬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에 맞춰 짜고 ‘수입 내 지출’을 지키려고 애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 증가율은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3.8%)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계급·계층의 드라마는 대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고, 그 전선의 전후방에서 갈등과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에서는 조금 낯선 전선이 형성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아니라, 똑같이 ‘못 가진 자들’인 기택네와 지하실 남자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 더이상 희망을 품고 상류층과 싸우지 않는다. 그저 걸리적거리는 '우리'와 싸울 뿐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기택의 대를 이어 백수의 세계에 안착한 아들에게는 명문대학에 다니는 부잣집 아들 친구가 있다. 친구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장받았지만 기택의 아들에게는 현재도 미래도 온통 암울하기만 하다. 열패감이나 질투심에서라도 기택의 아들은 그 친구를 멀리할 법한데 그렇지도 않다. 그저 선망하고 부러워한다. 기죽어 지내지만 그렇다고 적개심을 갖진 않는다. 때때로 잘나가는 친구가 던져주는 ‘떡밥’을 머리 긁적이며 받아먹는다. 친구가 찾아와 해외연수를 떠나 있는 동안 자신이
“우리가 ‘I love you’라고 말할 때, 그 ‘I’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I란 독립적이고 누군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족自足적인 개체여야 한다.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은 독립적인 인간이 아니라 정신적인 기생충에 불과하다. 기생충의 사랑은 무의미하다.”- 러시아 소설가 아인 랜드 ▲ '정신적 기생충'의 사랑 방식은 지하실 남자의 그것처럼 불안하고 불온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태생의 미국 여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인 랜드(Ayn Rand)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처럼 대단히 냉정하고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 ‘기생충’에서 문제적 인물인 ‘지하실 남자’는 자신이 기생하는 주인집 사장을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으로 충만하다. 왜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지독하게 사랑한다.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지하실 남자의 존재 이유 자체로 보인다. 사장님과는 물론 일면식도 없다. 일
▲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치공학적 계산을 멈추고 8월 30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홯에서 '조국 블랙홀'에서 허우적거려선 안 된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조 후보자 가족은 사모펀드에 재산총액을 넘는 74억원을 약정하고 10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어느 중소기업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고, 그 뒤 이 기업의 관급공사 수주가 크게 늘었다. 또 부친이 운영하던 사학재단을 자식들이 물려받으면서 빚은 말소하고 채권만 받으면서 상속세는 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친과 동생이 운영하던 회사의 학교 공사 수주와 부도 및 청산, 새 회사 설립과 재단 상대 소송 등 일반인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민감해하는 교육 관련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후보자의 딸은 단 한번의 필기시험 없이 특별전형으로 일류대학과 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고교 2학년생이 대학에서 딱 2주 인턴을 하고선 영어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스펙을 대학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의 질리지 않는 레퍼토리다. 부자는 악이고 가난한 자는 선인 명확한 선악 구도가 설정된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 ‘설국열차’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계급의 대립과 갈등을 그려냈다. 그러나 ‘기생충’은 빈부나 계급의 문제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난다. ▲ 공자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는 부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많은 작품 속에서 대개 부자들은 속물 근성에 찌들어 있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이중성을 보이며, 누리고 있는 부와 지위에 비하여 터무니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부족하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자존심, 양심, 상식, 교양을 두루 갖춘 ‘분’들이다. 부자놈들은 악이고 가난뱅이분들은 선인 명확한 선악 구도가 설정된다. 선악 구도란 단순명료하고 공감도 쉽다. 당연히 관객들은 못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영화를 따라간다. 계층의 부당함에 같이 분노하고 정의가 실현되기를 함께 갈망하며 감독이 부자를 불행과
▲ 분양가 상한제는 효과도 있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집값 풍선효과나 주택공급 위축 등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투기과열지구와 재개발이 진행 중인 아파트단지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서울 전역 재개발 아파트가 대상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연장하고, 최장 5년의 거주의무 기간도 두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 ‘8ㆍ2대책’과 2018년 ‘9ㆍ13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 하지만 효과가 단기에 그치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했다. 그럼에도 지난 7월부터 서울 강남 등지의 아파트값이 꿈틀대자 ‘가격 규제’ 칼까지 뽑았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직접적인 가격통제다
기택네는 가족 구성원 전원이 백수다. 우연한 기회에 부잣집 과외선생님으로 위장 취업한 아들을 필두로 딸과 아내, 그리고 기택까지 한집에 취업하면서 일가족의 사기 행각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기택네 가족이 악질 가족사기단은 아니다. 한집에 위장 취업하지만 그 집안을 말아먹을 거창한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 '선線이란 사회생활에서 항상 '문제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수·삼수 끝에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한 기택의 아들은 어느 날 친구의 부탁을 받고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부잣집 영어 과외선생님으로 사기 취업한다. 해보니 별거 아니고 사모님은 생각보다 헐렁하고 순진하다. 곧이어 그의 여동생 역시 학력·경력을 몽땅 위조해 미술치료사로 위장 취업한다. 그리고 백수의 우두머리인 원조 백수 기택은 그 집의 운전기사로, 아내는 가정부 자리를 꿰차고 만다. 그야말로 일가족 사기단에 금맥이 터졌다. 기택네 일가족이 대단히 악질적인 가족사기단은 아니다. 범죄에도 생계형 범죄가 있고 기업형 범죄가 있다면, 기택네는 다분히 생계형 가족사기단이다. 일가족이 한집에 위장취업하지만 그 집
▲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아베 총리도 종전기렴일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해야 한다. 두 지도자의 발걸음에 양국의 미래가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국ㆍ일본 간 경제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일본은 7일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 감광제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수출규제에 나선 지 34일 만이다. 일본은 앞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ㆍ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발표한 시행세칙에 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진 않았다. 한국 정부도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8일로 예고했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개정안 의결을 보류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던 카드를 일단 칼집에 넣은 것이다. 이제 한일 양국은 지나친 감정 표출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다. 미국이 중재에 나설 태세이고,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망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마당에 일본도 대화를 계속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양국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부터 위
영화에 등장하는 ‘지하실 남자’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화 속 남자의 행태는 그의 비주얼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압도적이다. 주연 같은 조연이다. 집주인이 동거인으로 허락지도 않았는데 가정부인 아내에 묻어 남의 집에 잠입해 사람의 내장처럼 미로 같은 지하실 깊숙한 곳에 자리 잡는다. 그야말로 기생충이다. ▲ 지하실 남자도 자신의 '충성서약'이 주인에게 전달되리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경건한 의식처럼 매달린다. 기생충이 몸속을 활개 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듯, 지하실 남자도 으리으리한 저택을 헤집고 다니는 법 없이 지하실에 꼼짝 않고 앉아 아내가 물어다 주는 아무것이나를 먹으며 지낸다. 지하실 한편에 꽤 많이 쌓여있는 수험 도서들로 미뤄 짐작건대 아마 공무원이나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다 여의치 않았는가 싶다. 몸도 성치 않은 지하실 남자는 먹는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먹는 일도 일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남자가 하루에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라곤 특이하게도 지하실 두꺼비집 전선을 이용해 어디론가 모스 부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일이다. 남의 집 지하실에 숨어서 사는 이 특이
‘기생충’이라는 말은 일단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토록 혐오스러운 영화 제목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도발적이다. 포스터의 글씨체도 ‘기생충체’로 꼬불꼬불 그려놓아 제목만 봐도 속이 스멀댄다. ‘기생충’에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나 프랑스 관객들은 꽤 비위가 좋은 모양이다. ▲ 우리 사회 곳곳에 기생충들이 과연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케티이미지뱅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회충·촌충·편충 같은 기생충들이 직접 출연하진 않으나 관람하는 내내 자연 도감에서 본 기생충들의 온갖 모습이 떠올라 떨치기 힘들다. 그 끔찍한 모습의 생명체들이 내 몸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고역이고 악몽이다. ‘무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관람을 주저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아마도 계급의 문제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는
▲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했다. 3년 전 추계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몇년 뒤 1%대로 내려않을 수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긴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로 발표됐다. 1분기 역성장(-0.4%)에서 벗어났다. 2017년 3분기(1.5%) 이후 7분기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문제투성이다. 경제가 점점 저성장 늪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2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실적이 나빴던 1분기와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좋아 보였다. 수출과 투자 모두 기저효과 덕을 봤다. 수출은 1분기 3.2% 감소에서 2분기 2.3% 증가세로 돌아섰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개선된 것처럼 보였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역성장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그 자리를 국민 세금인 재정 지출로 메우는 현실이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1%에서 2분기 -0.2%로 뒷걸음쳤다. 반면 정부 기여도는 -0.6%에서 1.3%로 크게 높아졌다. 정부가 적극 돈을 풀
대통령이 휴가를 할려면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3일 러시아 전폭기의 영공침범 이후부터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이 희미하다. 그러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29일 청와대측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28일 저녁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 메신저(SNS)로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 휴가를 취소했다”며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 말씀으로 월요일 수보회의는 없다”면서 “당초 휴가 대신 정상적인 업무보고와 현안의 대책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휴가는 취소하지만 정상업무를 본다’는 것과 ‘청와대 직원휴가는 정상적으로 하라’는 등 청와대의 모순된 발표로 인해 혼란을 느낀 출입기자들은 29일 오후 대변인 등에게 대통령의 ‘깜짝휴가와 휴가취소’와 관련된 일정변경에 대해 항의하는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의 일정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