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1.9%)로 전환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경제활동의 다른 핵심축인 기업과 가계가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서 공허하게 들린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속내와 국내외 여건을 보면 희망 섞인 섣부른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차관은 “플러스 성장은 값진 성과”라고 평했지만, 3분기 GDP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전기前期 대비다. 올 1분기(-1.3%)와 2분기(-3.2%) 연속 역성장했기 때문에 비교의 기준이 되는 GDP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3분기 성장률 수치가 플러스(+)로 나왔다. 경제용어로 이를 기저효과(Base effect)라고 한다.
분기별 실제 GDP를 보자.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460조원을 넘어 461조~468조원대였던 GDP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GDP는 2분기 448조원대로 내려갔다가 3분기에 가까스로 456조원대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보다 5조8813억원(-1.3%) 적다. 1년 반 전 지난해 1분기 GDP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이 GDP를 발표하며 “V자 반등은 아니다”고 한 이유다.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3분기 반등의 원동력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었다. 하지만 4분기 수출도 잘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가 재유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봉쇄 조치를 재개했다.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 개표가 늦어지며 당선자 공백 상태를 빚으리란 관측도 있다. 미국의 정치 혼란은 글로벌 경제에 악재이고,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은 기저효과로 나타난 성장률 플러스 전환을 반기기 이전에 통계적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국민이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치솟는 전셋값ㆍ집값으로 고통 받는 현실에서 섣부른 자화자찬은 공감은커녕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43번)’와 ‘위기(28번)’를 강조했다. ‘K-방역’으로 불리는 코로나19 대응이 훌륭했다면서 방역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한국판 뉴딜 추진과 적극적인 재정 투입, 민간의 투자 견인 등의 구상을 밝혔다.
재정 여력이 바닥나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현실에서 올해보다 8.5%나 늘린 ‘빚더미 예산안’을 제시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46만명 일자리를 지키고, 민간 일자리 57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노인과 장애인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해 103만개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추진해온 정책들이다. 대부분 단기 임시직으로 취업난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뉴딜도 간판만 바꾼 재탕삼탕 정책과 현금 뿌리기 재정중독 사업이 적지 않다. 단기부양책에 치중한 내년 예산안에서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나 미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지혜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재정건전성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개정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고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들먹이는 등 주택시장이 혼돈 상태인 점을 외면한 채 “임대차 3법 조기 안착으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 재개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섰지만, 근본 해결책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기업들이 활력을 회복하는 유인책이 되도록 규제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이 부담스러워하는 공정경제 3법만 개정하려들지 말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제안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치른다. 내년은 현 정부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연도다. 재정 살포 외에 별다른 정책을 못 내놓고,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부동산정책에서 실패한 현 경제팀으로 임기를 함께하는 것은 정권이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팀 교체이지 차관급 인사가 아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