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다. 2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을 지난해(32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몇만명도 아닌 20만명 넘게 목표에 미달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과 중소 조선사들의 인력 구조조정, 이상 한파 등 특이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과연 그뿐일까.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많은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 등에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감소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업급여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분석해 진짜 원인을 밝혀내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큰 것으로 드러나면 2020년으로 공약한 1만원 도달 시점을 조정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동요부터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연 1000만원 정도 늘려주는 게 핵심이다. 소득세를 면제하고, 목돈 마련을 도와주며, 주거비를 싼 이자로 빌려준다. 중소기업에는 청년을 추가 고용할 때 지원하는 장려금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 세금인 재정 투입과 세금 감면을 통해
투표의 권리행사는 저마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좋은 유권자’ ‘나쁜 유권자’를 구분 짓는 것은 매우 시건방진 일이다. 나아가 굉장히 위험한 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감히 그것을 구분 짓고자 함은 투표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모르는 유권자가 더러 있기도 하고, 투표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을 잊고 있는 유권자가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좋은 유권자’ ‘나쁜 유권자’를 구분 짓는 글을 씀에 있어서 객관성과 일반성에 지극히 신경을 쓰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은 순전히 필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점을 밝힌다. ‘기권’하는 유권자를 결코 좋은 유권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권은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을 말하며, 일단 투표장에 가서 어느 후보자의 란(欄)에도 기표하지 않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하고는 사뭇 다르다. 그런 행태는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는 의사표시의 정치행위라 할 것이므로 엄연히 투표의 권리행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기권하지 않
아프가니스탄은 고대부터 서양과 동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핵심루트 중 하나였다. 바닷길이 열린 후에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요충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은 주변국들로부터 계속 침공을 받는 불행한 역사를 가지게 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이 역사의 전면으로 나온 때는 기원전 550년 페르시아 제국 시대부터였는데 페르시아를 상세히 고찰한 로마인들에 의해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 최초의 이민족은 페르시아인이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창건자인 키루스 대왕은 두 차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단행했다. 1차 침입에서 그의 군대는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던 게드로시아 사막에서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후퇴한다. 하지만 그 이후 칸다하르를 관통해 진군한 다음 북쪽으로 카불강 계곡까지 진출했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 다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들은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군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오늘날의 헤라트 부근인 아리아(Aria)로 진입하자 페르시아인인 사티바르자네스 총독이 항복했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귀족들에게 충성 서약을 받
한반도에 빠른 속도로 봄이 오고 있다. 날씨만이 아니라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던 안보 전선에도.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깜짝 제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가 놀랐다. 외신들은 ‘대사건’ ‘중대 변화’라고 평가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급히 통화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한반도 운전자론이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렛대로 삼으려 들겠지만,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과 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에 이어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휴전 상태를 종식시키는 북미평화협정 체결에 이를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결이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차분하고 냉철하게 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및 문화ㆍ스포츠 교류가 우선 거론되겠지만, 정상회담이 순항하면 남북경협 확대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국제사
스코세이지 감독은 ‘사일런스’ 전편에 걸쳐 고통스러운 ‘후미에踏み絵’ 장면을 배치한다. ‘예수상 밟기’다. 일본 선교에 나섰다 당국의 검색에 걸린 제수이트 교단 신부들은 물론 일본의 크리스천(기리시탄ㆍキリシタン) 모두 후미에 검증을 통과해야만 혹형과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대단히 단순하고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요식 행위’를 둘러싸고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된다. 예수상을 밟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지르밟고 목숨을 부지하기도 한다. 나가사키 지역 기리시탄의 리더격인 모키치는 단호하게 ‘후미에’를 거부하고 예수처럼 조수 간만차가 심한 바닷가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빠져죽는 ‘익사십자가형’을 받는다.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게스 신부도 결국 밟게 되는 예수상을 오히려 거의 독학으로 성경 말씀을 접한 일본의 일개 촌로村老 모키치가 목숨으로 지킨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믿음은 배움과는 거의 무관하다. 악명 높던 ‘후미에’는 사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관련 논의를 시작한지 5년 만에 결론냈다. 이로써 장시간 근로 관행에 제동을 걸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확립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일을 덜 하는 만큼 근로자의 월급봉투는 얇아질 수 있다. 기업으로선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어떤 제도 변화든 볕과 그늘이 따른다. 근로자의 노동과 그에 대한 기업의 대가(임금)와 관련되는 것이라 더 그렇다. 공무원에만 적용돼온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빨간날 평등법’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유감을 표시한다. 이는 모든 근로자들이 공휴일에도 돈을 받고 쉴 수 있게 하자는 ‘보편적 휴식권’ 보장이다. 하지만 휴일에도 못 쉬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들로선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최대 쟁점이었던 휴일근로수당의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유지하기로 한 데
철강업계가 단단히 화가 났다. 2월 21일 한국철강협회 정기총회에서 철강사 대표들은 정부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이 36년 만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나와 매기겠다는 세율 53%의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대미(對美) 수출이 사실상 막히는데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느냐며. 업계는 2016년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을 때부터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수입 철강이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가 올 초 나올 예정이었는데도 정부가 미적대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이어 설 연휴 기간에는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관세를 예고했다. 미 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특허침해를 조사 중인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까지 비상 상황이다. 미국의 연쇄적인 통상압박에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한 우리 정부로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이지만 실익이 없다는 점
▲ 제사는 화려한 제물이나 격식보다 모시는 이의 정성이 중요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7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임종 전 몇가지 말씀을 남겼다. 당신은 가톨릭 신자이니 명절이나 제삿날 즈음해서 가까운 성당 연미사(위령미사)에 봉헌하되, 따로 제사는 지내지 말라고…. 그 대신 형제들이 모여서 밥 한끼 함께 하라고 했다. 당시에는 성당 다니라는 말을 왜 저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실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세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했다. 평생 집안의 제사(祭祀)를 도맡아 모셨던 어머니는 제사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노역이 아니라 웃고 떠들며 맞는 축제의 날이 되기 기원했다. 대신 어머니는 온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자식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를 바랐던 것 같다. ‘청개구리’인 필자는 풍광 수려한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를 찾아 간소하게나마 제를 올린다. 제사는 본래 세상 떠난 조상을 추모하는 숭고한 의식이다. 그러나 제사라는 형식만 웅크린 채 남아있고 본뜻은 형해화된지 오래다. 특히 명절이 되면 ‘조상’ 모시느라 전국은 한바탕 홍역을 앓는다. 부모자식,
시장은 명분이나 당위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의 파격적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으로 추진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를 증대시키는 분수효과를 일으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리란 논리였다. 그러나 시장은 거꾸로 갔다.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기는커녕 있던 자리에서 밀려났다.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무인주문기로 대체되며 줄어들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벌이가 시원찮은 판에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며 불평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항변이 나왔다. 정부 여당은 현장의 하소연을 경청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소되고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서가 아니라 임대료가 높아서라고 강변했다. 상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카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했다. 국민 세금으로 민간기업 임금을 대주는 초유의 최저임금 보전용 예산(일자리안정자금 3조원)까지 마련했다. 신청이 저조하자 ‘홍보 부족’이라며 공무원들이
▲ 남북한 선수들이 끌어낼 평화의 메시지 효과는 값어치를 따지기 어렵다. 평창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비록 발바닥 부상으로 준결승에서 기권했지만, 메이저 테니스대회 4강에 오른 정현 선수에게서 우리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꼈다. 세계 수준의 실력과 기록, 유창한 영어와 재치있는 언변, 상대선수를 존중하는 매너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당당한 젊은 세대의 유전자(DNA)를 발견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으리라. 평창올림픽은 각종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만 뛰는 게 아니다. 대회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할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자원봉사단에서부터 스폰서를 맡은 기업, 대회에 참관하는 각국 정상들과 주요 인사들을 맞는 정부,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국민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동참하는 국가적 행사다. 먼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 선수단과 관람객을 맞는 것은 LG전자가 배치한 로봇이다. 8개 외국어를 구사하도록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했다. 보행 로봇 ‘휴보’가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데 이어 음료서빙 로봇이 등장하고 로봇스키대회도 열린다
전국의 지방분권 토론회에서 영국과 미국의 지방자치 방식인 홈-룰 차터(Home-rule Charter.지방자치헌장)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륙법 체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영미법 체계의 도입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관습법과 판례법, 보통법을 위주로 발달되어 온 영미법은 조문화된 법률을 위주로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의 지방자치의 배경과 사무의 범위도 크게 다르다. 지방자치의 헌법 ; 조례는 지역법률 “홈-룰”은 아일랜드가 1800년 영국(잉글랜드)에 통합되면서 아일랜드 주민 스스로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아일랜드 정부조직법 제정을 영국(잉글랜드)에 청원하면서, 이를 “홈-룰 법안”이라고 불렀다. 영국(잉글랜드)에서는 1835년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원하는 주민 스스로 “차터(Charter)”를 제정하여 군주의 추인을 받아 지방정부를 설립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통은 미국의 지방자치에 이어져 홈-룰 차터(Home-rule Charter)라고 불리워지며 지방자치 헌법이라고 한다. 각 주(州)의 헌법은 지방자
▲ 영국 지도자 처칠은 히틀러의 공세가 임박하자 “우린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우리에겐 처칠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나 뉴튼보다 윈스턴 처질을 더 존경한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단과 집념으로 나라를 수호했기 때문이다. 나치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 때 영국 지도자 처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영화 ‘다크스트 아워’.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비슷해서 오히려 섬뜩해진다. 독일이 유럽과의 평화약속을 깨고 침략전쟁에 나서자 위기에 몰린 영국 의회는 1940년 5월 처칠을 총리로 임명한다. 체임벌린 전임 수상, 헬리팩스 외무장관 등 ‘전시내각’은 끊임없이 처칠을 흔들고, 히틀러와의 타협을 주장한다. 말이 평화협상이지 항복하자는 얘기였다. 배우 게리 올드먼은 뚱뚱한 몸매에 손에는 시가를 놓지 않고, 알코올을 마셔대는 처칠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체임벌린과 할리팩스가 평화협상을 주장할 때 왜 처칠은 전쟁을 주장했는가. ‘뮌헨협정’의 교훈 때문이다. 1938년 9월 영국 체임벌린 총리와 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