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마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기 어렵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은 물에 대한 피해와 두려움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가뭄 때도 힘들기는 하지만 인명 피해나 집, 논밭 등의 유실과 같은 재산 피해는 별로 없다. 그러나 홍수 때는 인명 피해는 물론 집이나 논밭, 가축 등의 재산이 물에 잠기거나 휩쓸려 가버린다.
이 속담은 지방에 따라 ‘이레 장마보다 삼 년 가뭄이 낫다’ 거나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등으로 다르게 전해지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같다. 한마디로 체감 기후로나 생활상의 편의로나 ‘그래도 가뭄이 장마보다는 낫다’는 식의 수해(水害)에 대한 지각 개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장마철이 되면 온 집안은 물론 마음까지도 눅눅해지고 일하기도 싫어진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우중충한 날씨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날씨가 흐리고 비 오는 날에 사람들이 우울해 지는 것은 저기압에서 나오는 이온 때문이라고 한다.
저기압에서는 산소가 포함된 음이온보다 탄산가스가 포함된 양이온이 더 늘어난다. 양이온에서 방출되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사람들을 신경질적이게 하고 화를 불러일으킨다. 심한 경우에는 심장 발작과 편두통, 류머티즘 통증까지 유발시킨다. 그래서 비 내리고 흐린 날에는 사람들이 신경질적이 되고 짜증스럽게 변한다. 쉽게 피로해지기도 한다.
장마 때가 되면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엄청난 재산 피해와 함께 많은 수재민들이 생긴다. 집중호우는 대부분 침수를 가져오는데 침수는 수인성 전염병을 만연하게 한다. 침수되는 과정에서 그릇이나 농작물 등이 오염될 확률이 높은데다 기온이 높아지므로 세균성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의 수인성 전염병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일종의 식중독으로 고열과 심한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의들은 “수해지역의 물과 음식은 모두 오염됐다고 보고 반드시 끓이고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중호우 때 상수원 지역이 가축의 분뇨나 인분, 쓰레기 등으로 오염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간이 상수도나 우물 또는 샘물에 각종 오염물질이 섞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일 상추나 오이 등 야채를 날것으로 먹을 때는 염소 소독이 되어있는 수돗물로 여러 번 씻어야 한다. 또 고기나 우유에 많이 들어있는 포도상구균이 음식 속에 증식하면서 내뿜는 독소는 아무리 끓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조리한지 오래된 음식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한편 물난리가 난 뒤에는 각종 병원체를 옮기는 파리와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곳곳에 모인 물웅덩이에 파리와 모기가 알을 까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생 관계자들은 뇌염과 말라리아를 옮기는 파리와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집 주위 물웅덩이를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연세대 이민걸 교수는 ‘수해지역 환자의 30% 정도는 자극성 피부염 등의 피부병 환자’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 등이 섞여있는 물이 직접 피부에 닿아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나 벌레 물린 부위, 무좀이 있는 발에 오염된 물이 닿으면 환부가 곪는 감염증이 깊어질 수 있다.
아무리 자연재해라고 해도 미리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속수무책으로 재해를 당하기는 했지만 복구 작업을 하는 분들은 반드시 방수복이나 긴소매 옷을 입게 해야 한다.
아울러 고무장화나 고무장갑 등으로 오염된 물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신선하고 안전한 음식을 제공해줘야 한다. 이것이 장마의 2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온케이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