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였다. 1993년 2월 말 취임한 YS의 뇌리엔 군사독재 종식과 역사 정통성 확립이 가장 큰 그의 과제였다. 그는 ‘역사 바로세우기’란 간판을 내밀어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압하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그들은 곧바로 ‘12·12 반란의 수괴이자 내란음모의 주역’으로 낙인 찍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역사 바로세우기’가 한창이던 그해 초가을 한 언론사의 입사시험을 봤다. 필기전형중 하나인 논술의 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와 철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난감한 주제였다. 민족정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보면 경복궁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은 마땅히 철거돼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논리도 만만찮았다.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은 철거가 아니라 보존·존치해 후대의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총독부에서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미 군정청, 이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중앙청으로 쓰이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은 결국 YS정부에서 비운을 맞았다. YS 정부는 이후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 1995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고담’시에서 아서는 혼자는 끼니도 해결 못하는 홀어머니와 허름하고 쇠락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아간다. 무인도와 같은 삶이다. 어머니가 어느날 “사람들이 어느 시장 후보가 참 좋다고 하더라”고 아서에게 말한다. 아서는 ‘누가 그러더냐? 엄마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 사람들은 '양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음지'에서라도 인정받기를 원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는 “TV에서 그러더라”고 방어한다. 딱한 장면이다. 아서가 하는 일이라곤 일용직 광고홍보맨을 파견하는 사무실에서 소개해주는 업소나 행사장에 찾아가 ‘광대’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게 전부다. 그런 아서의 초라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의 투명인간에 가깝다. 영화는 우울한 투명인간 아서가 그에게 어울릴 법한 허름한 보건소 사무실에서 권태로워 보이는 의사에게 우울증을 호소하며 처방약을 늘려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 정부 혼자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 [사진=뉴시스]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실업에도 몰아쳤다. 예견된 사태지만, 4월 고용동향이 보여준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은 심각했다. 실업자 증가 속도가 무섭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실업충격은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3~4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음식ㆍ숙박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실업자 급증세가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 여파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다. 실업 팬데믹을 차단하는 데 민관이 지혜와 힘을 합칠 때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5월 중 열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둘 다 참여하는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유지와 해고 금지를 요구한다. 경영계는 고용 및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한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되 90% 고용 유지 조건을 달았다.
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 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서로 어긋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인공 남녀가 사랑하지만, 꿈 많은 여주인공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세월이 흘러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고, 이번에는 여자가 청혼하지만 남자가 거절한다. 여주인공은 수습이 안 되는 이 ‘뻘쭘한’ 상황을 ‘어릿광대’라도 등장해서 수습해 줬으면 한다. ‘Send In the Clowns’의 노랫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실제로 중세시대 뮤지컬에선 출연자들이 대사를 잊는 난감한 상황에 대비해 어릿광대를 대기시켰다고 한다. 이 ‘불후의 명곡’은 영화 초반에 한번 등
▲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문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해야 할 일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대주주 중심 경영에서 소액주주, 종업원, 하청기업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때로 잘못을 한다.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는 이른 시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사태 초기에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나 기업과 정부의 책임자가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스스로 나서야 한다. 잘못과 실수를 솔직히 그대로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마음이 상한 상대방이나 소비자, 국민의 기분이 풀리고 사태도 점차 누그러진다. 사과는 그 시기와 사과 대상, 사과 발언의 내용과 사후 조치 등 네 박자가 어우러져야 통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상황을 납득시키는 단계를 넘어 피해자를 감동시키거나 사태를 반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죄하면서 일방통보에 그치거나 말로만 사과하고 후속 조치가 없으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과 삼성의 과오
▲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 [제이누리DB]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아우성이었다. 소나무 숲이 붉게 물들어가는 재선충 전염병이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푸른 숲은 단풍이 든 것처럼 병들어 가고 있었다. 확산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일반인들조차도 걱정이 늘어갔다. 7대경관 선정 발표에 큰 성과로 착각하던 조배죽들은 유권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읽지 못하였다. 천재지변에 대응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최우선이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리면 사태를 수습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어 버린다. 오랜 기간 현장 경험과 치밀한 학습으로 갖추어진 전문가의 판단이 결정적이다. 제대로 된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조기에 진압하라‼”고 엄명을 내렸을 것이다. 덧붙여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재난대응 총력태세로 전환하였을 것이다. 반대로 간신들의 모습은 이 때 드러난다. 지도자를 골치 아프게 하는 문제점을 묻어버리고 그들의 책상 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큰 문제가 터져 나
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줄곧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날것(생)'으로서의 감성적 욕망은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페르소나(Persona)’는 가면의 라틴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에 따른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개인적인 슬픔과 걱정을 간직한 채 자신이 맡은 ‘밝은’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서였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겠다. 서양 놀이인 트럼프에서 ‘조커’란 자신의 고유한 성질과 가치 없이 상황의 요구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하는 존재다. 항상 웃고 있는 ‘조커’란 그렇게 대단히 슬픈 존재다
▲ 대구로 코로나19 의료지원을 간 고병수 원장 첫째날 2020년 4월 20일, 제주발 비행기를 타서 대구에 도착했다. 의료지원을 가는 곳은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요청을 거듭해서 받고, 총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짐을 간단히 챙기고 대구로 떠난 것이다.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가는 길에 거리 풍경을 보게 된다. 한참 코로나 감염병이 대구와 경북 지역을 휩쓸던 3월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이 약간씩 돌아온 것 같았다. 병원 내 외부인 출입은 금지되었고, 병원 옆 주차장과 근처에 있는 공원에 컨테이너가 수십 개 설치되어서 상황실 및 진료실, 업무보조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오자마자 복잡한 보호복 입는 법과 환자에 대한 인계를 받고 진료실(컨테이너)에서 근무하는 의사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대구에서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병은 이듬해 1월 20일 한국 내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나 2월 17일 대구의 특정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견되면서 대한민국이 쑥대밭이 되었다. 대구의 몇몇 병원에서 감염자가 나타나자 해당 병원이 문을 닫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확진자
▲ 대기업의 해외사업장이 국내로 돌아오면 중소 협력사의 패키지 유턴이 가능하다. 유턴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전략의 묘를 발휘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2월 초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자동차 배선뭉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한국 완성차 공장이 멈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2018년 시작된 미국-중국간 무역분쟁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각하게 노출됐다.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 과거 중시돼온 ‘비용 절감’에 ‘공급의 안정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인건비가 싼 곳에서 생산해 수요가 있는 곳에 판매한다는 개념에 변화가 일었다. 이른바 ‘공급망 리디자인(Redesign)’ ‘공급망 다변화’다. 이와 관련해 ‘차이나 플러스 원’
미국이 독립 이후에는 산업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인구는 도시로 모여들었다. 독립 이전에 있었던 주민자치 초기에 농촌을 중심으로 오손도손 지역 공동체를 꾸려 가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 대부분으로 거의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안정된 소득이 없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보건과 위생, 상하수도와 도로문제, 범죄 등 지방정부가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쌓여갔다. 그러나 당시의 지방정부는 해결할 능력이 없었고 부패하고 무능했다. 그들은 정경유착을 통하여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세력들을 중심으로 범죄조직과 다름없는 정치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정치 기계 조직(political machine) 19세기에 유럽으로부터 쏟아지는 이민자들은 거의 빈손으로 들어와 생계가 막막했다. 정치권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그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환심을 얻었다. 대신에 이민자들은 정치 지도자에게 맹목적으로 이유 없이 충성하여야 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는 형편이다.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에는 이권과 특혜를 제공하여 뇌물과 교환되는 정경유착이
‘조커(joker)’는 ‘정의의 사도’ 배트맨의 대척점에 선 최악의 악당이다. 배트맨 시리즈는 썩 단순명쾌한 ‘선악 구도’로 짜여있다. 당연히 요한복음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씀이 실현된다. 어두운 하늘에 배트맨이 아침 해처럼 떠올라 조커가 드리운 무거운 어둠을 걷어낸다. 하지만 조커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 인간의 내부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악당 조커는 어찌 보면 영웅 배트맨의 존재 이유다. 조커가 없다면 배트맨은 할 일이 딱히 없다. 조커의 난동과 포악성이 극에 달할수록 배트맨의 활약이 절실하고 그만큼 눈부시다. 회색과 대비된 흰색보다는 완전한 검은색에 대비된 흰색이 더 눈부시다. 영웅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면 악당은 철저히 악당다워야 한다. 슈퍼 히어로가 있으려면 슈퍼 빌런이 필수적이다.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위해 오늘도 악당들은 괜히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노라며 핵폭탄 하나씩 들고 왔다갔다 하더니, 이젠 우주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다고 나댄다. 판이 점점 커진다. 슈퍼맨, 배트
▲ 코로나19 이후 경제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성장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사진은 4월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예상한 대로 1분기 경제가 역성장했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4%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다. 민간소비가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정부가 예산을 조기에 풀고, 건설 및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며 성장률 하락을 차단했지만 2분기 이후가 더 걱정이다. 세계 각국의 셧다운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코로나19 충격이 생산과 수출, 제조업, 투자 쪽으로 급속히 전이됐다. 매출 절벽으로 산업 전반이 동반 부실에 빠져들고 실직자가 넘쳐난다. 정부는 다섯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40조원대의 민생ㆍ기업 구제 패키지를 내놨다. 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서 한계에 몰린 대기업까지 재정과 금융을 동원해 안전망을 펼치기로 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정부와 여당은 ‘긴급’이란 수식어가 붙은 위기극복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 산업 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