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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여러 번 다녀봤지만 겨울산행은 처음이다.

 

코스는 어리목 광장을 출발해 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선작지왓~영실로 내려오는 길이다. 그야말로 산이 주는 아름다움을 집약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산행코스인 것 같다.

 

참나무·서어나무 등 활엽수림이 깊은 숲을 이룬 길이 끝나면 만세동산이다. 이 지역은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들과 어우러져 장쾌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이 지역이 끝나갈 무렵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품은 부악은 또 다른 한라산의 신비를 보여준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영실로 향하는 길. 한라산의 평원이라고 불리는 선작지왓이다. 어떻게 높은 산 속에 넓디넓은 평원이 있단 말인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선잣지왓을 지나면 신선들이 산다는 병풍바위가 이어진다. 계속해서 제주를 창조한 여신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아들의 전설이 어린 영실기암의 신비한 모습이 드러낸다.

 

한라산 최초의 등반기는 선조 때 문인인 백호 임제가 쓴 남명소승이라는 책이 있다.

 

백호는 ‘하계에선 흰 구름 높은 줄만 알고 흰 구름 위에 사람 있는 줄 모르겠지……가슴 속 울근불근 불편스러운 일들을 하늘 문을 두드리고 한번 씻어보리라’ 라고 읊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한라산이 보여주는 겨울 정취를 다시 한 번 만끽하고 싶다.

 

 

 

 

 

 

 

 

 

 

 

 

 

 

 

 

 

 

 

현봉준은? =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아시아나 항공에서 일했다. 일본노선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9년간 생활했다.

그러나 뜻한 바 있어 항공사를 그만 두고 일본·미국에서 잠시 체류했다. 이어 러시아의 사할린에서 여행관련 일을 맡아 보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내고, 서울에서 치킨사업도 해봤다.

 

그러던 그는 지금 다시 고향이 좋아, 제주의 자연이 좋아 2012년 초 제주로 새 삶의 둥지를 틀었다. 제주시의 한 도시락·뷔페 음식점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소싯적부터 손에 익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제주의 풍경을 다시 보고 있다.

 

“이제 어머니의 땅을 다시 찾았다”며 그는 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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