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금발로 바다를 봅니다.
늦가을 모처럼 눈부신 햇살에 해바라기의 은빛 비늘이 반짝반짝 신이 났습니다. 차양을 하고 하늘을 봅니다. 솜사탕을 찢어 널어놓은 듯 흰 구름이 가득합니다. 하늬바람도 옷섶을 여미게 합니다. 문득 ‘인연’이라는 소중한 생각이 듭니다. 내게로 오는 인연들은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 와서 안기는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주민자치와의 만남은 제게 거부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감히 우겨봅니다. 주민자치센터의 소식을 자주 접하여 일상을 편리하게 살아갈 방편으로 ‘주민자치위원’이 되었습니다. 얼마 후 깨달았습니다. 잠재의식 속에 마음에든, 땅에든 씨앗을 심고 싶은 욕구가 차 있었던 것이었죠.
영천동은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각 분과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것인지 파악한 후 공고해 모집합니다. 우리 동은 감귤 주산지로 친환경 감귤 농장 운영을 회원들이 직접 합니다. 액비를 만들고, 병충해를 잡고, 거름하여 수확하기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농법은 저도 깨달음이 있어 초생재배 합니다.
요즘 올레길, 둘레길 찾는 발길이 잦습니다. 신비한 돈내코와 검은여를 두고 태평양에서 백록담까지 야심찬 행보를 하여 ‘영천9경길’을 만들었습니다. 몇 번의 답사와 단체장 회의, 주민 설문 조사까지 많은 시간과 수고를 쏟아 아름다운 길을 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풍경이 되는 백록담, 돈내코, 한란자생지, 선돌, 선덕사, 영천악, 칡오름, 약초원, 검은여에서 소정방 해안까지 선정하였습니다. 돈내코 계곡에 670m의 명상숲길에도 명언과 시가 있어서 길을 걸으면 축복받은 느낌이 들 것입니다.
농촌일수록 다문화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그들과 소통하고 이웃임을 알게 하려고 함께 천연 감염색 체험을 실시하였고, 친환경 우영밭 운영을 통한 주민의식 확산시키는 일에도 힘을 모았습니다. 참살이를 제대로 하기 위하여 승마교실을 열어 이론 및 실습을 배우는 중입니다. 횟수로 3년인데 고급과정까지 이수하고 동아리를 만들어 휴일에 승마를 즐기는 회원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옛날 마장과 말을 관리하던 관리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랍니다. 이런 고장의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해마다 영천동 역사 바로 알기 열린 사랑방 교실을 마련합니다. 조선시대, 석학들이 유배지가 되었던 고립되고 황량한 땅이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낙원이 되었습니다. 당파에 엇갈리고 정론에 갈리는 희비 속에 수많은 인재가 묻힌 제주에서 아니 우리 고장에도 그 분들의 숨결이 곳곳에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자료를 찾아내고 문화적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영천동 주민자치로 거듭 태어나길 희망합니다.
저는 노래방 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아는 노래도 몇 곡 안되고, 잘 부르지 못하고, 몸치라 춤도 안 되고, 정말 재미없는 중년입니다. 그런데 이번 가요교실에 열 일 제치고 참여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때 인생이 더욱 푸르러집니다. 푸름으로 초롱초롱 빛이 났습니다. 자신감도 덩달아 붙습니다. 앞으로 제 노래의 전망은 훨씬 밝아지리라 봅니다.
꿈과 희망, 사랑과 감사, 자족과 긍정, 이런 생명의 효소들로 우리 주민자치는 채워갈 것입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지극한 노력과 마음을 모아 행복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성공한 사람처럼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의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잎과 줄기를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로 함께 나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