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제주의 외국인투자실적에 대해 통계자료(지식경제부)와 권위 있는 기관(한국은행 제주본부,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근거하여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관적 견해표명에 그쳐왔던 다른 여타의 주장들에 비해 반론의 가치가 크다.
둘째, 외국인의 토지취득 현황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 영향력이 큰 언론보도(조선일보)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여 오해를 확실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셋째, 제주도 투자유치공무원들에 대해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생산적 자본과 투기자본도 구별할 능력도 없이 투자유치에만 급급하는 공직자들의 구시대적 관료성”이라는 평가를 내렸는데, 이것은 현재 도민사회에 형성된 부정적 여론을 대변하는 언급이라고 판단하며, 그런 만큼 도정의 방향을 바르게 이해시켜야 할 필요성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였다.
1. 한국은행 제주본부 보고서의 이해 문제
금년 2월에 발표된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성과 평가 및 향후과제” 보고서는 큰 틀에서 제1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발전과제를 담고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평가는 1차 종합계획 기간에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평가이며, 비록 그 성과가 미미하다고 하고 있으나 이것은 외국인투자유치의 향후 성과까지 포함하는 절대적 비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정확하게는 지식경제부 자료가 근거한 2012년 9월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이루어진 외국인 투자금액과 그 효과에 대하여 종적 연속성을 차치한 채 현 단계 실적만을 평면적으로 평가한 것이지, 투자사업이 완료될 미래시점까지 포함하여 외국인 투자의 효과 전반에 대해 총체적 가치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위 보고서의 정확한 평가는 “자치도와 JDC의 투자유치 노력 강화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 파급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으로서, 비록 외국인 투자유치에 성과가 있음에도 투자금액이 토지매입에 대부분 소요되어 아직 그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에 나온 도표를 보면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 도표상의 자료에 있는 외국인투자유치 신고금액(앞으로 투자할 예정금액을 투자자가 신고한 금액)과 도착금액(신고한 금액에 근거하여 실제로 자본을 외국에서 들여온 금액)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금액의 크기를 절대 기준으로 평가했을 경우에는 타 시도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기는 하나, 전국 2%에도 못 미치는 도세를 감안하면 절대량에 있어서 신고금액이나 도착금액이 타 지역대비 결코 적은 것이 아닐뿐더러, 도착률(도착금액/신고금액)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실제로 투자한 금액에 비해 앞으로 투자할 금액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래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도착률에서 수위를 달리는 대전과 충남 같은 지역은 대부분 제조업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신고에서 실제 투자에 이르는 기간이 1~2년에 불과하여 당연히 도착률은 80~90%대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 개발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신고에서 토지매입, 인허가, 건설공정 등 투자완료에 따르는 기간이 5~7년의 장기간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도착률은 최하위를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제주에 대한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는 2007년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투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2007년 이전 외투기업으로 간주되는 EMLSI나 라이브캠은 사실상 육지에서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이전기업”이며, 폴로승마장은 순수하게 제주에 직접 투자한 외투기업의 범주에 속하나 총사업비가 6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제주에 외국인투자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것은 영주권 제도에 기반하여 중국자본이 접근한 2010년도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투자신고를 마친 중국기업의 투자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그 열매는 앞으로도 몇 년을 기다려야 가시화 된다. 아직 그 효과에 대해 현재시점에서 평가절하할 사항은 아니다.
거기다가 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규모는 제주의 관광산업 전체의 총량 발전을 이끌어 가기에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며 새롭게 진입할 투자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줘야 한다. 그렇기에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위 보고서도 "사업성 부족으로 실제 민간투자가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침에 따라 6대 핵심프로젝트 등 주요 개발사업의 진행이 매우 더딘 만큼 민간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투자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제주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對중국 투자유치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강승화 본부장이 기고에서 “아직은 전체 사업계획상 초기 단계지만 공사진행에 따른 제주경기 활성화와 고용유발 등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은 작년 말 기준 발표한 한국은행통계에서 말해주고 있다. 고용율은 전국최고, 실업율 전국 최저, 제주경제성장율은 2~3%로 전국 평균 잠정추계 1-2%보다 높은 것 등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외국인 투자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고용율, 실업률, 경제성장률 등 제주지역의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부분은 사실 지나친 비약이다. 다만, 강본부장의 언급은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인 사업들이 이제 막 진행중인 상황에서 현재의 역동적 포텐셜과 성장 가능성이 경제 전반에 대해 미치는 잠재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김위원이 “실제로 착공이 이루어진 외국인직접투자(2천1백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명목) 26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실질) 15억원에 그침”이라는 보고서상의 내용을 인용하여 현재 시점에서 실질적 경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위 보고서는 하나의 연속적 장기 프로젝트의 종적인 역동적 과정을 한 시점에서 횡적으로 잘라내어 표준 산식에 대입하여 경제적 효과를 산출한 것에 불과하다. 장래 실현될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이 아니므로 외국인 투자유치의 성과나 효과에 대한 종합적 평가로 간주할 수는 없다.
2. 외국인의 토지취득 현황 문제
강 본부장이 국토교통부 발표자료를 인용하여 “제주의 외국인 부동산 보유 비율은 금액기준 0.8%, 면적기준 4.3%로 전국 평균치에 못 미치고 있고 제주내에서도 아직까지는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중국인은 0.1% 수준이다”고 언급한 데 대하여 김현국 위원은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2년 말 이미 금액면, 누적취득 건에서 모두 중국인이 미국인을 앞질렀다. 2010년 이후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중국인의 제주토지 보유증가율은 5년간 90배에 달한다”고 하면서 중국인의 토지취득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 내지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국 위원에게 우선 외국인토지취득과 관련한 통계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토지취득 통계는 외국인토지법에 따라 외국인의 토지취득신고서에 기초하여 각 시군구가 1차 자료를 작성한다. 수집되는 정보는 취득원인(매매, 상속 등), 금액, 토지명세(지번, 지목, 면적)이다. 이에 따라 매분기 국적별 건수, 면적, 금액이 들어간 통계를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건수와 금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통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금액은 누적금액을 의미하며 현재의 토지 시가 또는 공시지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10년전에 1천㎡를 1백만원에 산 이후 그동안 매매, 상속 등 변동이 없었다면 2012년말 통계에도 그대로 1백만원으로 잡힌다. 미국인, 일본인 소유토지는 옛날부터 가지고 있는 땅을 대부분 그대로 보유한 채 일부의 변동만이 발생하여 토지가격이 옛날 가격과 대동소이한 반면, 중국인은 최근에 헬스케어타운 등에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하였으므로 최근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금액면에서 미국인을 앞지른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자료를 보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인 소유토지는 ㎡당 가격이 2007년말 12,330원→2008년말 13,180원→2012년말 12,520원으로, 2012년말 땅값이 오히려 4년 전에 비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실제로 땅값이 싸진 때문이 아니고 최근에 판 땅값을 누적금액에서 뺀 결과 최근시세를 반영한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과거 누적금액을 더 많이 깎아 먹으면서 단위 면적당 가격이 줄어들어 나타난 결과이다. 반면에 2008년에는 2007년보다 ㎡당 가격이 조금 늘어났는데, 이것은 직전 분기보다 토지취득이 더 많아지면서 최근 시세를 반영한 금액이 지가가 낮을 때 형성된 이전 토지금액 전체에 플러스되면서 단위 면적당 가격을 조금이나마 올려놓은 것이다.
중국인 소유토지는 ㎡당 가격이 2007년말 17,530원→2008년말 39,950원→2012년말 64,300원으로 해마다 땅값이 비싸지고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최근 매입 시세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며, 2012년말 가격은 평당 20만원 이상의 시가를 반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2년말 현재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면, 면적은 미국이 중국대비 2배 정도가 되는데 가격은 1/5도 안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통계상의 토지금액이 직전 분기의 토지가격에다 현 분기에 발생한 변동금액을 단순히 가감한 누적 금액을 의미하는 것인데도, 공시지가 내지는 시가로 오해한 데서 발생한 결과이며, “금액면에서 중국인이 미국인을 앞질렀다” 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실상을 반영하지 않은 허상임을 잘 드러낸다.
둘째, 건수는 매매, 상속 등의 취득행위 건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필지를 뜻한다. 따라서 건수를 취득행위로 오해하면 2007년말부터 2012년말까지 상당히 많은 중국인이 무려 1,500건 이상의 토지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여러 조각(필지)으로 나누어진 일단의 토지를 개발투자를 위해 매입하면서 필지수가 대폭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이것에서 유추해 볼 때 미국인 소유토지의 필지당 평균 면적이 중국인 토지보다 2배 이상 클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인 토지취득 통계에서 유의미한 요소는 면적뿐이다. 금액은 현재시세 또는 공시지가를 반영해야 유의미한 통계가치가 있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수십년간에 걸친 통계수치의 연속성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직전 분기 자료에 금번 분기의 변동 상황만을 누적 가감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양적이고 단편적인 통계수치나 타 지역과의 평면적 비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도에서 외국인소유 토지면적이 변동하는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질적인 추세판단이다. 특히 최근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중국인 토지소유의 성격과 앞으로 그 양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가 다른 기고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중국은 국내법상 기업의 직접투자만 허용되고 개인의 부동산 매입목적의 간접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작년 3월말 중국 정부가 절강성 온주시를 금융개혁시험구로 지정하여 개인의 해외직접투자 허용 문제를 연구과제로 설정한 이후 현재 세부시행지침을 마련 중에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직접투자에 한정된 것이다. 즉 중국인의 제주 토지 매입과 관련하여 간접투자는 중국 국내법상 허용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 큰손들의 무분별한, 예측 불가능한 제주 토지 매입 현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언론보도에 누군가가 한국인 얼굴 마담을 내세워 토지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본 적이 있는데, 결단코 불가능한 일이며,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외환거래 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발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중국인 소유 토지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헬스케어타운이나 기타 몇 곳에 중국기업이 개발투자를 위해 매입한 토지 때문이며, 그 절대량은 아직 미국, 일본에 못 미치는 상황이고, 면적도 2012년말 현재 58만평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07년말 현재 7천평도 안되는 땅이 5년 사이에 58만평으로 80배 이상 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필자의 다른 기고에서 자세히 그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에 반복해서 소개할 필요는 없고 수고스럽겠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참고하길 바란다. 개인적 예측을 말하자면 중국 기업의 직접투자도 최근 2년간에 나타난 현상과는 다르게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더 많다. 최소한 앞으로 3~4년간은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 토지가 잠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3. 생산적 자본과 투기적 자본 문제
제주의 외국인투자와 관련하여 “생산적 자본과 투기적 자본”이라는 개념 틀을 가지고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외국인 제주 투자유치의 실과 허”라는 주제로 개최된 정책토론회인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 주제발표를 한 제주대 정수연 교수가 이 틀을 가지고 제주 외국인투자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하였다. 유효한 개념틀이라 생각은 하지만 필자는 제주 현실에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개념 틀에 의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관광서비스 산업이 제조업에 비해 생산유발효과가 적고, 특히 제주의 경우 중국기업의 투자형태가 휴양콘도에 집중되어 투자규모에 비해 도민 고용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부동산영주권에 기반하여 휴양콘도의 판매를 통한 양도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점 등 크게 2가지를 염두에 두고 이 개념 틀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다. 부동산영주권 제도의 도입 배경과 이 제도가 갖는 효과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현국 위원은 “학계,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외국인투자, 특히 중국인의 제주 토지 보유증가는 단순히 정책에 대한 이해부족과 부정적 견해로 치부해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IMF와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겪고 나서도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생산적 자본과 투기자본도 구별할 능력도 없이 투자유치에만 급급하는 공직자들의 구시대적 관료성이 이제 도마에 올려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김 위원의 생각과는 반대로 부동산영주권 제도야말로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제도이며, 휴양콘도 투자는 단순히 영주권 공장이나 투기적 자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3-1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수단 (외부적 배경)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의 경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제일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국가 부도사태의 방지이다. 달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외국으로부터 달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부도사태를 맞게 된다. 1997년말 IMF 사태로 쓴 경험을 한 바 있다. 1997년까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외국에 제대로 개방되지 않았고, 달러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차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한꺼번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하자 경제가 하루아침에 붕괴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IMF 관리체제하의 정부는 1997년 말부터 1998년 까지 1년도 안되는 기간 내에 채권시장,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을 차례로 개방하여 달러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1998년말에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2008년에 다시 한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정부는 일본 및 중국의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으로 외국으로부터 달러 유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부심했다. 이와 같은 환경이 외부적 측면에서 중앙정부가 우리 도가 건의한 부동산영주권 제도를 수용한 배경이며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부동산영주권 제도를 매개로 한 콘도분양사업은 주로 중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영주권 신청자격을 얻으려면 1사람당 50만달러 이상을 우리나라로 들여와야 하고, 이것을 다시 재판매하려면 양도세 등을 제외하고서도 수익을 챙기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당초 유입된 달러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제주에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 2013년 현재까지 제주에서 외국인이 매입한 휴양콘도 매입금액은 2500억원 정도이므로 약 2.3억달러가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총액 3,200억달러의 0.07% 정도가 되는 셈이다. 얼마 안 되는 금액 같지만 다른 외환과 달리 상환할 필요도 없고, 거의 영원히 우리나라에서 나갈 수 없는 알짜배기 외환일 뿐만 아니라 좁은 제주지역에서 단일 제도로 기여하는 양으로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여기에다 부가세 10%와 취득세, 재산세 등 세금도 물어야 한다. 국가는 유동성 확보측면에서 안정적인 외화를 보유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2500억원의 약 14.6%에 해당하는 350억원의 세금수입을 거둬들여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3-2 소비시장의 확대와 투자유인을 위한 종자돈(내부적 배경)
하지만 우리 도의 입장에서 부동산영주권 제도 도입을 건의한 중요한 배경은 우리 제주의 내부적 사정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008년 당시 우리 도의 외국인 투자유치 상황을 보면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이후 2007년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투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성과가 제로인 상태였다. 몇 년에 걸쳐 각종 투자설명회, 팸투어, 1:1 상담 등을 통해 투자유치에 전력을 다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제주가 투자수익을 보장할 만한 투자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해 보더라도 제주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멀리 있는 외국 자본에 앞서 우선적으로 국내 자본이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투자수익성이 있는 곳에 자본이 몰려드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투자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여건이라면, 국내 개발자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설 뿐만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들이 기존 허약한 개발자들에게 금융투자를 확대한다든지 심지어 M&A등도 제안하는 일이 발생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사업들이 중도에 좌초한 경우가 발생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어보자. 싱가포르는 사실 제주와 비교하면 자연경관은 물론 관광시설 측면에서도 특별히 나을 것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제주 면적의 1/3에 불과하지만 상주인구가 내외국인 포함 약 500만명으로 추산되고, 비즈니스 중심지이기 때문에 업무차 방문하는 연간 1천만명이 동시에 관광객이 되어 가만히 있어도 관광수익이 보장된다. 그래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관광이용시설이 앞을 다투어 싱가포르에 입지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전에는 센토사섬과 마리나 베이 두 지역에 카지노를 오픈하여 2015년까지 관광 수입 300억 싱가포르 달러, 연간 외국인 관광객 1,700만명, 관광 일자리 25만 개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0년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용역팀인 삼성경제연구원 및 제주발전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싱가포르 관광청을 방문했을 때 관광청 관계자가 자랑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제주의 형편은 어떤가? 인구 규모가 자체적 소비시장을 형성하기에는 턱없이 작을 뿐만 아니라 연간 관광객 1천만명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하더라도 내국인 관광객을 빼면 외국인 관광객은 겨우 150만명 정도에 그친다. 그것도 체류일수가 2~3일에 불과하여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가치사슬의 복합적 연쇄를 형성하지 못하고 단순히 숙박업과 음식업 위주의 단순 소비형태만이 반복될 뿐이다. 투자를 유인할 소비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 소비가 있는 곳에 투자도 있는 법이므로 투자가 되겠는가?
부동산영주권 제도 도입을 처음으로 구상하여 정부에 제도개선 요구를 했던 2008년 무렵 상황은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필자가 그 당시 이 제도를 도입하고자 법무부에 정책건의를 할 당시 부동산영주권 제도 도입의 필요성의 하나로 소비성향이 큰 부유한 외국인들의 장기체류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제주의 소비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데 이것만이 부동산영주권 제도 도입의 주된 이유인 건 물론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있듯이 관광시설이 우수하고 관광시설 수용용량이 커지게 되면 관광객도 증가한다. 특히 중국의 무한한 잠재력에 비추어 시설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뒤따를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초기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그 방편의 하나로 영주권제도에 기반한 분양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휴양콘도에다가 호텔과 기타 개별 관광이용시설이 입지하는 복합형 관광리조트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지금 제주에 투자한 중국기업들의 투자계획에 의하면 대부분 1단계 사업은 휴양콘도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그 분양수익금은 유보금으로서 2~3단계 후속 재투자계획으로 잡혀 있다. 분양차익을 가지고 날라버리려고 하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의 버자야 그룹이나 헬스케어타운의 녹지그룹 모두 이와 같은 투자계획에 의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제주의 입장에서 부동산영주권 제도가 갖는 유효성은 최소한의 수익모델이며 투자수익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나아가 2~3단계 후속 투자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업내부 유보금, 즉 종자돈으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수익모델을 주면서 제주에도 필요한 관광객이용시설을 확충해나가는 그런 정책방향이다. 제주헬스케어타운 프로젝트가 이런 측면에서 우수한 모델이다. 거기다가 장래 제주관광 소비시장에 진입할 유력한 장기 체류인력 양성소가 된다. 세금 수입은 덤이다.
이처럼 부동산영주권 제도는 우리 도의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구상되고 건의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며, 제주의 현실 속에서 투자유치의 동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 끝에 나온 성과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최근의 중국 자본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단순히 분양형 콘도 건설이라는 현재 시점의 피상적 측면만 부각시켜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 수긍이 가리라 본다.
3-3 중국 자본은 차선의 생산적 자본이며 투기자본은 아니다
제조업 투자유치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누구든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이 현실성은 아니다. 제주의 빈약한 제조업 기반, 산학연계, 기술인력의 공급, 물류비용, 생산제품의 시장확보 등 제반측면에서 제주는 제조업 입지로서 매우 취약하다. 제주도정이 제조업투자유치의 필요성을 망각하거나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희망자가 없는 것이다. 제조업 유치와 관련된 과거의 예를 들어보자.
과거 2009년경 중국 태양광 셀 및 모듈제조기업을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1억달러 규모의 투자로 몇 천명의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부동산투자에 비하면 상당한 양의 고용인원이다. 그리고 태양광 셀 제조는 반도체 제조공정과 거의 유사하여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몇 천명에 달하는 고용인원은 모듈접합과 포장, 운반에 필요한 단순노동인력이다. 중국기업이 투자하고자 관심을 가졌던 것은 한국-EU간 FTA 타결시 제주에서 생산된 태양광 판넬은 한국 상품이므로 관세면제 효과와 함께 중국대비 높은 브랜드 가치도 덤으로 얻어 제품판매의 수익성을 현저히 제고할 수 있을 거라는 구상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 대신 중국기업은 중국내 인력의 인건비와 한국의 인건비 차이, 그 외 전력이나 상하수도 요금의 차이 등 투자비용의 차이를 고려해야 했다. 정부차원의 인센티브 금액을 고려한다 해도 결국은 채산성 문제에 부닥쳤고 거기다가 유럽지역 경기침체에 따라 전력 및 태양광 수요가 감소하면서 결국 투자유치는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태양광 셀 및 모듈 제조공장은 자동화된 시스템이므로 특별히 산학연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판넬은 경량제품이므로 항공운송으로 커버하면 된다. 따라서 물류문제도 없다. 제주가 가진 제조업 유치측면의 약점과 별로 관계가 없는 이러한 경우에도 투자를 유치할 수 없을 만큼 제주는 제조업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관광서비스 산업은 생산유발효과나 고용창출 측면에서 제조업에 못 미친다는 점,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중국자본이 사업계획상 1단계로 휴양콘도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생산적 자본은 아니다. 서비스산업에 편중되고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제주의 형편에서 볼 때 무공해 첨단제조업이나 신기술 IT/BT산업에 투자를 해준다면 너무나도 고마운 최선의 생산적 자본이 되겠으나, 자본의 속성상 자본가는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하지 상대를 위해 희생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이와 같은 자본의 속성을 우선 인정해야 하고, 그 속성을 이용하여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영주권 제도를 매개로 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비록 1단계에 있어서는 양도차익을 기대하는 분양모델에 기반한 수익모델이기는 하나, 그 수익이 먹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투자비용 회수를 보장하는 안전장치이자 2~3단계 후속 재투자를 위한 종자돈이란 점을 감안하다면 자체 소비시장이 적어 투자수익성이 빈약한 제주의 현실상 불가피한 당근이며,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투기적 자본이란 부동산 버블에 편승하여 시세차익을 노리고,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먹튀하는 자본을 일컫는다고 한다면, 제주에 투자한 대부분의 중국기업은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히 1단계 분양모델 하나를 지목하여 “투기 자본이다, 영주권 공장이다” 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투자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시세차익을 보장할 부동산 버블이 현재 발생한 소비시장이 이미 만들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기 스스로 콘도상품 소비자를 찾아내어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고, 상품 판매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여 매입한 토지와 건설에 소요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3단계 후속사업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콘도만 지으면 팔리는 그런 시장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토지는 물론 휴양콘도 매입도 간접투자의 범위에 속하며 이는 중국 국내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영주권 제도가 도입한 첫해인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분양실적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며 앞으로도 중국 국내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4. 마치는 글
중국 파견에서 복귀한 후 금년 들어 몇 번에 걸쳐 투자유치와 관련하여 제주지역 인터넷 신문에 기고를 한 적이 있는데, 김현국 위원이 참고를 해주면 고맙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인터넷 포털에서 “투자유치전문관”을 입력하면 바로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반론을 환영한다는 말씀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