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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구제주 시대 저물고 신제주 확고 ... 노출·상징성·조직력까지 총력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지사 선거판이 달아오르면서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입지 전략’이 다시금 관심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선거 풍수’다.

 

과거처럼 단순히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유권자와의 접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에서 ‘명당’은 더 이상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유동인구, 차량 흐름, 상권 밀집도 등 물리적 조건은 기본이고, 여기에 노출 빈도와 메시지 전달력까지 결합된 종합적 개념으로 진화했다. 정치권에서 “선거는 결국 자리 싸움”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목의 전쟁' 시작되다

 

본격적인 ‘목의 전쟁’이 시작된 민선 1기부터 지방선거 캠프의 위치 양대거점은 제주시 신제주 권역과 구제주 광양~세무서 권역이었다. 지금까지는 구제주권에서 많은 당선자들을 배출해왔다.

 

1980년대 초·중반 선거캠프 명당은 삼도1·2동, 오라동, 중앙로, 칠성로 등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제주시청 인근, 인제사거리, 구 세무서사거리, 법원사거리가 명당의 반열로 등극했다.

 

특히 90년대의 명당은 구 세무서 사거리, 그중에서도 사거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복강빌딩’이었다. 신제주에서 구제주로 넘어오는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이 복강빌딩에서 1998년과 2002년 두번의 민선 2, 3기 선거에서 우근민 전 지사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우 전 지사 이후 복강빌딩 인근은 도지사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온 진철훈 후보가 부근 빌딩을, 2006년에는 현명관 후보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결국 패배했다.

 

 

2004년과 2006년 민선 3기 재선거와 민선 4기 선거 당선자의 영광은 김태환 전 지사의 몫이었다. 김 전 지사는 구 세무서사거리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졌지만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양사거리에 선거캠프를 차렸다.

 

2010년 선거에서 승리한 우 전 지사도 당시 광양사거리를 선택했다. 광양사거리 인근 하나은행 빌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구제주권 강세의 트렌드는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도시개발의 흐름을 따라 신제주인 연동·노형동이 제주도 최대 인구 밀집지역으로 성장하면서 ‘선거명당’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연동·노형동 두 동의 인구를 합치면 10만을 웃돈다.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초거대 동(洞)’이다. 인구가 모여들면서 행정, 산업, 문화, 교통 역시 연동·노형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만큼 연동·노형이 제주에선 ‘신 정치 1번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노형오거리를 끼고 있는 노형타워가 선거캠프의 메카로 각광을 받았다.

 

노형타워는 상주·유동인구와 차량 이동이 많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차량이동이 많고 도심교차로와 대도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대형현수막 및 선거홍보물을 노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런 장점 덕분인지 2014년 민선 6기 선거 당시 이 노형타워에는 김방훈 당시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와 강경찬·양창식 교육감 후보가 터를 잡았다. 그 이전인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선 현명관 도지사 후보, 2012년 총선에선 장동훈 국회의원 후보도 이 노형타워를 근거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노형타워는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4년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인물은 현 원희룡 지사였다. 원 지사는 노형타워에서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신제주 권역인 연동 옛 KBS 제주총국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도청과 가깝고 신제주권역 개발 1번지란 점과 공영방송이 터잡았던 점, 주차장과 사무실 면적 등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이 자리를 선택했다.

 

당시 원 지사와 경쟁을 벌였던 신구범 전 지사 역시 도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이 KBS 제주총국 건물에 터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 지사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면서 신 전 지사는 노형 롯데마트 사거리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코 앞에 두고 있고 노형오거리와 서부권역을 지나는 주요루트라는 점이 장점인 곳이다.

 

광양사거리→복강빌딩→노형타워→?

 

이 같은 변화는 이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경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 제주시 도령로 142에 있는 연동 DJ타워(연동 VIPS)에 외곽 조직 거점을 두며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네트워크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도청과 약 700m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활용해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경험을 부각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문대림 의원은 제주 제주시 연북로 46 노형동 연합빌딩을 선택했다. 병원, 학원, 대형마트, 프렌차이즈 상업시설과 유동인구가 집중된 지역에서 외연 확장과 지지층 결집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읽힌다. 

 

위성곤 의원은 연북로 257에 있는 옛 제주더큰내일센터에 캠프를 꾸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부민장례식장 인근인데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6차선 도로변 입지를 활용해 간판과 현수막 노출효과를 병행할 수 있다. 

 

신제주권을 노리는 건 야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도 최근 제주시 연북로 92에 있는 연동 진현빌딩 2층에 선거사무소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캠프 정비에 나섰다.

 

특히 이 사무소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문대림 의원 측 사무소와 직선거리로 약 400m, 위성곤 의원 측 사무소와는 약 1.7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실상 두 캠프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형태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공간 확보를 넘어 제주도지사 선거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연동권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후보별 선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사람과 차량이 몰리는 ‘접점’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사무소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후보를 각인시키고 선거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특정 장소가 곧 당선을 의미하는 시대는 아니다. 도시 확장과 생활권 변화,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산까지 맞물리며 ‘명당’의 개념 자체가 크게 넓어졌다. 물리적 입지뿐 아니라 메시지, 조직력, 상징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기준은 있다. 유권자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만나는가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제주 정치의 ‘새로운 명당’이 다시 쓰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선거 풍수의 본질은 단순하다. 자리는 전략이 선택하지만 명당은 유권자가 완성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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