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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의도 엿보이는 용어...'도지사병' 환자 구별해야

‘제주판 3김’ ―.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두고부터 도민의 귀를 간질이고 있는 말이다. 어떻게 들으면 기발한 조어(造語)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들으면 엉뚱한 조어 같기도 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의 의도가 그렇게 선(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 3김의 끈질기고 지겨운 정권욕을 연상케 하여 그 말에 빗대어진 ‘제주의 세 분’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숨어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그 의도가 어찌되었든 그 조어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가는 따져 볼 일이다. 그 조어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혹은 크든 적든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고, 제주인의 삶의 질 향상에 음으로 양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그들의 역량을 자칫 움츠려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조어의 원조 격인 ‘3김’ ―. 이 말 역시 조어였다. 그렇지만, 조형(造形)의 적합성과 공공(公共)의 합리성을 함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조어라고 할 수 있다. 세 분 모두 성(姓)이 김씨(金氏)였다는 사실, 직업 정치인이었다는 사실, 한 정파의 우두머리였다는 사실, 대권을 향한 정치적 행보를 가열(苛烈)차게 했다는 사실 등에서 조형의 적합성에 시비가 붙을 수 없었다. 또한 세 분의 경쟁을 부추기는 ‘3김’이라는 조어는 ‘민주화’라는 국민적 염원을 현실화하는데 만만찮은 에너지로 작동하게 하는 공공의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판 3김’은 어떤가? ‘도지사’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세 분의 공통점이 전무(全無)하다는 점에서 조형의 적합성을 찾을 수 없다. 세 분의 성은 각기 다르다. ‘3김’이라는 말을 갖다 붙일 여지가 없는 것이다. 세 분 모두를 직업정치인이라고 분류하기도 곤란하고, 정치적 이념의 결사체인 정파의 우두머리도 아니며, 어떤 정치적 목적을 향하여 가열 찬 행보를 했다는 족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제주판 3김’이라는 조어는, 세 분이 머쓱해진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제주현실에서 뒷걸음치게 하는 작용을 할 수 있을지언정 제주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량을 발휘하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공의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판 3김’의 조어는 잘 못 만들어져도 한참 잘 못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도 이 조어는 도민들 사이에서 만만찮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일단 대중 속에 파고든 조어는 조형의 적합성과 공공의 합리성 따위는 여간해서 따져지지 않는다는 조어의 속성이 마술을 부린 까닭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조어가 부린 마술에 제주의 세 분은 억울해 할 것이다. 그 조어를 제작해낸 사람의 의도대로 세 분이 퇴각해야 된다는 도민여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분의 역량이 그 발현의 형태가 무엇이든 제주도 발전을 위하여 아직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세 분의 억울함은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그 세 분 중 어느 한 분은 억울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분은 ‘도지사병(病)’에 걸려있지 않기 때문에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제주판 3김’의 퇴각여론에 초연할 수 있는 것이다. 도지사 자리를 향한 끈질기고 지겨운 욕심을 부리는 그룹에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억울해 할 수 있으나, 필자는 그 분의 뜨거운 제주사랑이 그 억울함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쳇말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버린 그 한 분 ―. 그 분은 몇 번의 도지사선거에 출마해 당선도 되었고 낙선의 고배도 들었다. 그러나 그 분은 ‘도지사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 분의 몸 곳곳에 ‘제주사랑’이라는 선천성 면역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이 몇 번의 도지사선거에 나선 것도 ‘제주사랑’을 발현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해서였지, 도지사라는 감투를 욕심내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인식되어지는 사실이다.

 

그런 그 분에게 ‘제주판 3김’의 너울을 씌운다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고 부당하다. 제주발전을 위해 별 볼일 없는 구닥다리 인물군의 표상, 제주정치판에서의 퇴장에 대한 당위성 부각, 도지사 자리에 대한 끈질기고 지겨운 욕심의 낙인 등등 부정적 의미가 듬뿍 실려 있는 ‘제주판 3김’ 이라는 조어에 어째서 그 분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그 조어 제작자는 답해야 할 것이다.

 

굳이 그 옛적 세 김씨의 행적을 빌려 제주의 현재 정치상황을 패러디할라치면 ‘제주판 3김’이 아니라 ‘제주판 양김’이 옳았다. / 정경호 전 제주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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