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공동체로서 누군가 부족함이나 아픔이 있을 때 협력하고 배려하여 함께 신나게 살맛나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한 순간 무너지며 유독 무엇인지 서글픈 감회에 사로잡혀 답답할 따름이다. 이게 필자만이 느끼는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로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유아의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도와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누구 탓과 누구 책임하며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보아하니 국가와 지방 곳간이 텅텅 비어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누리과정에서 교육과 보육을 놓고 ‘교육은 누구 책임, 보육은 누구 책임’하며 진영논리의 탈을 쓰고 책임전가 하는 추태가 그렇다. 아이들도 웃겠지만 개도 소도 웃을 일이다. 어떻게 아이들을 볼모로 서로 네 탓하며 아이들에게 못 박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오를 따름이다.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단 한 명이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그 누가 말했는가? 분명 누군가 말했기에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고 제주교육의 대망을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실언을 했는지, 아니면 필자가 이 말을 몰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유치원 원아는 우리의 아이고, 어린이집 유아는 우리의 아이가 아닌가? 어디 법으로 이곳이 아이는 우리 아이, 저곳이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분별한 것은 본적이 없다. 왜 이러시는가? 옛 말의 있듯이 ‘콩 한 쪽도 나눠 먹었다. 빚을 내서라도 자식 공부를 시키지 않았던가?’ 이렇게 나눠 먹고 교육했기에 살만한 세상으로 함께 가는 게 아닌가?
세계에 유래 없이 우리가 이만큼 고속 성장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아이들만큼은 배고픔 없이 잘 보육하고 교육했기 때문이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간질 하는 추하고 더럽고 미천한 어른들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두렵지 않은가?
다소 지방교육재정이 어려우기에 때를 쓰는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라는 지표를 놓고 볼 때 너무도 방법이 잘 못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서로 상부상조하며 공동체의 삶을 지향해야할 교육의 장에서 ‘넷 탓, 네 책임’하며 갈등을 양상하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계와 차이를 넘어 함께하는 지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