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여 지속중인 최강한파에 제주도민들의 근심도 깊어가고 있다. 눈폭탄이 몰고 온 피해와 불편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교통지옥은 물론 농작물 피해와 잇따른 사고, 한파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6일 오전 출근길은 최악의 교통지옥을 연출했다.
출근시간대를 지난 오전 10시를 넘어서도 눈발이 쏟아지면서 출근대란이 일어났다. 빙판 도로의 교통정체는 도심 전역에서 이어졌고 출근길 시민들은 추위에 벌벌 떨면서 연착된 버스 등을 기다리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나흘째 이어진 폭설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버스 출근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평상시와 확연히 다르게 버스는 혼잡, 거의 모든 노선마다 '콩나물시루 버스'를 연출했다.
빙판길 사고도 속출했다. 6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 해태동산 인근 공항로에서 시외 급행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로수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13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9명이 다쳐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5일에는 눈길 교통사고와 낙상사고는 물론 폭설로 집 안에 고립된 할머니가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집에서 탈출하기도 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접수된 사고 등은 100건에 육박한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3일부터 5일까지 폭설에 따른 119구조는 13건에 58명이다. 구급도 40건 53명에 이른다. 안전조치 9건, 화재 1건 등 구조·구급 인원만 101명에 달한다.
농작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계속된 폭설과 한파로 월동무를 비롯해 노지감귤, 한라봉, 콜라비, 브로콜리, 깻잎 등의 농작물의 냉해 피해가 늘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수확하지 않은 월동무 재배 면적 785㏊ 중 80%인 600㏊ 이상이 냉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쌓인 눈을 견디지 못해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한파가 몰아친 5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의 한 황금향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연일 쌓인 눈을 치우며 힘겨운 겨울살이에 지쳐가는 가구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제주시 월평동에 사는 김모씨(48)는 “지난 주에는 수도가 얼어 3일간 고생했는데 어제(5일)부터는 쌓인 눈이 녹으면서 베란다에 녹아들어 집안 전체가 물난리가 났다”면서 “계속되는 한파.폭설에 눈 치우기도 힘이 들 정도로 지치고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1월에 이어 2월에 들어서까지 제주시 기준 강설기간이 16일에 이르고 있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익숙한 제주도민들이 느닷없이 지속되는 강추위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