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며 전격 '사직'을 표명했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오전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이뤄진 사의 표명이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의미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장관은 취임 한 달을 앞둔 지난 8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날에는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검찰 개혁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조 장관은 "이제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며 "어느 정권도 못 한 일"이라고 평했다.
조 장관은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며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 덕분이다. 국민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찰 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 이 멀다"며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조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끝으로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허허벌판에서도 검찰 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 이번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 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 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