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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창가에서] 감염병 시대, K-방역을 너머 K-보건의료를 준비하자

 

여름도 끝나가는 9월 초, 제주도 코로나19 환자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아마 필자의 짐작으로는 2차, 3차 감염으로 인해 수십 명의 코로나19 양성 환자들이 검사를 받지 않았을 뿐 일상생활을 하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이러한 생각이 무리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 9월에 재유행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고, 앞으로 최소 3년은 지나야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에 적응을 하게 된다는 것 역시 상식적인 예상이었다. 문제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로 이어지는 비슷한 감염병들이 앞으로 줄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료약이나 백신은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적이다.

 

감염병 창궐 없는 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허버트 조지 웰스 원작으로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진 ‘우주전쟁’을 보면 인류가 멸망할 지경까지 갔다가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이러스 때문에 다 죽으면서 기사회생한다.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그렇게 될 줄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한 절망을 안겨준 것이 최근 보여지는 신종 바이러스들의 출현이다.

 

인간은 언제든지 역경을 이겨냈고, 바이러스 정도야 치료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면 된다는 생각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 바이러스 특성상 변이를 자주 하기에 치료약 개발은 불가능하고, 만들어도 효과도 낮다. 예방백신은 효과 기간도 4개월 안팎으로 짧거니와 반복해서 맞아야 하고, 앞으로 등장하는 모든 바이러스에 접종을 해야 할 것인지 답이 안 나온다.

 

인류 역사는 전염병과 싸움을 벌여왔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과 같은 것들이 ‘역병(疫病)’이라는 이름으로 유행을 하게 되면 수십에서 수 천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이러한 전염병들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나 잘 알려지고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만큼 위생이나 예방이 발달하게 되어 퇴치가 가능해졌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새로운 감염병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신종 바이러스’들이다. 도시가 발달하고, 자연이 파괴되면서 영역을 달리하면서 공존하던 동물들과 접촉이 늘면서 인간에게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최근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들이 모두 박쥐, 돼지 등 동물 기원 바이러스 변종들이다.

 

‘인플루엔자(독감)’는 원래 조류에게서만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라고 한다. 이러한 조류 인플루엔자들이 인간과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옮겨왔고, 적응하기 좋았던지 일부는 사람간 전파로 고착화되었다. 이전에도 간혹 있었지만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게 바로 1918년 ‘스페인 독감(원래는 미국에서 시작)’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수 천만 명 사망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인 조선에서도 10만 명 넘게 사망했다.

 

쉬지 않고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것도 많아지고, 그 변종들이 나타나서 세계를 걱정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단시간에 종식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는 이전 세상과 달라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K-보건의료 체계가 필요한 시기

 

팔라우 등 태평양 10개 섬나라들이 강력한 국경봉쇄로 코로나19 확진자 ‘제로’라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팔라우의 경우에 제주도 1/3 면적에 인구 2만의 작은 섬나라로서 관광수입이 전체 GDP 40%인데, 봉쇄조치로 인해 호텔, 식당, 기념품 가게 등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로 나라 자체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지금은 버티지만 이 상황이 1년, 2년 가게 되면 모두 죽는다는 공멸 의식이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상태라고 한다.

 

아직도 코로나19의 간헐적인 폭발이 벌어지고, 제주도에도 연이어 발생하면서 눈 앞의 코로나를 막기도 바쁜 이 시점에 뜬금없이 방역보다도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의아해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옆 동네에 코로나19 환자가 떴다는데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온 제주 사람들이 불안에 떨면서 학교 정문도 닫고, 가게 문도 닫아야 할 것인가? 오히려 지금이 ‘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제주도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게끔 만반의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기에 언급하는 것이다.

 

세계가 칭송했던 K-방역은 메르스 사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많은 의료인들이나 공무원들의 노고, 시민들의 협조 덕에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이다. 코로나19는 이미 지역감염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에 언제라도 여기저기에서 집단 발병이 가능한 상태이다. 전쟁 때보다도 더하다는 경제 봉쇄를 앞으로 2~3년 지속할 것인가? 이 시기에 중기 대책, 장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중앙정부도 제주도도 미처 생각을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K-보건의료를 주도하자

 

앞선 글(1편)에서 제주도는 더 이상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했다. 지역감염 시기에 어디가 안전하다는 말은 무색하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제주도와 같은 관광지이면서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은 코로나19가 하루에 10~20명만 발생하더라도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고 만다.

 

첫째, 제주도는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했을 때 육지부로 옮기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무조건 섬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적은 수이지만 폭발적 환자 발생시에는 대책이 없다.

 

둘째, 제주도는 감염병 환자 다수 발생에 따른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 도내 격리병상이 77개이고, 그 중 음압병상은 12개(제주대학교병원 9개, 서귀포의료원 3개), 격리 중환자실은 5개뿐이다. 제주도에서 어느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격리병상, 격리중환자실 부족으로 제주도는 대구에서처럼 의료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보통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을 보면 65세 이상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서는 절반 가까이 중환자실로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거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는 요양시설 어느 한 곳에서 10~20명 집단 발병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보면 알 것이다. 그리고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전파되면서 금세 100여 명의 신규 환자가 치료를 하게 된다면 턱없이 부족한 병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참고: 제주도 내 요양병원 10개, 요양시설 65개)

 

이러한 문제들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비슷한 처치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먼저 감염병 장기화에 대비한 K-보건의료를 만들어나가자.

 

① 제주대학교병원에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의사를 비롯한 간호사 등 인력과 장비, 격리 음압 병상 등을 갖추고, 평소에는 일반 환자 진료를 할 수도 있으면서 비상시에는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도록 마련하면 재정 낭비 등도 막을 수 있다.

 

② 제주대학교병원,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에 격리(음압)병상, 격리중환자실을 최대한 갖추도록 해야 한다.

 

③ 감염병 위기가 오는 비상시에는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마련해놔야 한다.

 

④ 취약 계층에 대한 장애인건강주치의,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 등을 잘 활용해서 건강 점검 및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공공의료는 별 거 아니다. 이러한 체계가 잘 갖추어지는 것들이 의료의 공공성, 즉 공공의료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감염병 관련 인력, 시설들 상황을 파악하고, 환자가 어느 정도 차치하고 있는지, 생활시설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매일 공개하자. 그래야 도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그리고 제주도는 하루에 10명, 20명, 50명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등을 시물레이션 하면서 여러 단위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때때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방위 훈련을 이용해서 분기별로 해보면 좋을 것이다.

 

코로나 19가 떴다고 도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공포감과 절망감 때문이다. 공포감은 신종 감염병의 무서움 자체로 생기지만 절망감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결코 어려운 내용들이 아니다. 이러한 준비를 잘한다면 전국의 모범이 될 것이고, 코로나19가 언제든 나타나 주변을 떠돌더라도 도민들은 인플루엔자 유행철을 지내는 느낌으로 안심하고 생업을 유지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게 될 ‘With Corona’의 시대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만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다음편으로 계속>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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