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미 공화당 근거지인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 위스콘신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콕 집어 10∼50% 추가 관세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첫 품목별 보편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제품도 25%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그동안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없어졌다. 대미對美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29억 달러·9%)은 US스틸 등 현지 업체에 비해 불리해졌다. 중국산의 덤핑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20% 추가관세+25% 철강 관세’의 이중고를 겪는 1위 캐나다(71억 달러·23%), 2위 멕시코(35억 달러·11%)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한 열연강판은 25% 관세를 물어도 미국산과 가격이 비슷하다. 다행히 자동차용 강판·컬러강판·강관 등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글로벌 관세전쟁도 결국 우리가 대응하기
4년간의 재수 끝에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정조준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폐지,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사업 참여 등 4종 세트를 동원해 압박했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우려했던 관세와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를 동시 거론하면서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액션을 취한 셈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다른 방식으로도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당장 팩트가 틀린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對美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했다. 한국이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임을 지목한 것 같다. 그러나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98%의 품목에 관세율 0%가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임 정부가 법으로 정한 것도 뒤집을 태세다.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하다”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 돈(반도체 보조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원하는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한국은행이 2월 2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넉달 새 0.4%포인트 미끄러졌다. 지난해 2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0.8%포인트 내려갔다. 가히 ‘성장률 쇼크’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1.8%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신산업이 도입되지 않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005년과 지난해 10대 수출품목을 비교하면 컴퓨터가 밀려나고 가전제품이 올라선 정도였다. 문제는 성장률이 더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1.4%까지 내려갈 것으로 한은이 예측했다. 이쯤 되면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론’을 반박하기 어렵다.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내리막이라는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온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주저앉았다. 고착화한 저성장은 혁신하지 못한 채 있는 것을 까먹은 결과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여야정 대표의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20일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116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 현안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추경은 민생 지원·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산업 지원·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내용을 실무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반도체법과 연금개혁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국정협의회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우원식 의장이 거론한 지 두 달여 만에야 성사됐다. 한덕수 전 대행과 우원식 의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만나 국정협의체 조기 구성을 논의했다. 여야는 당초 지난해 12월 26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좌초됐다. 지난해 말 우원식 의장이 다시 제안했다. 2월 국회 시작과 함께 10~11일 개최하려다가 또 늦어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추경 편성이다. 여야 모두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0.4%포인트 낮다. 불과 3개월 사이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나 차이 난 핵심 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다. KDI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갈등이 격화하거나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1% 초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한국은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쿼터로 물량을 제한받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이것이 3월 12일부터 폐지되고 25% 관세를 적용받을 판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첫 타깃으로 삼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까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매기는 품목별 보편관세의 표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 활용술이 실체를 드러냈다. 4일(현지시간) 시행하려던 멕시코·캐나다 대상 25% 관세 부과는 한달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는 펜타닐 마약 유입 및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당사국들이 밀고 당기기 협상을 한 결과다. 트럼프가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유가 있을 게다.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영향을 받는 등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과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했을 것이다. 시간을 끌며 상대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내자는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관세를 활용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며,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달래고 어르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멕시코·캐나다와 달리 중국 제품에는 미국이 4일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산 품목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벌어졌던 미·중 관세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집중한 수출 전략을 펴기도 어렵다. 지난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계엄 쇼크’는 훨씬 심각했다.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전망치(0.5%)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이 또한 한은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성장을 갉아먹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저성장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체감경기와 경제심리가 갈수록 악화하고 대외환경도 사면초가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1로 지난해 4분기(85) 대비 24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3분기(55)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이 조사한 1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85.9였다. 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 87.3으로 뚝 떨어진 뒤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BSI와 CBSI 모두 기준선 100을 밑돌수록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9%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도 1.6~1.7%로 낮출 태세다. 이
12·3 내란 사태가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비상계엄 선포는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가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5만2000명 감소했다. 월별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2월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침체기에는 고용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도 상용직은 증가한 반면 일용직은 15만명 감소했다. 실업자가 111만5000명으로 17만1000명 늘었다. 실업률도 3.8%로 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5.9%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연간 고용 실적도 저조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15만9000명으로 2023년(32만명)의 절반에 그쳤다. 정부 목표(23만명)에 한참 모자랐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방치하고 이렇다 할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지 못한 결과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394.7원에서 1472.5원까지 치솟았다. 한달 새 원화가치가 5.3% 급락했다. 주요 30개국(G30) 중 전쟁 와중인 러시아(-6.4%) 루블화
기술 발전과 산업 변화를 체감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세계적 박람회와 토론회는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큰 1월에 집중된다. 올해도 둘째주부터 이어졌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7~10일)를 필두로 117년 전통의 자동차 박람회인 디트로이트 오토쇼(10~20일), 주요국 정계·관계·재계 인사들이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20~24일·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들 이벤트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기업인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거나 경쟁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소용돌이 속 정치인과 정부인사 참석도 예년보다 적어 경제외교에서도 소외될 판이다. 166개국 4800여 기업이 참여한 CES 2025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해 산업과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전과 IT,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AI, 모빌리티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가 매서웠다. 가전업체 하이센스와 TCL은 삼성전자 주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스마트 키친, 가정용 로봇 등 AI를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웨어러블 로봇,
2024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은 국내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큰 사건사고를 겪었다. 바로 12·3 내란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내란 사태는 국격을 실추시켰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급락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고, 원·달러 환율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제주항공 참사는 한국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후진국으로 인식시켰다.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이어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안전 불감증의 나라임을 노출시켰다. 내란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국정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겹쳐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의 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재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섰다. 저성장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상계엄·탄핵 정국의 정치불안이 더해져 다층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한 와중에 고율 관세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럼프 스톰’까지 몰아닥쳤다. 대내외 경제 상황은 온통 빨간불이다.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고,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마저 흔들린다.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수출, 투자, 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