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데 지난해 겨울,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계엄 선포 및 대통령 탄핵 요건, 내란죄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올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숙제가 등장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소추에 이 후보를 둘러싼 다른 재판들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게다가 5월 첫날, 거대 양당이 시시각각 벌인 공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5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한덕수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 처리를 거론했다. 밤 9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 그 길이 멀어지게 생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2년이나 늦춰 잡았다. 더구나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퇴보다.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3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인 경상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IMF 전망에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로 기진맥진 상태인 한국 경제 현실이 담겼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와중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쏘아올린 관세폭탄에 미국 시장과 국민이 힘들어 못살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14%포인트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0%에 그쳤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56.0%)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부정평가는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발한 관세전쟁은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처음에 아주 큰 것 100을 내놓으라고 심하게 겁박한다. 상대방은 물론 주변국과 국제사회도 너무 심하고 엉뚱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밀어붙인다. 그러다가 밀고 당기며 통첩 시한에 임박하거나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뒤 양보하거나 크게 인심을 쓰듯 ‘절반만 가져갈 테니 내놓으라’고 한다. 상대방은 ‘우리가 애써 절반을 지켰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국제 법규와 관례를 무시한 무례한 요구를 한 트럼프를 원망하기는커녕 되레 고마워하면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70여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다가 정착 발효 당일인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없던 관세 10%를 부과하는 것임에도 많은 국가들이 24~46%의 상호관세를 당분간 피하게 됐다며 안심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발효 전날까지 “건강해지려면 쓴 약도 들어야 한다”며 강행할 태세였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더러 국정에서 “손을 떼라(Hands Off)”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심했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인용으로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111일 만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의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을 걷도록 정치권이 노력할 때다. 파면된 윤 대통령 자신과 여당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승복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뜻과 다른 선고가 나왔다고 불복 저항하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증오와 선동의 언어로 갈등을 조장하거나 상대 정치세력을 악마화하지 않아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정치·경제·사회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통합이다. 탄핵을 반대한 윤 대통령 지지층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이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성찰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와 정당이 정부·의회 권력을 잡고 승자독식하는 선거제도와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정치판은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일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미 공화당 근거지인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 위스콘신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콕 집어 10∼50% 추가 관세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첫 품목별 보편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제품도 25%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그동안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없어졌다. 대미對美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29억 달러·9%)은 US스틸 등 현지 업체에 비해 불리해졌다. 중국산의 덤핑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20% 추가관세+25% 철강 관세’의 이중고를 겪는 1위 캐나다(71억 달러·23%), 2위 멕시코(35억 달러·11%)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한 열연강판은 25% 관세를 물어도 미국산과 가격이 비슷하다. 다행히 자동차용 강판·컬러강판·강관 등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글로벌 관세전쟁도 결국 우리가 대응하기
4년간의 재수 끝에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정조준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폐지,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사업 참여 등 4종 세트를 동원해 압박했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우려했던 관세와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를 동시 거론하면서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액션을 취한 셈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다른 방식으로도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당장 팩트가 틀린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對美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했다. 한국이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임을 지목한 것 같다. 그러나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98%의 품목에 관세율 0%가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임 정부가 법으로 정한 것도 뒤집을 태세다.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하다”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 돈(반도체 보조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원하는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한국은행이 2월 2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넉달 새 0.4%포인트 미끄러졌다. 지난해 2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0.8%포인트 내려갔다. 가히 ‘성장률 쇼크’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1.8%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신산업이 도입되지 않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005년과 지난해 10대 수출품목을 비교하면 컴퓨터가 밀려나고 가전제품이 올라선 정도였다. 문제는 성장률이 더 고꾸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1.4%까지 내려갈 것으로 한은이 예측했다. 이쯤 되면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론’을 반박하기 어렵다.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내리막이라는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온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주저앉았다. 고착화한 저성장은 혁신하지 못한 채 있는 것을 까먹은 결과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여야정 대표의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20일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116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 현안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추경은 민생 지원·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산업 지원·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내용을 실무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반도체법과 연금개혁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국정협의회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우원식 의장이 거론한 지 두 달여 만에야 성사됐다. 한덕수 전 대행과 우원식 의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만나 국정협의체 조기 구성을 논의했다. 여야는 당초 지난해 12월 26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좌초됐다. 지난해 말 우원식 의장이 다시 제안했다. 2월 국회 시작과 함께 10~11일 개최하려다가 또 늦어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추경 편성이다. 여야 모두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