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에 이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한 1시간 30분보다 1시간을 더 넘겨 2시간32분 동안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많이 가진 것은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자 선물ㆍ옵션 만기가 겹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네 마녀의 날’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전날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최고치도 뛰어넘어 3344.20으로 마감했다. 대선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및 증시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의 세법 개정안대로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할지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고 해서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뿐만 아니라 1.0%에도 못 미치는 0.9%로 예상된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여러 신기록을 보유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 증액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728조원.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8.1%에 이르는 팽창예산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700조원 시대를 개막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지출만큼 세금 징수 등 수입이 떠받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 대비 22조6000억원(3.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만 110조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불어나 1415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약속이나 한 듯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조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8월 22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인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은 1월 전망치(1.8%)를 반토막 냈다. 한은이 8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내놓은 수정 전망은 5월 전망치(0.8%)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 둘 다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2010년 3%대였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 위축 등으로 올해 1%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국인 대만이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1%에서 4.45%로 높인 것과 대비된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정부 스스로 0%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0.1%) 이후 처음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로 내수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와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 등 대내외 여건의 불안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전략에 담긴 이재명 정부의 경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었다. 10개 기업들은 나프타분해시설(NCC) 270만~370만톤t을 줄이고 고부가가치ㆍ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 아래 금융ㆍ세제ㆍ연구개발(R&D) 등을 아우르는 기업별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NCC 감축량은 국내 생산능력(1470만t)의 18~25%에 해당한다. 정부로선 ‘빅딜’을 주도하진 않겠지만 사업 재편을 회피하는 ‘무임승차’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국내에서 한해 소비되는 에틸렌은 800만~900만t이다. 2016년 2219만t의 에틸렌을 생산했던 중국이 꾸준히 생산량을 늘렸고, 2027년 7225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산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어려우니 국내 소비량 정도로 생산을 줄이라는 게 정부 주문이다. 이제라도 구조개편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지만,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한참 늦었다. 일본과 유럽은 설비 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에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육성하는 체질 개선에 나선 지 오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정책 밑그림이 공개됐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1호 과제인 개헌을 필두로 검찰·국방 개혁,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지역ㆍ계층 간 불평등 해소까지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았다. 경제 분야는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등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 강조한 ‘진짜 성장’이 핵심이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AI·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꼽았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산업화 밑거름이 됐고, 1990년대 후반 초고속통신망 구축이 디지털 전환을 이끈 것처럼 AI·에너지 고속도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AI 고속도로는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해 산업과 지역 전반의 AI 대전환을 꾀하자는 것이다.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장 이상 확보하고, 산업ㆍ지역에 AI를 확산시킨다. AI활용 교육과 더불어 안전하고 윤리적인 기반을 조성해 모두가 AI를 향유하는 ‘AI 기본사회’를 구현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주된 수요처인 수도권 등 전국에 효율적으로 연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7일 공식 발효됐다. 이로써 세계 각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최저 10%, 최고 41%의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됐다. 한국도 13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잃고 15% 관세를 물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그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하한 또 다른 관세폭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100%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다. 지난해 대미(對美) 수출액이 106억 달러로 자동차(347억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비중이 크다. 중국ㆍ대만ㆍ베트남에서 조립ㆍ가공돼 우회 수출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약속하거나 지금 짓고 있다면 관세는 없다”고 말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 투자 압박에 몰릴 수 있다. 의약품의 품목 관세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약간의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에서 1년 반 뒤 150%로 올리고, 나중에 250%까지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에 의약품을 팔고 싶으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관세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다. 인도
한국에서 은행 등 금융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업종으로 통한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지 않은 채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이자만 받으며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10조3254억원으로 역대 최대이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증가율(10.5%)이 두자릿수다. 경기침체와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실물경제 위기감이 커져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며 울상인데 금융권만 배 불리며 웃는 모양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이 21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수익의 75%를 차지한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예금금리만 재빨리 내린 채 대출금리는 거의 낮추지 않은 탓에 이익이 급증했다. 금리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금융사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은행들은 대출금리에 금리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지침
올 2분기 경제가 1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0.5%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2분기부터 네분기째 –0.2~0.1%를 맴돌던 경제가 깜짝 성장한 것은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 덕분이다.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민간소비가 늘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한 수출도 거들었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은 녹록지 않다. 1ㆍ2분기 연속 감소한 설비·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1ㆍ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가 3분기부터 나타나겠지만, 미국발 관세전쟁 후폭풍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이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심리도 기진맥진이다. 한은이 조사한 7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90.0으로 6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2.5포인트 급락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92.6으로 2022년 4월부터 41개월째 ‘부진’이 이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여파로 수출 감소가 현실화할 것을 염려해서다. 하반기 경제 기상도는 2분기까지와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성장을 수출이 주도한 것과 달리 3분기부터는
지난 5월 13개월 만에 20만명대로 올라섰던 취업자 증가폭이 6월(18만3000명)에 다시 10만명대로 내려갔다.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은 벌써 12개월째, 경기가 부진한 건설업은 14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도 9개월 연속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무급가족 종사자도 4만~6만여명씩 감소했다. 종업원을 내보낸 뒤 가족끼리 또는 홀로 영업하며 버티던 자영업자들까지 줄줄이 폐업하고 있음이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청년층 취업자가 계속 감소하는 점이다. 6월 취업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34만8000명)·30대(11만6000명)에서 늘어난 반면 20대(-15만2000명)는 줄었다. 15∼29세 청년층 전체로는 1년 전보다 17만3000명 감소했다. 그 결과 청년층 고용률도 1.0%포인트 하락한 45.6%에 머물렀다. 전체 평균 고용률 70.3%와 크게 차이 날 뿐만 아니라 평균 고용률이 0.4%포인트 상승한 것과 달리 청년 고용률은 떨어졌다. 청년 고용률은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게다가 일도 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 인구도 40만8000명에 이른다. 이 땅의 청년들은 취업난과 창업 포기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첫 기자회견은 시점과 형식, 내용 모두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됐다. 우선 취임 30일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간에 회견을 했다. 질문자를 지명하기도 했지만, 기자 명함을 넣은 상자 안에서 무작위로 뽑아 선정했다. 풀뿌리 지역 언론에도 영상으로 질문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의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 콘셉트에 맞게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게 배치했다. 좌석도 둥그런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배열했다. 이 대통령은 사전 조율 없는 민감한 질문에도 참모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답변했다.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이어서인지 날선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 라면에 계란 넣어 먹기 부담스러운 생활물가, 시한이 임박한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협상,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혁 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대 내각 및 검찰 인사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되고, 모래만 모으면 모래더미가 된다”며 진영에 따른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과 관련해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곳곳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행태와 메시지가 보이고 읽힌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눈이 띄는 부분은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된 배경훈(49)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은 한국형 추론 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앞서 대통령실에 합류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출신 하정우(48) AI 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AI 드라이브’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 지명된 한성숙(58) 전 네이버 대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네이버를 빅테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수장으로 전문가를 발탁한 적이 있었지만 교수 출신이 많았다. 이번처럼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실전형 전문가들로 관련 부처 라인업을 형성하진 않았다. 요컨대 ‘AI 3대 강국’ 달성, ‘소버린(주권) AI 개발’ 등 새 정부의 핵심 도전 과제를 기업인 출신들의 혁신 역량에 바탕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에 부합한다. 윤석열 정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