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예년보다 일찍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도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답답하고 우울한 소식들이다. 소비가 부진해 장사가 안되고, 경기가 침체해 세금이 덜 걷힌다. 가계부채가 악화하며 쌓이는데 집값은 다시 또 오른다. 게다가 어디가 갑자기 아파도 병원에서 치료받기조차 힘들다. 오랜 고물가ㆍ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이 8개 분기 연속 축소하며 평균 100만원 선에 턱걸이했다. 이런 판에 안정돼 가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며 디딤돌ㆍ버팀목대출 등 저금리 정책 대출을 풀어 집 구매를 독려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집값과 전셋값이 다시 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 투자)’가 재연됐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그 결과, 불어나는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집계되는 등 물가가 점차 안정되는 추세다. 물가상승률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만한데 급등세인 집값 때문에 한국은행이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블록버스터급’
정부가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 규모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증가율로는 역대 최저인 올해 2.8%보다 높지만, 내년 경상성장률(실질 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4.5%보다 낮은 ‘긴축 예산’이다. 정부가 3년 연속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고 취약층 보호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가 씀씀이를 최소화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도 국가채무는 올해 1196조원에서 내년 1277조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7.4%에서 내년 48. 3%로 높아진다. 문제는 저출생ㆍ고령화로 재정 운용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정비용처럼 빠져나가는 의무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 정부 계획대로 지출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과 국채 이자,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다. 의무지출은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재량지출과 상반된 개념이다. 의무지출은 이미 올해 전체 재정지출에서 52.9%를 차지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5.7%씩 늘어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현행 연 3.50%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3.5%로 묶은 이후 13번째 동결이다. 뛰는 아파트값과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염려한 조치다. 하지만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7월 회의 때 2명이었던 금리인하 가능성 견해를 피력한 금통위원 수가 4명으로 늘었다. 이 총재는 “물가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금리동결 이유를 밝혔다. 7월 금통위 직후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준비할 상황”이라고 밝혔는데 시장은 더 나빠졌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이 뛰고, 불안심리에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달아 올렸는데도 효과가 없다. 서울 아파트 값은 22주 연속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8월 들어 보름 새 4조1795억원 불어났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심상치 않다.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거 최고점에 근접하던 주택 거래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으로 불이 옮겨 붙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집을 사지 않는다. 주택 거래와 가계대출은 흐름을 같이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은행권 가계대출이 4~7월 넉달째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7000억원, 6월 6조2000억원에 이어 7월에도 5조6000억원 급증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리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건설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며 신규 주택공급이 위축됐다.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자 신축 아파트 구매심리가 살아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ㆍ다가구 등 비非아파트를 불안해하는 실거주자들이 아파트 전세 수요를 떠받쳤다. 정책 오류도 자못 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하게 싼 금리로 돈을 풀었다. 그 결과, 4~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60%는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국토교통부가 공급한 정책금융 상품이 차지했다. 디딤돌ㆍ버팀목 대출은 정부가 기금을 통해 금리차액을 보
‘글로벌 ATM(현금인출기)’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 ‘떨어질 때는 폭삭, 오를 때는 찔끔’. 허약 체질의 한국 증시를 빗댄 표현이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5일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 증시가 이를 거듭 입증했다. 블랙 먼데이 전후 사흘간의 주가를 보면 일본은 폭락분의 약 70%를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역대 하락분을 만회하기에 힘이 부쳤다. 그나마 코스피를 반등시킨 주역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7월 초까지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했다. 상반기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7월 10일 36.1%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외국인이 1조4495억원을 순매도하자 코스피는 8.87% 폭락했다. 외국인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외국인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증시가 흔들리는 ‘윔블던 효과’가 현실화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신흥국에서 먼저 돈을 빼내가는 속성이 있다. 그러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선진국부터 투자한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지만,
2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역성장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1년 반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1분기에 반짝했던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감소세로 바뀌었다. 1분기에도 위축됐던 설비투자는 감소폭이 커졌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 개선 흐름 지속, 수출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개선, 물가둔화에서 비롯된 실질소득 회복을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7월 경제동향에선 “제조업ㆍ수출 호조세에 내수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분기 경제성적표를 보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데다 1분기 수출이 주도한 깜짝성장이 설비투자와 내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재정을 조기 집행한 덕분에 정부소비가 역성장폭을 줄이며 버텼지만, 하반기에는 시간이 갈수록 재정 여력이 약해져 내수 부진은 더 심화할 수 있다. 고금리ㆍ고물가 속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0년 내 최고치로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대변되는 건설경기는 여전히 냉랭한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
2025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이나 결정 방식을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 불만이다. 최저임금 수준과 도입 역사, 결정 과정 등을 볼 때 정비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9860원)보다 170원 오른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1.7%. 코로나19 사태 와중이었던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다.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6%)에 못 미친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경영계는 음식점ㆍ편의점ㆍ택시운송업 등 위기 업종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심리적 마지노선 1만원이 무너졌다고 불만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적절한지 평가할 때 흔히 쓰는 기준은 ‘중위임금의 60%’다. 이를 넘어서면 사회ㆍ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중위임금의 65.8%다. 주요 7개국(G7) 평균(52.9%)보다 높다. 내년 최저임금 상승폭이 예년보다 적지만, 한국 최저임금은 올해 이미 일본(8300원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먼저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6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 5월 대비 한달 새 6조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000억원 줄어든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급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에 줄었다가 4~6월 석달째 증가했다. 특히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부동산담보대출 급증세와 함께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9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5188건)이 5000건을 넘어섰다. 6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7월말까지이므로 20여일 남았는데, 벌써 4월 거래량(4990건)을 능가했다.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도 1만8830건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실거래가도 올랐다. 일부 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가 오르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감세,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완화가 가세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
정부가 3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단기 대응은 경제정책방향(14쪽)에, 구조적 문제 해결 등 중장기 과제는 역동경제 로드맵(69쪽)에 담았다. 100쪽 가까운 자료에 수많은 정책을 열거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거대 야당을 설득하느냐’를 풀어줄 만한 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맞췄다. 위기 상황의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를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배달료와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총 25조원 규모의 종합 지원 대책이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에 14조원, 기금 확대에 10조원, 점포철거비ㆍ취업 등에 1조원이 소요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원 액수는) 가용 재원 내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징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적다. 세수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펑크 날 판이다. 확실한 세입 확보 방안이 없는 지원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소상공인과
2024년 6월 19일은 기상관측 이래 6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경북 경주는 기온이 한때 37.7도까지 치솟았다. 이틀 뒤 21일 서울에서 밤 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올여름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르고,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빨랐다. 6월 중 열대야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타났다. 더위는 잠을 설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 이른 폭염 탓에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이 한달 새 86% 올랐다. 고온에 취약한 상추류 가격이 180% 급등했다. 대파 값도 50% 상승했다. 올여름 역대 최강의 폭염이 예고되면서 농식품발(發) 물가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히트플레이션(heat·열+inflation)’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이 만연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대 물가안정은 물 건너간다. 폭염이 몰고 올 피해의 전조는 날씨 통계로 가늠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들어 20일까지 폭염 일수(2.4일)는 평년 6월 한 달 폭염 일수(0.6일)의 4
정부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27년까지 저출생 추세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늦었지만 정부가 그간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은 진전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동안 해온 대책의 요건과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식의 재탕이다. ‘돌봄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최대 250만원으로 높이고, 육아ㆍ출산 휴직 기간과 횟수도 늘린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해 최대 12시간까지 교육ㆍ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지원을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확대한다 등등…’ 이같은 하던 대로식 대책으로 저출생 추세 반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출생 대책 대부분이 일자리가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도 문제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출산ㆍ육아 휴직 사각지대가 넓다. 급증하는 플랫폼ㆍ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도입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 뜬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모습이다. 3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 2015년 3월 말(0.5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권이 이렇지 전체 금융권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1112조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51% 증가했다. 게다가 그중 석달 이상 연체한 대출액은 31조원으로 1년 새 53% 급증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장기화한 고금리ㆍ고물가와 내수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그동안 네 차례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버텨왔지만, 지난해 9월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매출 감소와 인건비ㆍ원자재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폐업 점포수/전체 점포수)은 9.5%로 2022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가 5922개로 4년 만에 최대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도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