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곳곳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행태와 메시지가 보이고 읽힌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눈이 띄는 부분은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된 배경훈(49)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은 한국형 추론 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앞서 대통령실에 합류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출신 하정우(48) AI 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AI 드라이브’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 지명된 한성숙(58) 전 네이버 대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네이버를 빅테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수장으로 전문가를 발탁한 적이 있었지만 교수 출신이 많았다. 이번처럼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실전형 전문가들로 관련 부처 라인업을 형성하진 않았다. 요컨대 ‘AI 3대 강국’ 달성, ‘소버린(주권) AI 개발’ 등 새 정부의 핵심 도전 과제를 기업인 출신들의 혁신 역량에 바탕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에 부합한다. 윤석열 정부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
6월 4일 오전 6시21분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신설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2시간20분 간 TF 첫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향으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웠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덧붙였다. 증시에 안도감이 퍼지면서 코스피지수는 허니문 랠리로 4~5일 이틀간 6.6% 넘게 올랐다. 외국인이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도 1358원선으로 내려가며 비상계엄 선포 이전인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대통령 취임 첫날 주가가 하락하는 징크스가 17년 만에 깨졌다. 대통령 취임 당일 코스피지수가 상승 마감한 것은 17대 이명박 대통령(2008년 1.34%)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비상경제대응TF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논의에 들어갔다. 최근 경제상황은 이 대통령이 “모든 영역에서 복합위기”라고 진단할 정도로 심각하다. 내수침체의 골이 깊은 데다 경제의 버팀목
경제성장률 통계 산출기관인 한국은행마저 끝내 5월 29일 올해 0%대 전망 대열에 합류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난 2월 1.5%로 내다봤던 것을 불과 석달 만에 0.8%로 거의 반 토막 낸 것은 충격적이다. 앞서 14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반토막 낸 바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 과정도 놀랍다. 지난해 8월까지 2.1%로 전망했던 것이 석 달 만인 11월 1.9%로 내려갔다. 다시 석달 뒤인 올해 2월 1.5%를 거쳐 이번에 0.8%로 추락했다. 3개월 새 0.7%포인트, 6개월 새 1.1%포인트, 9개월 새 1.3%포인트가 깎였다. 경제가 1.0% 미만 성장에 머문 것은 1998년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차례뿐이었다. 정책 대응이 미흡한 측면도 있었지만, 핵심 요인은 대외환경 악화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발 관세전쟁 충격 등 대외 요인 때문만이 아닌 오랜 내수 침체에다 비상계엄 선포·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불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0.2%) 이후 3분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이 6·3 조기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도 공약집을 내놓지 않아 유권자들이 ‘깜깜이 선거’에 내몰렸다. 국민의힘은 25~26일께, 민주당은 27~29일께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결국 재외유권자는 공약집도 없이 투표를 마치게 됐다. 유권자 25만8254명이 20~25일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데 공약집을 확인조차 못했다. 지역·주제별로 따로따로 내놓은 ‘쪽공약’만 공개됐다. 세 차례 TV토론 중 경제(18일)·사회(23일) 분야를 주제로 한 두차례 토론은 공약집 없이 진행됐다. 3차 토론이 27일이니 사실상 모든 TV토론이 ‘무無공약집 토론’이 될 판이다. 정책 토론과 상호 검증 기회를 양대 정당 스스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진행된다. 지난해 총선의 사전투표 비중(46.7%)을 감안하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약집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없이 투표를 하게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선 공약집 늑장 제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대선 9일 전, 문재인 후보는 10일 전에 각각 공약집을 공개했다.
끝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14일 한국 경제에 대한 ‘0%대 성장률 전망’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2월 1.6%로 전망했던 것을 이번에 0.8%로 낮췄다. 3개월 새 성장률 전망치가 반토막 났다. 그동안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 8곳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4월 말 0.8%로 한달 새 0.6%포인트 급락했다. KDI의 수정 전망치는 IB 평균과 비슷하지만 정부기관이나 국책연구원 중 처음으로 0%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KDI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등에 따른 내수 부진이 0.3%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봤다. 수출과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민간소비 증가율도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투자·내수의 동반 급랭이다.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커지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시장은 벌써 실물경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규직 비중이 높고 처우도 괜찮은 제조업 취업자가 4월에 1
우리 사회의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데 지난해 겨울,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계엄 선포 및 대통령 탄핵 요건, 내란죄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올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숙제가 등장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소추에 이 후보를 둘러싼 다른 재판들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게다가 5월 첫날, 거대 양당이 시시각각 벌인 공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5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한덕수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 처리를 거론했다. 밤 9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 그 길이 멀어지게 생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2년이나 늦춰 잡았다. 더구나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퇴보다.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3년 전으로 뒷걸음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인 경상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IMF 전망에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로 기진맥진 상태인 한국 경제 현실이 담겼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와중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쏘아올린 관세폭탄에 미국 시장과 국민이 힘들어 못살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14%포인트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0%에 그쳤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56.0%)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부정평가는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발한 관세전쟁은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처음에 아주 큰 것 100을 내놓으라고 심하게 겁박한다. 상대방은 물론 주변국과 국제사회도 너무 심하고 엉뚱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밀어붙인다. 그러다가 밀고 당기며 통첩 시한에 임박하거나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뒤 양보하거나 크게 인심을 쓰듯 ‘절반만 가져갈 테니 내놓으라’고 한다. 상대방은 ‘우리가 애써 절반을 지켰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국제 법규와 관례를 무시한 무례한 요구를 한 트럼프를 원망하기는커녕 되레 고마워하면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70여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다가 정착 발효 당일인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없던 관세 10%를 부과하는 것임에도 많은 국가들이 24~46%의 상호관세를 당분간 피하게 됐다며 안심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발효 전날까지 “건강해지려면 쓴 약도 들어야 한다”며 강행할 태세였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더러 국정에서 “손을 떼라(Hands Off)”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심했다. 미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