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산업 변화를 체감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세계적 박람회와 토론회는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큰 1월에 집중된다. 올해도 둘째주부터 이어졌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7~10일)를 필두로 117년 전통의 자동차 박람회인 디트로이트 오토쇼(10~20일), 주요국 정계·관계·재계 인사들이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20~24일·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들 이벤트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기업인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거나 경쟁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소용돌이 속 정치인과 정부인사 참석도 예년보다 적어 경제외교에서도 소외될 판이다. 166개국 4800여 기업이 참여한 CES 2025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해 산업과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전과 IT,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AI, 모빌리티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가 매서웠다. 가전업체 하이센스와 TCL은 삼성전자 주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스마트 키친, 가정용 로봇 등 AI를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웨어러블 로봇,
2024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은 국내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큰 사건사고를 겪었다. 바로 12·3 내란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내란 사태는 국격을 실추시켰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급락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고, 원·달러 환율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제주항공 참사는 한국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후진국으로 인식시켰다.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이어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안전 불감증의 나라임을 노출시켰다. 내란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국정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겹쳐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의 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재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섰다. 저성장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상계엄·탄핵 정국의 정치불안이 더해져 다층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한 와중에 고율 관세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럼프 스톰’까지 몰아닥쳤다. 대내외 경제 상황은 온통 빨간불이다.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고,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마저 흔들린다.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수출, 투자, 소비
12ㆍ3 내란 사태 후 경제지표가 온통 빨간불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혼돈과 불안이 경제난을 가중시켰다. 기업들이 새해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연말ㆍ성탄절 특수를 앗아갔다. 그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과 서민들 삶은 더 팍팍해졌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실제로 12월 첫주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그 전주 대비 26.3% 줄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12월 초순 카드 이용액이 이렇게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침체 장기화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으로 내몰렸다. 여기저기서 빚내 생활하는 취약 자영업자의 3분기 대출 연체율이 11.55%로 치솟았다.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비상계엄ㆍ탄핵 정국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의 경기 전망도 암울해졌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
정국 불안과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 1450원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치솟은 1453.0원으로 출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고 당국의 시장 개입을 예고했다. 이후 1448~1453원을 오르내리다가 1451.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끌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한 게 도화선이 됐다.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달러 초강세를 촉발했다. 환율이 1450원을 뚫고 급등한 데는 강强달러와 한국경제 저성장을 비롯한 경제적 요인 외에 12·3 내란 사태 이후 정국 불안 등 정치적 요인이 가세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정부 목표보다 낮은 2.1%에 이어 내년에는 1.9%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
12ㆍ3 내란 사태가 미치는 파장은 전방위적이다. 금융ㆍ외환 시장이 시시각각 요동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음식점ㆍ숙박ㆍ여행업계는 고객들의 예약 취소로 한숨을 쉰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경계한다.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이자 국회의 계엄령 해제요구 결의안 의결 당일인 4일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이후 열린 6일 증시에서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위험도 커진다.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도 불안하다. 계엄 선포 전 1402원이던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 한때 1440원대로 급등했다. 이후 1420원대로 내려가던 환율은 12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하자 1430원대로 뛰었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보다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람들이 ‘카메라가 장착된 작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대한민국에서 45년 만에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도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회로 진입하려던 군 버스를 막아섰다.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군인들이 철수할 때는 “도와주자”며 길을 터줬다. 정부는 무장 군경이 출동하는 상황에서도 긴급재난문자 한통 보내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내용을 SNS와 전화로 알렸다. ‘인간 바리케이드’로 국회 봉쇄를 막은 시민들은 계엄군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들이 이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이 무력 대응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상사태가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된 배경에는 명분 없는 계엄령을 몸으로 거부한 시민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국가위기 상황’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았다.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상황이 생중계되면서 실시간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이처럼 깨어 있는 시민이 사회 이슈와 관련된 현장에서 전파하는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공공 이익을 증진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10월 금융통화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했고, 시장도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깜짝 금리인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나쁜 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은과 골드만삭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2.0%)에도 못 미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ㆍ미 간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해온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원자재와 농산물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 올해와 내년 이태 연속 불황이 이어지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 기업들이 힘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시각이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불과 한달도 안 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0%로 내렸다. IMF는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에 못 미치는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소매업과 건설을 비롯한 내수가 부진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 미ㆍ중 갈등, 우크라이나ㆍ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출혈 수출 공세는 이미 국내 중화학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포스코가 1제강공장에 이어 45년 넘게 가동한 포항 1선재공장을 19일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이 3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에틸렌 생산설비를 2500만톤(t) 늘렸다. 이는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 여파로 빅3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가동률이 70∼80% 아래로 내려갔다. LG화학은 여수 NC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주요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가 나타난 반면 한국은 역주행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나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번째 닥친 1400원대 환율이다. 주가 급락의 주된 요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을 위협받았다. 이런 ‘트럼프 포비아’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2기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더 강화될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로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률도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2.0%로 낮춘 배경이다. KDI는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10~20% 부과 조치는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보편관세가 내년으로 앞당겨 적용되면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
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0년)에 닻을 올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기 트럼프노믹스가 현실로 닥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집권 1기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조준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면, 이번에는 ‘보편관세’를 내세워 포괄적인 무역장벽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무역 상대국과 동일한 관세율 적용이 원칙인 ‘상호무역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매기고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게다가 트럼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도 공약했다. 중국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금융·투자·연구개발 등 중국과의 교류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 노선과 차별화하겠다
정부가 3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를 막으려 외국환평형기금을 4조~6조원 헐어 쓰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도시기금에서도 2조~3조원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 세수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면 다른 데서 돌려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용하겠다는 기금의 성격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외환 방파제’ 성격의 국가 비상금이다. 이미 지난해 같은 이유로 20조원을 전용했는데 올해 또 손대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국환평형기금 활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한달여 만에 이를 뒤집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위협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 금리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고,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다. 외환위기까지 겪은 나라에서 세수가 부족하다고 이태 연속 외국환평형기금을 헐어 쓰겠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악수(惡手)다. 주택도시기금 전용 발상도 명분이 약하다. 주택도시기금은 아파트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내는 돈으로 조성한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에 써야 할 주거복지 재원이다. 서민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8월 수정 전망치 0.5%보다 0.4%포인트 낮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는커녕 한은 전망치(2.4%) 달성도 쉽지 않다. 3분기 성장 부진은 수출 감소 때문이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화학제품 중심으로 0.4% 감소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도 심상찮다. 7~8월 두자릿수였던 증가율이 9월에 거의 반토막 났다. 성장률 기여도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로 거의 1%포인트 갉아먹었다. 12개월 연속 증가해온 전체 수출도 10월 1∼20일 327억6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미국ㆍ중국 간 무역 마찰이 심화하는 점은 수출전선의 암초다. 문제는 2ㆍ3분기 저성장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추정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다. 2020~ 2021년 2.4%였던 것이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