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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2022년 최저임금 논의 시작
노동계 vs 경영계 다시 갈등 ... 경제 반등했지만 안심 일러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시급 1만원에 맞춰 대폭 인상을 압박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가중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률이 아시아 최고라며 동결을 주장한다. 또한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음식숙박업 등을 배려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역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기 반등을 위해 최저임금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임기 내 1만원 목표 달성을 의식한 정부는 집권 초반 이태 연속 두자릿수 인상을 감행했다. 그러나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와 저임금 일자리 감소라는 ‘을(乙)들 간의 갈등’을 초래했다.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하며 빈부격차도 더 벌어졌다.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으며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낮아졌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2021년도 인상률은 역대 최저인 1.5%로 결정됐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8720원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임금 상승인 한편 기업 등 사용자에게는 비용 증가다. 문제는 임금 지급여력이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이 과속 인상된 2018년 말부터 28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3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4000명으로 1년 전 대비 9만4000명 줄었다. 최저임금도 못 받은 임금노동자 비율(미만율)은 최저임금이 역대 최저 인상률로 오른 지난해에도 15.6%였다. 특히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미만율은 36.3%에 이르렀다. 업종별로 볼 때 음식숙박업 미만율은 40%를 넘어선다.

 

법상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최근 현실은 정치에 휘둘려 물가나 생산성보다 높게 올랐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자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개선 효과보다 일자리 상실 역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매해 노사간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방식도 바꿀 때가 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총 32차례 결정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에 이른 경우는 7회에 불과했다. 나머지 25회는 표결로 정했는데 인상안이 낮으면 근로자 위원이, 높으면 사용자 위원이 불참해 회의가 파행했다. 

 

 

선진국처럼 최저임금을 법률로 정하는 법정 방식을 취하거나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미국은 2009년부터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로 11년째 유지하는 가운데 주별로 결정해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역별로 현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 중국도 성과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최저임금 결정 주기도 매년에서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중장기 최저임금이 제시되면 사용자들이 미리 대비하고, 한계업종의 부담을 분산시킴으로써 고용 안정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제하면서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 제조업체가 어려워지고, 보호를 받아야 할 취약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정 요건의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정부가 세금환급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주면 근로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생계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다. 

 

법정 고시시한(8월 5일)과 이의제기 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사회가 새 최저임금 체계에 적응해 고용을 유지하고 근로자 소득이 개선되느냐 여부는 현실적으로 경제성장률에 달려 있다. 2022년은 코로나19 극복 원년이 될 것이다. 미국ㆍ영국 등 백신개발 국가들은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해 확진자를 줄이는 한편 경제도 반등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도 1분기에 1.6% 성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 사태 직전 규모를 넘어섰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가 언제 다시 확산할지 모른다. 코로나가 극복돼도 성장률과 노동수요는 코로나 사태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집중된 대면 서비스업일수록 더 그렇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상황과 코로나 변수를 면밀하게 따져 더욱 신중히 다뤄야 할 중차대한 숙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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