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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총재 공석 중 금리인상할 만큼 시급한 물가관리

 

사상 초유의 한국은행 총재 공석 상태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국내 물가가 10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데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 등 쌍끌이 긴축을 예고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금통위가 합의체 의사결정기구로 총재 한 사람에 의해 통화정책이 좌우되지 않음을 입증했다. 이번 금통위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 열려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신구 권력간 갈등으로 지명이 늦어진 이창용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9일에야 열린다.

 

각종 경제지표는 금통위에 강력한 인플레 파이팅을 요구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입물가도 7.3%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

 

해외 요인은 더 화급하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5개월 연속 ‘40년 만의 최고’ 수식어를 달고 있다.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6.8%에서 올 3월 8.5%로 계속 높아졌다. 생산자물가는 이보다 높게 11.2%나 뛰었다. 고물가의 주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 봉쇄가 길어지며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대란 우려도 더 커졌다. 

 

다급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통상 0.25%포인트씩 올리던 것의 두배인 0.50%포인트 인상, ‘빅스텝’을 예고했다. 뉴욕 월가는 5월 초에 이어 이르면 6월, 연내 빅스텝이 두차례 단행될 것으로 본다.

 

미국 기준금리(0.25%~0.5%) 상단은 0.5%. 지금은 한국이 미국보다 0.75~1.0%포인트 높지만, 빅스텝이 두번 이뤄지면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에 이른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며 환율이 급등한다. 그 여파로 원자재 가격과 수입물가는 더 뛰고,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금통위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돈은 이자를 더 주는 곳으로 움직인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세계에 뿌려진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을 흔들 위험성이 커진다. 1997년 한국 등 동아시아 외환위기도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촉발했다.

 

 

실제로 미국의 빅스텝 전망이 제기되자 지난 3월 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나서며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내려간 뒤 2700선을 맴돌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10조원 넘는 규모를 순매도했다.

 

미국발 긴축 리스크를 줄이려면 우리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잡기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정을 맡은 정부와 통화를 주관하는 한은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아 실행함으로써 금리·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긴축 발작’이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는 50조원 추가경정예산 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약도 다시 맺어 외환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공법은 정부, 기업,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성을 높여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규제혁파가 긴요하고 시급하다. 

 

진퇴양난의 한국경제호號를 구하려면 신구 정권이 협조해야 할 텐데 사사건건 갈등 대립하며 국민을 걱정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맞서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민주당이 6대 범죄 수사를 어디서 맡을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논란이 많은 법안의 대통령 임기 내 처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명분을 의심케 한다. 이에 맞서 최측근을 내세워 검찰을 직할통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 또한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강조해온 통합·협치 메시지와 배치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5월 9일 끝나지만, 민생과 경제는 계속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의석수 172개의 민주당의 나라도, 의석수 110개의 국민의힘 나라도 아니다. 국민 5162만명의 나라다. 신구 정권의 강대강 대결에 민생이 묻히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냉정하게 표로 심판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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