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재 도전이었건만 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였다.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부상일(50) 후보.

선거판에서 다짐한 그의 ‘마지막 도전’은 정치신예 김한규 당선인과의 쟁패에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부 후보는 2일 최종 개표 결과 45.14%의 지지율인 4만7954표를 얻어 5만2490표(49.41%)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4년 동안 5번 선거에 도전,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까지 불러들이며 ‘4전5기 신화’를 염원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부 후보는 2007년 검사직을 사직하고, 이듬해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당시 최연소였던 37세 나이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 제주시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김우남 후보에게 석패했다.

절치부심 끝에 2012년 같은 지역구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배우자가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공직선거법을 위반, 공천권마저 박탈당하며 출마조차 못 했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선 각각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에 번번이 밀려 고배를 마셨다.

부 후보는 지난 4월 29일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자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다"며 또 한 번 제주시을 선거구에 문을 두드렸다.

부 후보는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김한규 후보에게 열세를 보였다. 그는 돌파구로 민주당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부 후보는 "오만한 민주당이 제주를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지역이라 판단해 제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준비된 것도 없는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며 연일 비판 수위를 높였다.

문제의 발언까지 쏟아냈다. 부 후보는 '제주도의 전라도화', '전라남남도', '민주당에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내뱉으며 보수 진영 표심 결집에 나섰다.

아울러 '짠한디, 이번 만큼은 "부상일" 찍게 마씀!'이라고 쓰인 현수막까지 내거는 '읍소 전술'까지 동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운동이 주효했는지 선거 막바지에 다다르자 여론조사 결과는 김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가 '김포공항 이전 논란' 프레임을 들고 지난달 28일과 투표 하루 전날인 31일 제주를 찾아 '제주 완박'(제주 완전 박살)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표심이 결국 부 후보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컸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초접전이긴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부 후보는 투표일 다음날인 2일 오전 1시께 국민의힘 제주도당사를 찾아 "제주에서의 정치는 새로운 분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제가 물러나는 게 맞다"며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재확인한 선거였다"며 회한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정치에 대한 책임감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역 정치는 새로운 분께 맡기고 중앙정치, 더 큰 곳에서의 정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