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지탱해주는 ‘뿌리’는 무엇일까? 필자는 ‘정체성’에 있다고 본다. 정체성이란 사전에서는 ‘존재의 본질 또는 이를 규명하는 성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인의 정체성 원류는 ‘삼성신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의 시조신이 탄생한 삼성혈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탄강지(誕降地) 삼성혈을 보존 관리하며, 삼을나 삼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시조신 제사를 지내면서, 제주의 뿌리를 지키겠다고 만든 재단이 고양부삼성사재단이다.
또 매년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교육감 등이 참여하여 춘·추대제와 건시대제 봉향과 제주지역 대학생 4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탐라문화상을 제정 시상하는 등 제주의 정체성 확립과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다. 어쩌면 제주의 정체성 지킴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전통성을 부여받은 고양부삼성사재단이 세금폭탄으로 존립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2020년 6월 2일과 2021년 12월 31일에 개정된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라 재산세 종합합산과세로 인해 종교 및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사회복지법인 등이 분리과세(0.2%)에서 배제되어 올해부터 매년 20%씩 단계적으로 인상 적용되다가 2026년 이후에는 100% 종합합산과세(0.2 ~ 0.5%)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양부삼성사재단은 토지분 재산세가 지난해 3억4000만 원에서 올해는 4억8000만 원으로 41%가 늘어났고, 2026년에는 11억 원에 이른다. 종합부동산세 또한 2021년 1억4000만 원에서 2026년에는 70억 원 가량 부과가 예상되고 있어서 2026년부터는 매해 재산제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8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재단 재정으로는 납부가 불가능해져 재단의 존립 여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재단 토지에 대한 소송결과 종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 비영리법인으로 적용되면서부터 예견된 문제이기도 하다.
고양부삼성사재단의 소유 토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과실로 제향을 모시도록 조선시대 부터 국가가 내려준 위토(位土)이고, 1526년 이수동 제주목사에 의해 제향을 봉행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져 오다가 세금폭탄을 맞아 재단을 해체해야 할 운명에 이른 것이다. 현재 고양부삼성사재단의 수익은 관람료 약 2억 원, 토지 등 임대료 약 10억 원 등 연간 12억 원 정도이다. 8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고양부삼성사재단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제주인의 정체성에도 큰 환란이 초래될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대책을 찾아야 한다. 재단에서는 도의회에 청원서를 접수하고 정부와 국회에 종중재산에 준하는 세율(0.3%)을 적용 할 수 있도록 중앙절충에 노력하고 있다.
지과필개(知過必改) 잘못을 알면 바로 잡는 것이 현 정부가 할 일이다. 빠른 기간 내에 지방세법령이 개정되어 고양부삼성사재단이 제주의 뿌리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실 것을 촉구한다. /고태민 제주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