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절기상 입춘을 지나 눈과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를 향해 가고 있다.
날이 풀리며 겨울 동안 뜸했던 각종 축제 등 야외행사도 속속 열릴 예정이다.
매년 3월 초 새봄을 알리는 제주의 대표 축제 들불축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며 봄에는 봄꽃 축제, 여름에는 각 해수욕장마다 축제가 열리고 가을에는 탐라문화제를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가 펼쳐진다.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면 날씨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 다우지이자 '바람 많은' 섬이다보니 악천후로 행사 운영에 애를 먹는 일도 많은 편이다.
◇ 들불축제, 늦겨울 궂은 날씨 피해 정월대보름에서 3월초 경칩 즈음으로
새봄을 맞이하는 3월 초순이면 제주시 새별오름에서는 제주들불축제가 열린다.
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오름 불 놓기다. 풍요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새별오름 남벽에 불을 놓는다.
행사가 야외에서 진행되는데다가 주요 프로그램이 오름에 불을 놓는 것이다 보니 기상 상황이 매우 중요해 해마다 행사 관계자들이 날씨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제주기상청이 1997∼2022년(미개최 또는 온라인 개최된 2011·2020·2021·2022년 제외) 들불축제 기간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축제 기간 가장 기온이 높았던 해는 2013년이었다.
2013년 3월 8∼10일 행사 기간 평균기온은 14도, 최고기온은 24.5도, 최저기온은 7.5도였다. 둘째 날인 3월 9일에는 푄현상으로 한라산 북쪽 지역 기온이 크게 올라 제주 지점 낮 최고기온이 3월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인 28.1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2012년으로 축제 기간인 2월 2∼4일 평균기온은 1.3도, 최고기온 3.7도, 최저기온 -1도였다.
축제 기간 중 하루라도 비가 내렸던 확률은 47%였다.
들불축제는 애초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2월에 열렸으나 꽃샘추위와 비바람 등 기상 악화로 파행 운영되는 일이 자주 있자 2013년 16회 축제부터 3월 초 경칩이 있는 주로 일정을 옮겼다.
실제 2008년에는 새별오름 일대에 순간최대풍속 초속 18.5m의 강풍이 불어 오름 불놓기를 일주일 연기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행사가 열린 2월 13일에 제주에 일 최대순간풍속 초속 26m의 강풍이 불어 행사장에 설치했던 천막 수십 개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해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이튿날에는 바람이 잦아들어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2012년에는 행사 첫날인 2월 2일 기습 한파와 폭설로 인해 개막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다.
들불축제 기간에 비가 가장 많이 온 해는 2019년으로, 3월 7∼10일에 31.1㎜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당시 궂은 날씨로 인해 프로그램이 대거 취소되며 축제의 열기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오름 불놓기는 일정을 1시간가량 앞당겨 무사히 끝냈다.
올해 들불축제는 다음 달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면 취소됐고, 2021년에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지난해에는 국가적 산불 재난으로 인해 전격 취소돼 2019년 이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된다.
◇ 60여년 전통 탐라문화제, 가을 태풍에 행사 중단·축소되기도
탐라문화제는 6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인의 대표 문화축제다.
1962년 제주예술제로 시작된 이 행사는 1965년 제4회부터 한라문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종합 문화축제로 전환됐으며, 2002년부터는 탐라문화제로 이름을 바꿔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제주기상청이 1962년부터 2021년까지 60년간 탐라문화제 기간의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1년이었다.
2021년 10월 6∼10일 평균기온 24.9도, 최고기온 28.2도, 최저기온 22.2도였다.
반대로 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1964년 12월 1∼20일로 평균기온 7도, 최고기온 9.4도, 최저기온 4도였다.
축제 기간 중 하루라도 비가 내렸던 확률은 61%로 비교적 높았으며, 비가 내리더라도 행사 일정은 대개 진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13회 행사부터는 대체로 9∼10월에 열리면서 가을 태풍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탐라문화제 행사 기간에 가장 비가 많이 내린 건 2012년이다. 9월 13∼19일에 행사가 진행됐는데, 이 기간 강수량이 409.4㎜에 달했다.
당시 대형 태풍 '산바'가 제주도를 통과하면서 행사가 16일 정오 이후 전면 중단돼 사실상 조기 폐막했다.
2007년에는 10월 5∼10일 예정된 탐라문화제 행사를 앞두고 9월에 태풍 '나리'가 내습해 제주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연일 태풍 피해 복구작업이 계속되던 중이었지만, 초유의 물난리를 겪은 도민의 심신을 달래기 위해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2016년 행사는 역대 10월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꼽히는 '차바' 내습으로 인해 축소 개최됐다.
애초 10월 5∼9일 5일간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막일 전날부터 점차 제주가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행사장 시설물들을 모두 철거해야 했으며, 태풍으로 인해 곳곳에 피해가 생겨 복구작업이 이뤄지면서 결국 행사는 7∼9일 사흘 일정으로 축소됐다.
◇ 비바람 속 레이스…전국체전 야외 경기 차질 빚기도
체육대회 등 각종 스포츠 행사도 야외에서 열리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국 체육인의 축제' 전국체전이 제주도에서 열린 건 1998년(79회), 2002년(83회), 2014년(95회) 등 총 3번이다.
제주도에서 처음 전국체전이 열린 1998년에는 행사 기간인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제주에는 311.3㎜의 많은 비가 내렸다.
행사 기간 후반부 태풍 얘니의 영향으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며 일부 야외종목 경기가 진행되지 못해 추첨으로 승패를 가르거나 단축 경기로 메달을 결정하는 아쉬움을 남겼고, 남자마라톤의 경우 폭우와 강풍 속에서도 경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제주에서 2번째로 전국체전이 열린 2002년에는 개막일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쌀쌀해져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개막일 후로는 날씨가 개어 큰 차질 없이 행사가 열렸다.
2014년 제주에서 3번째 열린 전국체전 때는 또 비바람으로 인해 일부 차질이 있었다.
제주 지점의 기상기록을 보면 행사 기간 7일 중 4일(10월 30일∼11월 2일)간 비가 총 22.7㎜ 내렸고, 당시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까지 내려졌다.
마라톤 등 육상 선수들은 비바람을 뚫고 레이스를 펼쳤고, 양궁 선수들도 0점을 쏘기도 하는 등 강풍과 비 탓에 실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야구 등 일부 종목 경기는 악천후로 인해 대회 규정에 따라 추첨으로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 '꽃 없는 꽃축제' 될라…일정 정하기 "어렵다 어려워"
남녘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이 들리는 곳'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봄꽃 개화는 기온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봄소식과 함께 매화와 목련을 시작으로 유채꽃,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다양한 꽃이 제주도 곳곳을 화사하게 물들이곤 한다.
왕벚꽃축제, 유채꽃축제 등 다양한 봄꽃 축제도 열리는데, 꽃을 소재로 한 행사다 보니 개화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개화가 예상될 때 즈음 축제 일정을 잡아놨더니 꽃이 피지 않거나, 너무 일찍 만개해버려서 행사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종종 생긴다.
특히 왕벚꽃축제의 경우 벚꽃이 만개한 뒤 비바람이 치면 꽃잎들이 속절없이 다 떨어져 버려서 '벚꽃 없는 왕벚꽃축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개화 시기를 고려해 축제 일정을 급히 변경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지난 2002년에는 4월 4∼7일로 축제 일정을 잡았는데, 꽃이 너무 일찍 펴버리는 바람에 만개 시기를 늦추고자 얼음까지 동원했다.
벚나무 뿌리에 얼음의 찬 기운을 쐬면 만개 일을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 등을 바탕으로 나무 밑에 통얼음을 깔았던 것이다.
또한 개화가 늦어지자 벚꽃이 빨리 피도록 하기 위해 조명시설을 동원한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왕벚꽃축제의 성패는 개화·만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해 축제 일정을 잘 정하는 데 달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연합뉴스=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