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소주업체인 (주)한라산의 오크통 화재와 관련된 수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피고의 배상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10일 제주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민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한라산이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라산이 청구한 5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 중 25%인 1억3548만원 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수억원대 민사소송 사건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3월5일 오후 3시26분경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소유의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창고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출동한 119에 의해 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당시 협회가 위탁 감호하던 청소년들이 건물 주변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1528㎡가 불에 타고, 창고 내부에 있던 유제품 가공공장 설비와 한라산소주 소유의 주정원액 숙성용 원주 오크통 356개 등이 소실됐다.
불에 탄 오크통에 보관 중이던 주정 원액은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만들어진 제품으로, 오크통 1개당 주정 원액 225ℓ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소주는 화재원인과 관리책임 사유를 들어 2021년 2월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실된 물량을 만드는 비용만 7억원이고 피해산정은 실제 가치를 적용해야 해 10억원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재단의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해 5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원고 측이 이의를 신청해 선고 공판이 이뤄졌다.
당시 재판부는 한라산의 청구에 실체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고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 지난해 7월 해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창고 종사자들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이 화재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해 관련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오크통과 원주가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물건임에도 원고가 안전 관리와 화재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책임비율은 25%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