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문명사의 흐름에 제주지역 언론의 생존향방을 모색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제8차 제주미래포럼이다.
제주중앙언론인회가 주최하고 <제이누리>와 제주도·제주개발공사·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후원한 제8차 제주미래포럼이 지난 1일 오후 4시부터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2층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세상을 바꾸는 테크저널리즘'이 주제다.
장승홍 제주중앙언론인회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의원회 사무총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지난 100년간 언론권력은 어떻게 변화했고, '지금 우리는 왜 CES와 기술변화에 주목해야하는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챗 GPT 등 지금 속속 등장하는 테크 저널리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기회를 빌어 제주 언론의 생존 향방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 자리가 '제주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아이디어 창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민 전 사무총장은 "가장 먼저 생긴 매체는 라디오로, 최근 전기차에 AM라디오를 제외하면서 미국사회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AM은 500~1600KHz의 낮은 주파수를 사용해 멀리까지 쉽게 전파가 돼 미국처럼 광활한 지역에서는 활성화 돼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주파수 간섭을 이유로 항의해 미국 상원에서 AM 라디오 신차 배제 금지 촉구에 대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쟁 시나 재난 시에 AM라디오가 필요하다. AM 전파의 마지막 수단이 전쟁 시 긴급구호 수단"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아이폰 등이 위성을 통해 개개인의 위치를 다 알려줄 수 있다. 사용자가 넘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감지해 비상연락망으로 경고도 가능하다. AM 전파의 경우 긴급구호 수단로서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라디오 전파기술을 상업화해 방송국을 만든 지 100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첫 방송이 나왔던 게 1920년"이라면서 "1987년에도 '라디오가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언론은 그때부터 틈새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미디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신의 보급 자체가 결국은 뉴스 산업의 시작이었다. AP나 로이터, AFP 같은 그런 통신사들이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면서 "당시 전화비가 비쌌기 때문에 팩트를 가능한 한 짧게 쓰는 것, 역삼각형 구조, 중요한 문장을 앞에 놓는 것 등의 기사체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본질적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론사들을 보면 인력을 줄이고 있다. TV보급률은 100%지만 방송사도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TV는 필수매체라고는 하지만 요즘 모두 TV대신 스마트폰 등 다른 디바이스로 넘어가고 있다. 종이신문은 이제 지하로 내려가기 일보직전"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챗 GPT가 다른 분야 뿐만 아니라 언론 분야에서도 화제다. 라디오나 종이신문 시절에도 'TV가 나오면 망한다'라는 이야기가 돌았다지만 챗 GPT의 등장은 더욱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인공지능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챗 GPT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지성을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기득권인 전문가 집단이 위협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에 대한 갈망, 정보에 대한 갈망은 구석기 시대든 미래든 본능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디바이스가 변하고 있고, 그 디바이스를 누가 선점하는가의 싸움이다. 언론사가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다지만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누가, 어떻게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1월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소개했다.
민 전 사무총장은 "기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구성물이다. 사회적 합의체를 통해서 진전의 단계로 가는 것"이라면서 "CES에서는 미래를 바꾸는 기술의 현장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CES 현장이다. 언론사도 이제 틈새시장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재정의하느냐, 어떤 것을 어떻게 먼저 시도하느냐, 어떻게 기존의 것을 부수고 재조합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아닌 기회가 오기도 한다"며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기술인력들을 처음에는 10대 1에서 지금은 5대 1까지 늘렸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식을 갈구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처럼 폐쇄적인 형태의 정보를 먼저 독점해서 알리는 '게이트 키핑' 역할은 이미 끝났다"며 "언론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CBS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한국외대 초빙교수이자 법무법인 제이피 고문, 전 CBS 보도국장, 노컷뉴스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