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막기 위한 제주 송악산 일대 유원지 부지 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투자사인 신해원 유한회사와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입대상 토지는 중국계 기업인 신해원이 보유한 송악산 인근 능선과 그 주변 유원지 중 사유지 등 40만 748㎡다.
토지매입 비용의 경우 도와 사업자 측이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법인 감정 결과 도립공원 부지는 190억원, 사유지는 393억원 등 모두 583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신해원이 2013년 해당 용지를 매입한 금액 190억원의 약 3배다.
도는 지난해 추경에서 확보한 135억원(사유지 125억원, 도립공원 10억원)을 계약금 등으로 우선 지불하고, 나머지 잔금 448억원은 내년까지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사유지의 경우 144억원은 연내 지급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1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단서를 달아 2025년 잔금 124억원을 추가 지급하면 된다.
도립공원의 경우 우선 지불한 10억원으로 5필지에 대한 등기이전 절차를 밟았다. 나머지 67필지는 올해 확보된 191억원으로 전량 매입할 계획이다.
송악산 일대는 1995년 유원지 지정 이후 개발업체가 놀이공원 사업을 추진, 1999년 말 사업승인을 얻기도 했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와 외환관리법 위반 등 사업자의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2013년부터는 중국계 기업인 신해원이 옛 송악산 유원지 부지 중 16만여㎡를 매입해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3700억원을 들여 호텔 461실과 캠핑장, 조각공원 등을 갖춘 사설관광단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관 사유화와 환경 훼손, 송악산 일대 문화재에 대한 악영향 우려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결국 2020년 10월 민선 7기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는 난개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송악선언'을 하며 뉴오션타운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도는 송악산 일대의 유원지 지정이 만료되자 지난해 7월 송악산 유원지 부지 19만1950㎡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신해원은 제주도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제주도가 신해원의 송악산 일대 사업 용지 170필지 40만748㎡ 모두를 매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송악산=해발 104m에 불과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정평이 난 산이다. 120만년이란 형성사를 간직한 제주도에서 이 산은 고작 4000~5000년 전에 분출해 만들어졌다. 그것도 바닷속에서 화산폭발이 이뤄져 제주 본섬과 몸을 합치더니 중심부의 2차 화산활동으로 ‘분화구 안에 분화구’를 갖춘 이중분화구 구조가 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이자 ‘한반도 최근세 화산’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산활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화산지질학 교과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산은 역사의 생채기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안절벽지대엔 15개의 인공동굴이 뻥뻥 뚫려 있고, 곳곳마다 참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40년대 초 일본군이 ‘태평양 결(決) 7호 작전’이란 이름 아래 요새화에 나선 결과다. 해안포 진지였던 인공동굴은 미군함대를 향해 포탄을 안고 육탄돌진할 가미가제(神風)식 어뢰정의 은폐장소이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일본군은 미군의 상륙루트를 이곳으로 봤고, 7만 명의 병력을 제주도에 주둔시킬 정도였다. 물론 송악산의 배후지인 드넓은 벌판 ‘알뜨르’엔 공군기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알뜨르엔 일제의 지하벙커·관제탑의 흔적이 남아 있고, 1m 두께가 넘는 콘크리트 항공기 격납고 23기가 널려 있다. 한국전쟁 무렵 국군의 양성소인 ‘육군 제1훈련소’가 있던 자리도 송악산 지척이다. 지금 대한민국 해병대 1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자리가 그곳이다.
송악산 부근 섯알오름은 학살의 장소이기도 했다. 4·3사건의 광풍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불었던 살육의 피바람은 이 산 언저리를 또 선택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총살을 당하고 파묻힌 곳이 또 그곳이다.
그 험한 세월을 보낸 송악산이 아예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를 처음 겪게 된 시기는 1999년이다. 1999년 12월 말 이 산의 분화구지대를 사실상 갈아 엎는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제주도가 승인해줬고, 대한지질학회 등 학계와 환경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인 끝에 수년 만에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송악산은 2010년 의도치 못한 '올레 걷기' 열풍의 무대가 됐다. 당시 산 정상까지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산 정상부는 맨땅을 드러냈고, 풀 조차 보기 어려울 지경에 몰렸다. 화산재 흙은 산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고, 곳곳에서 뿌리를 드러낸 나무도 쉽게 만날 정도였다. 급기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나서 올레코스를 바꾸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정상부 출입금지’란 형식으로 그 자연은 다시 보호되는 듯 했다.
송악산은 2010년 또 우근민 도정을 거치면서 중국자본 개발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다시 들고 일어섰고,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지역개발의 문제를 지적함과 아울러 그 비경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다는 '경관 사유화' 논리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