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심방'(무당의 제주어) 가문에서 태어나 제주무속문화를 지켜온 고(故) 김윤수 큰 심방(1946~2022)의 무구(巫具) 33점이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기증됐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를 대표하는 김 큰 심방의 무구자료 17건 33점을 부인 이용옥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장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3일 밝혔다.
김 큰 심방은 1946년 제주시 이도1동에서 태어나 16세부터 본격적으로 무업(巫業)을 시작했다.
그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하다가 2022년 9월 2일 별세했다.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대표 심방이다.
이번 기증은 지난 2017년 무복(巫服) 5점을 기증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기증된 무구자료는 김윤수 큰 심방이 생전에 사용했던 홍포 관디(관대), 퀘지(쾌자), 두루마기, 저고리와 바지, 갓, 북, 설쒜, 대영, 장구, 바랑, 울쒜 등 의례용 무구다.
특히 이번에 기증된 '조심띠'는 고인의 큰아버지 김천년 심방이 사용했던 것으로 1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궁적짓'은 김만보 심방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다가 김윤수 큰 심방에게 물려준 것으로 공작 깃털 세 개를 고무줄로 연결해 만든 도구다.
'울쒜'는 제주도 무구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귀한 도황수(우두머리 심방)와 같은 큰 심방들만 소지할 수 있는 무구다. '울쒜'는 심방이 잡고 흔들면서 소리를 내어 사용하는 무구다.
이용옥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장은 "고인의 유품을 마땅히 제주도 전통민속문화의 산실인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디 기증된 유품을 통해 제주도 무속문화의 가치가 오래도록 전승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기증된 유품을 통해 제주 무속 문화의 전승과 보존에 기여할 예정이다.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제주도를 넘어 세계적인 심방이었던 김윤수 큰 심방과 선대 심방의 혼이 담긴 무구자료를 기증받게 돼 매우 뜻깊다”며 “향후 제주도의 유·무형 무속자료 수집과 전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