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은 회식과 송년회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는 시기지만 정치적 혼란과 소비 심리 악화로 분위기가 한층 냉랭하다.
10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심리 위축이 술 소비 감소 등 부정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그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12월'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둔화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수 경기의 회복을 가로막는 요소로 상품 소비와 건설 투자 감소를 꼽았다.
제주시 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씨(45)는 "예년 같으면 송년회 예약으로 가게가 붐빌 시기지만 올해는 예약 취소가 계속되고 있다"며 "손님이 줄어 하루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제주시청 주변의 주점과 식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주점 운영자는 "촛불집회와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며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왔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 관광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연말 여행객을 기대했던 숙박업소와 관광업 종사자들은 예약률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은 12월 초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호텔 지배인은 "전국적인 시위 분위기와 소비 심리 위축이 제주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 단체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도 타격이 크다.
제주시내 주류 도매상은 "평소 연말이면 소주와 맥주 주문량이 급증하지만 올해는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음식점들이 주문량을 줄이면서 도매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 대출 제도를 통해 운영 자금을 마련한 자영업자들 또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매달 주류 공급 조건에 맞춰 결제 금액을 채워야 하지만 손님이 줄어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내 한 소상공인 단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위축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한 긴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