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길이 설 연휴를 앞두고 항공권 부족과 운임 급등으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국내선 항공편 축소가 이어지면서 도민과 관광객 모두 이동권 제약을 겪고 있지만 제주도와 항공사의 대응책은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공항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2022년 17만1754편에서 2023년 15만6533편으로 2년 사이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급 좌석 역시 10% 줄어 제주를 찾는 이용객은 2948만명에서 2692만명으로 줄었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이후 국제선에 중·대형 항공기를 집중 배치하면서 국내선 운항은 줄고, 제주행 항공권은 '금티켓'으로 불릴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제주 여행보다 홍콩이나 일본 여행 항공권이 더 저렴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항공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요 항공사의 제주행 좌석은 대부분 매진됐다. 남은 좌석은 최저 10만원대 이상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 도민과 관광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김포~제주 노선은 25일과 26일 대부분의 좌석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설 명절을 맞아 서울을 방문 예정인 김모씨(37·제주시 삼도동)는 "아침 6시 출발 김포행 항공권을 겨우 예매했다"며 "출발시간이 오전 9시만 넘어도 항공권 가격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정말 살인적인 항공권 가격이다"고 한탄했다.
도는 설 연휴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사와 협의해 임시편 확대, 대형 항공기 투입, 인천~제주 직항 노선 신설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 지연과 운영 여건을 이유로 실질적인 증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설 연휴를 맞아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 특별기 약 1300석을 배치하고, 정기편에서 마일리지 좌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일리지 좌석은 전체 좌석의 10%에 불과해 실질적인 수요 충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은 경쟁이 치열하고 비중이 적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은 합병에 따른 고객 마일리지 소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런 대응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임시편 좌석 가격 역시 10만원을 훌쩍 넘어 도민과 관광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동권 제한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 노선 감편은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항공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노선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선 증편과 합리적인 운임 정책을 위해 정부, 항공사, 공항공사,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내선 축소는 단순한 이동권 문제를 넘어 제주 경제와 관광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공항 LCC 업계 관계자인 강모씨(31·여)는 "설 연휴는 제주 하늘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지분을 낮추면서 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번 '항공권 난'을 계기로 항공사와 제주도 간의 협력 방안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