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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계 '직격탄'에 관련 업종도 '술렁' ... 제주관광혁신비대위, 흥행재개 좌불안석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서 만난 한 호텔 장모(57) 지배인은 만나자마자 이 말부터 했다. "객실은 텅텅 비고 아무리 기다려도 손님 예약은 뚝 끊겨 그저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 수를 줄이고 최소 인원만으로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인데 계엄 때문인지 북적이던 관광객 얼굴이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제주 관광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해외여행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업계는 매출 하락과 함께 지역 상권까지 무너지고 있다며 심각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은 98만1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4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86만2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

 

관광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선호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제주 대신 일본, 동남아 등으로 여행객이 몰리면서 국내 관광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숫자 감소를 넘어 숙박업과 지역 상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도심 외곽 지역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숙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도내 한 관광호텔 관계자는 "지난달 객실 가동률이 30%를 밑돌았다"며 "제주시 도심권 호텔도 평균 60%대에 머물고 있다.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숙박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업종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호텔 비품을 납품하는 업체 대표 신모씨(45)는 "이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관광객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탄했다.

 

숙박업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도 무너지고 있다.

 

서귀포 애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8)는 "예전에는 평일에도 관광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주말에도 가게 자리가 남아돌 정도"라며 "운영을 포기하는 곳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제주도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관광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제주관광공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국민 여행 지원금 지급 ▲제주형 관광물가지수 도입 ▲대도시 팝업 이벤트 개최 ▲제주 여행주간 운영 등 네 가지 핵심 사업을 확정했다.

 

우선 대국민 여행 지원금은 이달 중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과 연계해 지역화폐 ‘탐나는전’ 지류 지급을 시작한다. 제주 여행객 1인당 에산범위 내에서 1박당 2만원, 최대 2박까지 지원하는 방안으로 검토중이다. 하반기에는 디지털 관광도민증을 도입해 여행 지원금과 관광지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 여주,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제주관광대전과 체험행사를 개최한 뒤 특례시와 도 단위로 팝업 이벤트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또 여행 비수기인 3월, 6월, 11월에는 ‘제주 여행주간’을 운영해 관광객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도는 관광객의 소비 패턴을 반영한 '제주형 관광물가지수'를 도입해 관광 물가를 안정화하고 바가지요금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의 불만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여 다시 찾고 싶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관광업계에서는 제주도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내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지원금과 팝업 이벤트 같은 단기적인 조치보다 교통편 확대와 숙박·관광업체 지원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며 "관광객이 다시 제주를 찾게 하려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연동의 한 호텔 지배인 양모씨(52)는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제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관광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성화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광업계와 협력해 국민들이 반드시 방문하고 싶어 할 만큼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제주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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