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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갈 돈이면 일본' 현실화 ... 1월 일본 방문 한국인, 전세계 출국 일본인 넘겨

 

제주 여행시장이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최장 9일간의 연휴에도 제주 주요 관광지는 한산한 반면, 해외여행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여행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5일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포함한 국내 여행 지표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행 관심도는 지난해 12월보다 10포인트 하락한 80을 기록했다. 여행 계획률도 8포인트 감소한 93으로 나타났다. 여행 경험률은 7포인트 하락해 95를 기록했고, 여행비 지출액 지수 역시 113으로 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여행비 지출 의향 지수는 2022년 135에서 지난달 79로 급감하며 국내 여행을 아예 계획하지 않는 소비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경기침체, 물가상승, 환율불안 등의 경제적 요인이 꼽히지만 장기 연휴에도 국내 관광지가 외면받고 해외여행이 증가한 것은 단순한 경기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를 포함한 국내 여행 시장이 침체되는 동안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정부 관광청(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96만7100명으로 같은 기간 전 세계로 출국한 일본인 수(91만2300명)를 넘어섰다.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일본인의 해외 출국자 수를 초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해 출국자 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7%까지 회복됐으며 2025년에는 이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주 여행객을 대거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일 한국인 관광객들은 제주에서 2박 3일 머무는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일본 하루 여행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여행 패턴 자체가 해외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를 포함한 국내 여행지는 ‘비싸고 만족도가 낮다’는 인식이 굳어졌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국내 여행 소비는 급감하고 해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여행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경우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숙박, 외식, 교통, 문화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주 지역 경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에서 소비될 수 있었던 여행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외여행이 필수 소비로 자리 잡으면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제주 지역의 일부 호텔과 펜션은 관광객 감소로 인해 운영난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도 국내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 노선 증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제주관광협회는 현재 제주 내국인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항공 좌석 부족을 꼽았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항공 좌석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협회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또 "개별 자유여행(FIT)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단체 관광 및 패키지 여행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수학여행 단체 유치를 위해 교육청 및 여행업계와 협력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주관광협회는 "단체 및 패키지 관광객들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불편 신고 센터를 지속 운영하며 이를 통해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내 호텔 지배인 양모씨(53)는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주 관광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 전반이 해외여행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주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여행업계도, 정부도, 소비자도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라며 "제주 관광업계는 더 나은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 전략을 마련하고, 소비자 역시 제주 여행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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