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관광객 피살사건은 경찰의 철저한 탐문수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반면 범인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시도했던 작전(?)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제주경찰은 지난 12일 올레길을 걷다 실종된 A씨(40.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강모씨(46)를 23일 긴급체포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또 A씨의 시신도 발견했다.
당초 이 사건은 미귀자 신고 접수 직후 강력사건에 준하는 실종사건으로 판단, 실종팀 및 전 형사팀이 함께 수색 및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지난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에 온 뒤 13일 항공편으로 귀가할 예정이었으나 12일 오전 7시 30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닫지 않았다. 그러자 가족들이 14일 밤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 받은 경찰은 대상이 여성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15일부터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색 및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그러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가족들의 신고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 20일 A씨의 운동화와 잘린 신체 일부가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됐다.
강씨가 경찰의 수색과 수사망이 좁혀오자 혼선을 주기 위해 A씨의 운동화 등을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경찰은 A씨가 피살된 것으로 단정하고 곧바로 수사본부를 꾸려 본격적인 탐문 수사에 돌입했다.
A씨가 실종된 지난 12일 올레1코스에서 강씨를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과 당일 행적이 오락가락해 강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경찰은 이런 가운데 차량이 없었던 강씨가 친구에게 차량을 빌린 사실도 알아냈다.
경찰은 수사초기 단계부터 뚜렷한 단서가 없어 당황했으나 강씨의 행동 하나로 수사가 활기를 띠었고 향후 검거에도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이 연락처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면 시신 위치를 알려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수사의 기본 원칙인 탐문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