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턴 항구 해변에서 항법장치가 고장난 거대한 유조선이 백사장에 올라와 앉는 황당한 사건을 시작으로 모든 인터넷은 물론 TV, 전화까지 불통되는 ‘중세시대’로 돌아가자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와 클레이(에단 호크 분) 부부는 별수 없이 와인을 마시며 ‘젠가(Jenga)’라는 보드게임을 한다. 젠가는 엄지손가락만 한 납작하고 작은 직사각형 나무 블록 54개를 한 층에 3개씩 놓아 18층 높이의 탑을 쌓아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룰은 간단하다. 번갈아 밑에서 아무 블록이나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빼서 위에 올려놓는다. 처음에는 밑에서 아무 블록이나 빼내어도 탑이 무너질 위험이 적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탑의 높이는 올라가지만 아래는 불안해지면서 점점 아래에서 블록 하나 빼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결국은 헐거워진 기반이 점점 올라만 가는 탑의 높이를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에는 무너진다. 탑이 무너지는 마지막 블록을 움직인 사람이 패배란 쓴잔을 마신다. 아만다는 이미 상당히 위태로워진 젠가 탑에서 초집중한 끝에 블록 하나를 무사히 빼어 위태로운 탑 위에 역시 무사히 얹는 데 성공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이제 자기 차례가 된 클레이는 절망적으로 탄식한다.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 가족은 찰스턴 항구 해변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하던 중 대형유조선 ‘화이트 라이언(White Lion)’호가 백사장을 밀고 올라와 앉는 봉변을 당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실시간으로 뜨는 인터넷 정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려 하지만 이미 인터넷도 불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그렇게 심란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아만다는 길가에 있는 ‘스타벅스’를 발견하고는 ‘스타벅스는 무조건 마셔줘야지’ 하는 듯 차를 세운다. 그런데 아만다나 가족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없다. 종업원이 카운터에 놓아주는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큼지막한 종이컵을 화면 가득히 보여줄 뿐이다. 도무지 영화적 맥락이 없다. 스타벅스 종이컵 등장이 얼핏 너무 난폭해서 실패한 PPL(상품 배치 간접광고) 같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PPL은 아닌 듯싶다. 아름다운 해변에 나뒹굴고 있는 페트병과 스타벅스의 종이컵을 연결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인 듯하다. 커피는 이제 우리도 숭늉처럼 마시고 사랑하는 음료이지만, 사실 커피 재배는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못지않게 환경재앙을 유발하는 산업이다. 대규모 커피농장을 만들기
뉴욕시에서 광고 마케터로 일하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는 가족들을 끌고 충동적으로 주말 이틀 동안 뉴욕시를 탈출계획을 세우고 ‘나는 인간이 싫다’고 지껄인다.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인간 혐오’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 혐오는 고대 아테네 시대의 소크라테스도 심상치 않다고 미간을 찌푸렸던 고민의 영역이다. 소크라테스의 수제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대화(Symposium)」 중 ‘파이돈(Phaedo)’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혐오의 원인을 ‘신뢰의 배신’에서 찾았노라. 전적으로 믿었던 인간에게 실망하거나 배신을 당했을 때 그 반작용으로 인간 자체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된다.” 영화는 아만다가 ‘모태 인간 혐오자’인지 소크라테스의 설명처럼 살아오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누군가로부터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아내 말을 웬만하면 따라주는 영문학과 교수 남편과 사춘기 나이이지만 크게 질풍노도하지는 않는 듯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족에게 배신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광고주나 직장상사나 동료로부터 몇번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심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할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
영어 원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의 제목은 조금 불친절하다. 직역하면 ‘세상 버리기’ 쯤 될 것 같으니 아무래도 어색해서 그냥 ‘쿨’하게 영어 원제목으로 내보낸 것 같다. ‘leave ~ behind(뒤에 ~을 남겨두다)’는 표현은 대개 특정한 구호로 많이 동원된다. 미군의 모토는 “No Soldier Left Behind(한명의 낙오병도 남겨두고 가지 않는다)”이다.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의 초등 교육정책은 “No Children Left Behind(낙오 학생 없애기)”를 구호로 내세웠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구호들을 차용했는지 “한명의 낙오된 국민도 없게 하겠다”는 웅장한 포부를 밝혔었다. 참 좋은 말이지만 구호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 그 비현실성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마음은 그렇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이 구호에 대개 따라붙는 ‘no’를 떼어버리면 말이 조금 야박하고 살벌해진다. 영화 제목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그래서 조금 살벌한 느낌을 준다. ‘버리는’ 대상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상’이다. 거치적거리는 세상을 내갈겨버리겠다고 한다. 세상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은 자신의 조금 덜 떨어진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힌다. 정부 요직은 경매에 부치듯 나사(NASA) 국장직을 최고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여자 의사에게 준다. 내연남인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에 지명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人事) 만행도 저지른다. 미국에도 대통령 탄핵 제도가 있다 하니 백번 탄핵당해야 마땅할 것 같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헌법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하거나, ▲법률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 수행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국익에 중대한 피해를 줬을 때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객들의 생각일 뿐, 올린 대통령은 건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자기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히고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다는 것이 ‘중대하고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래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는지 증명하기 참으로 애매하다. 국익이 무엇인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명백해야 하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을 참으로 무책임한 법조문이다. 혹시 의회에서 탄핵소추를 해도 헌법재판소(미국의 경우에는 상원)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국의 ‘막장 대통령’ 올린(메릴 스트립 분)은 어마어마한 ‘막장질’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한다. 여타 막장 대통령들과도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 어디에도 취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러모로 모자란 자기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한다. 올린의 막장 인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치후원금을 가장 많이 낸 중국계쯤으로 보이는 여자 의사에겐 나사(NASA) 국장직을 준다. 심지어 자신의 내연남인 포르노 배우 경력까지 지닌 시골 파출소 소장을 연방대법원 판사로 지명한다. 일반적인 막장 대통령들이라면 대개 국민들 눈을 현혹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나 ‘눈속임’이라도 할 텐데 그런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당당하게 내지른다. 일견 무지막지한 막장 대통령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올린은 어쩌면 계산된 ‘마키아벨리스트’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올린 대통령도 많은 국민이 자신의 인사에 분노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짓을 저지르는 건 그래도 자신을 지지하는 또 다른 많은 국민이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국민들 눈치 볼 필요도 없다고 믿는 모양이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군주론(The
거대혜성 디비아스키가 6개월 후 도착 예정으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데 미국의 사정이 딱하니 세계도 덩달아 딱하다.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이 중간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그 정보를 봉인해버린다. 거대혜성이 날아온다는 정보를 미 백악관이 감추자, 세계 모든 나라는 모두 ‘깜깜이’ 상태가 된다. 올린 대통령은 자신의 스캔들을 덮으려고 비로소 ‘혜성위기’를 발표하지만 세계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미국의 조치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연간 국방예산이 1000조원이어서 ‘천조국’이라 불리고 ‘우주방위사령부’까지 갖추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좀’ 해주기를 믿는 듯하지만 올린 대통령의 백악관은 세계를 걱정하거나 우방을 배려할 생각이 ‘1’도 없다. 올린 대통령은 혜성을 파괴하는 대신 잘게 쪼개 혜성을 이루고 있다는 희토류를 추출하겠다는 도박을 감행하기로 한다. 인도, 러시아, 중국 등의 우주강국들이 국제공조를 제안하지만 미국은 단칼에 거절한다. 누구에게도 희토류를 한 줌도 나눠주고 싶지 않다. 아마 미국이 지구를 위협하는 디비아스키 혜성을 쪼개어 착륙시키기에 성공했다면 3000조원어치 희토류도 획득하고 차후에 세계 모든 나라의 팔을
영화 속에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직경 10㎞ 초거대혜성 ‘디비아스키’를 둘러싸고 미국사회는 양분되고 아수라장이 된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국론이 분열할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도 디비아스키 못지않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둘러싸고도 국론이 일치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미국도 중국 두들겨 패고 이슬람 테러리스트 때려잡는 일에만 국론 일치가 되는 나라다. 직경 10㎞짜리 혜성이라면 8000만년 전 지구에 내리꽂혀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 80%를 절멸시켰다는 그 전설적인 혜성의 크기다. 이번에도 바퀴벌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생명체는 끝장날 것이 확실한데, 무지·무능·무도의 화신과 같은 미국의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에 따른 ‘수작질’로 일관한다. 썩어도 준치라고 ‘자유민주주의 카멜롯(Camelot)’이라는 미국의 시민들이 저렇게 황당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은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서서히 바뀐다. 당연히 많은 시민은 혜성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올린 대통령의 ‘수작질’에 넘어가지 말자는 ‘룩 업(Look U
영화 ‘돈 룩 업’ 속 재시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무지, 무능, 무도한 리더십 아래에서 미국은 거대 혜성 ‘디비아스키’에 속절없이 얻어맞고 종말을 고한다. 애덤 매케이 감독이 보여주는 올린 대통령의 막장 리더십을 지켜보노라면 한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영화 ‘돈 룩 업’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이 등장한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세계 패권국이자 민주주의의 요람 또는 보루라는 미국에서 과연 저런 막장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게 ‘개연성’이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영화의 현실적 개연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관객들은 외면하기 마련인데, 전세계 많은 관객이 돈 룩 업을 진지하게 관람하고 많은 부분 공감한 것을 보면 ‘막장 리더십’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이 남긴 명언이다. 대개의 명언들이 ‘권고’나 ‘명령’으로 돼 있어서인지 뉴턴의 말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이 빌런 중 빌런은 여행자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여 죽이는 게 ‘일’이다. 공교롭게도 기준은 침대다. 자신의 집에 있는 침대보다 큰 사람은 잘라서, 작은 사람은 늘려서 죽인다. 이처럼 누군가의 ‘엿장수 맘대로’ 식 기준은 불편함을 낳는다.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게 보여서 안타깝다. # 장면1 =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행정부는 거대혜성이 칠레 앞바다 600㎞ 지점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으며, 도착 예정일이 6개월 후라는 것을 보고받는다. 그러나 자신과 정부의 안전을 위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봉인해버리는 ‘기준’을 설정한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연구팀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고 신문사와 방송사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유출한다.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 생각에 정부의 안전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천체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이었던 디비아스키는 졸지에 ‘반국가세력’으로 분류돼 미시간대학교 교정에서 무장경찰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연행된다. 올린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를 같은 반열에 놓아버리거나 정부를 오히려 국가의 위에 놓는다. 정부는 국가의 일
영화 속 재시 올린(Jasie Orelean)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백악관 비서실장(조나 힐 분)은 그녀의 아들 제이슨 올린(Jason Orlean)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이 손님들에게 찻잔 나르는 직책이 아닌 다음에야 조금 덜떨어진 자기 아들 앉혀도 좋을 만한 자리는 아니다. 자신의 아들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재시 올린 대통령의 인사(人事) 만행은 끝이 없다. 자신과 친분이 두텁고 정치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내는 의사 출신 조슬린(Jocelyn)을 나사(NASA) 국장(헤티엔 박 분)으로 앉혀두고 있다. 자신의 내연남인 시골 촌뜨기 경찰서장을 느닷없이 대법원장에 임명하면서 올린 대통령의 엽기 인사가 완성된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까짓 행정경험, 법률적 지식, 우주항공 지식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다. 거의 사명감을 갖고 이성과 지성에 ‘빅 엿’ 먹이는 대통령이다. 이쯤 되면 지성무용주의도 아니고 가히 반(反)지성주의라고 할 만하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약이다. 애덤 매케이 감독이 이 망조(亡兆)가 든 반지성적 대통령에게 하필이면 ‘올린(Orelean)’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부여한 이유가 있을 듯하다. ‘Orelean’은 프랑스 지명 ‘오를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는 올린(Orleen)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은 지구로 돌진해오는 거대 혜성 ‘디비아스키’를 향해 미국의 최신, 최고의 핵미사일 수십기를 동시에 발사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물론 이 장면은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모든 미국인과 전 세계인이 환호한다. “디비아스키’ 넌 이제 ‘디졌다.” 거대 혜성으로 향하는 핵미사일을 바라본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수십기의 핵미사일이 육안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 핵미사일들이 슬금슬금 방향을 돌려 지구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지켜보던 모두가 웅성거린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디비아스키 혜성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백악관 지하벙커에 마련한 ‘워 룸(war room)’에 세계최대 테크(Tech) 기업 배쉬(BASH)사의 피터 이셔웰(Peter Isherwell) 회장이 자기 회사 사무실처럼 나타나 올린 대통령을 턱짓으로 불러 옆방으로 데려간다. 이셔웰 회장은 올린 대통령에게는 최대 정치자금 후원자이다. 이를테면, 올린 대통령에게 상왕上王이자 저승사자다. 이셔웰 회장은 자기 회사 기술진의 보고에 따르면 디비아스키 혜성이 32조 달러 가치의 거대한 희토류 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