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마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기 어렵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은 물에 대한 피해와 두려움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가뭄 때도 힘들기는 하지만 인명 피해나 집, 논밭 등의 유실과 같은 재산 피해는 별로 없다. 그러나 홍수 때는 인명 피해는 물론 집이나 논밭, 가축 등의 재산이 물에 잠기거나 휩쓸려 가버린다. 이 속담은 지방에 따라 ‘이레 장마보다 삼 년 가뭄이 낫다’ 거나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등으로 다르게 전해지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같다. 한마디로 체감 기후로나 생활상의 편의로나 ‘그래도 가뭄이 장마보다는 낫다’는 식의 수해(水害)에 대한 지각 개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장마철이 되면 온 집안은 물론 마음까지도 눅눅해지고 일하기도 싫어진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우중충한 날씨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날씨가 흐리고 비 오는 날에 사람들이 우울해 지는 것은 저기압에서 나오는 이온 때문이
가을이 되면 남자나 여자나 옷차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자동적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自救策·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방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봄에는 여자들이 옷차림에 민감하지만 가을이 되면 남자들의 반응이 더 민감하다고 디자이너들은 말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차이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피하지방이 적고 상대적으로 피부가 건조하므로 가을을 쉽게 탄다. 한마디로 남자가 여자보다 추위를 잘 타며 피부가 쉽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이다. 신사복을 입는 시기와 기온과의 관계를 따져보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낮기온이 30℃ 아래로 내려갈 무렵부터 시작해서 28℃까지 약 20% 가량의 남자들이 신사복을 입는다고 한다. 그러나 낮기온이 27℃ 아래로 떨어지고 아침 기온이 20℃ 아래로 내려가면 신사복을 입는 사람이 한꺼번에 60%까지 증가한다. 이 시기가 바로 9월 중순경으로 통계적으로 도시에서는 신사복을 입는 사람이 8월말까지는 30%선에 머물다가도 9월에 접어들면 30%가 더 증가한다는 사실과 일치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가을 옷차림에 신경을 덜
기상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또 산업에서 적용하면서 가끔 우리가 믿고 있는 기후변화가 맞는 것일까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정말 많은 기후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구는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지구온난화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일까.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인가. 2010년 미국 예일 대학교와 조지메이슨 대학교가 ‘기후변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말을 신뢰한다는 미국 시민들은 47%에 그친 반면, TV 기상 리포터의 말은 56%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강조해 노벨상까지 받은 고어보다 기상 리포터의 말을 더 믿는다는 아이러니한 발표였다. 여기에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의 신뢰도 추락이 한몫했다. 2009년 말에서 2010년 초에 터져 나온 ‘기후게이트’ ‘빙하게이트’는 사람들이 정말 기후변화가 있기는 한 것인가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기후 게이트는 IPCC 소속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터졌고, 빙하
날씨는 음식의 맛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을 고기압의 날씨는 식욕 뿐 아니라 차 맛까지 좋게 하는데, 가을의 맑은 날 아침에는 수분증발이 왕성해 몸이 한결 가뿐해져 차 맛을 좋게 느껴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터득한 우리 선조들은 “아침 차 맛이 좋으면 날이 맑다”는 격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봄에는 기력을 보충해주는 화차,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열을 내리고 갈증을 덜어주는 녹차 그리고 가을에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청차와 겨울에는 몸을 덥게 하는 홍차를 최고로 친다. 날씨에 따라 몸에 좋은 차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과 겨울의 차 우리는 방법도 다른데, 여름에는 차 우리는 탕관에 물을 먼저 붓고 찻잎을 넣는 반면 겨울에는 찻잎을 먼저 넣고 물을 부어 우린다. 날씨에 따라 차의 종류와 우리는 방법까지 달랐던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커피가 대세다. 그런데 고기압권 내에서 아침에 마시는 커피 맛은 색다르다. 16세기 유럽을 침략한 오스만투르크족은 유럽인들에게 포도주 대신 커피를 마시도록 강요했다. 기독교인들은 교황에게 ‘악마의 음료’를 금지해달라고
날씨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에 오랜 세월 동안 기상예보 일을 해온 필자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군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예보로 성공적인 작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가 최대의 관심사였다면, 민간기상회사에 몸담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하면 정확한 예보로 기업들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2008년 기상청의 여름장마예보가 5주 연속 빗나갔다. 당시 장마전선의 이동과 발달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서 예보에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불행히도 예보가 틀렸던 날이 국민의 날씨 민감도가 높은 주말에 집중되었다. 결국 2008년 7월 26일 주요 뉴스(공중파와 주요 일간지)에서 오보를 집중 보도했다. 물론 국민적 관심 집중과 함께 비난도 쇄도했다. 당시 기상예보에 대한 국민만족도가 59.3점으로, 기상예보에 대한 신뢰도는 낙제점을 받고 있었다. 기상청은 방송 3일 뒤인 7월 29일 예보 정확도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첫째,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치 모델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오래된 일본 모델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으므로 영국 모델을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날씨는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원전 400년, 의사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공기, 물, 땅』이라는 책에서 “날씨가 좋은 날 수술하는 것이 좋다. 좋은 날씨는 수술 후의 감염을 막아주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최근에야 서구의 선진 병원에서도 날씨에 따라 수술 날짜를 조정한다고 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2400년 전에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파우스트(V. Faust) 의학박사는 그의 통계치를 바탕으로 푄(Fohn), 한랭전선, 폐색전선, 온난전선 이 네 가지 형태로 날씨를 분류하고, 각각의 전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신분열증은 폐색전선이나 온난전선 등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며, 긴장성 정신분열증은 초기 한랭전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울증은 특히 날씨에 민감한데, 주기적 우울증은 온난전선에 가장 민감하며, 반응성 신경우울증과 갱년기 우울증은 푄 바람이나 한랭전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신병자는 폐색전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며, 동맥경화증은 한랭전선의 영향을, 알코올 및 약물중독증은 푄 바람이나 초기 온난전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영화 ‘아바타’에는 공중에 떠 있는 섬들이 나온다. 구름 옆에 떠 있는 공중 섬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이다. 영화에서는 중력이상으로 인해 섬들이 공중에 떠 있다고 설정한다. 중력이상은 아바타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 지구인들의 최신무기가 중력이상으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부상열차도 나오는 세상이고 보면 공중에 섬이 떠 있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아바타’는 일본의 영화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 만들어진 에니메이션 영화에 하늘에 떠 있는 섬이 나온다. 천공(天空)의 섬 라퓨타이다. 인간이 하늘을 향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구름 위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빅히트를 쳤다. ‘라퓨타 신드롬’이라는 말도 나왔다. 라퓨타를 본 사람들이 평소에 잊고 살던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놀랍게도 일본의 에니메이션도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공중섬 라퓨타 제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방을 폄하하지만 최고의 모방이 최고의 창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아바타’는
말도 없고 여자같이 얌전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산에만 올라가면 놀랍게 변하는 것이었다. 평소 여자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하던 친구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사근사근 말을 붙이질 않나, 먹을 것을 해결하지 않나 그의 변신은 우리들을 경탄하게 하곤 했다. 어쨌든 그 친구의 놀라운 변신력은 그가 우리들에게는 산에 갈 때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기상 일을 하다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면 즉 기압이 낮아지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 정상처럼 높은 곳에서는 기압이 낮아지는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기분이 고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마 그 친구는 둔한 우리보다는 기압 변화에 민감해서 그렇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해발 800미터 정도 높이의 기압이 사람의 두뇌에 가장 쾌적한 상태가 되면서 기억력도 가장 좋아진다고 한다. 해면에서의 기압을 1기압이라 하는데 높이 올라 갈수록 기압은 낮아진다. 따라서 800미터의 높이가 되면 기압은 90헥토파스칼 가량 낮아 920헥토파스칼 정도 된다. 그런데 대개 이 정도의 높이의 산에서 가장 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기상요소는 기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온에 따라 팔리는 상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온도를 22℃라고 하는데, 이 온도를 흔히 맥주온도라고 부른다. 이 온도를 기점으로 여름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온도부터는 컵 모양의 아이스크림보다 길쭉한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기온이 30℃가 넘으면 얼음에 가장 가까운 바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이 밖에도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보다 이온음료가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오면 상품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중독 계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기온과 습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음식물은 쉽게 부패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25℃~30℃일 경우 음식물은 6~11시간이 경과하면 부패되어 식중독 위험이 있고, 30℃~35℃일 경우 4~6시간 정도만 음식물을 밖에 방치하면 곧바로 식중독에 걸릴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비브리오균이나 살모넬라균 등이 번식되는 시간은 35℃일 때가 25℃일 때 보다 3배 정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몸은 거북스럽지 않게 하라, 그리하면 당신은 모든 의사들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네덜란드 의사 브르하페(Hermann Boerhaave) 교수가 남긴 ‘의학상 다시없는 비밀’이라는 제목의 노트에 쓰인 문구다. 우리의 몸을 열측정기(적외선으로 체온의 분포를 측정하는 장치)로 측정해 보면 하반신의 온도가 대체로 상반신 온도보다 낮다. 보통 심장 주변은 37℃전후, 발은 31℃이하라고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냉’이라고 한다. 냉은 하체가 상체에 비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증상으로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어 고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최근 ‘반신욕’이라는 생활 건강법이 보편화되기도 했다. 반신욕은 하반신을 뜨거운 물에 담가 체온을 올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반신욕은 심리적으로 좋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반신욕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 물을 데워야 하고 그렇잖아도 더운 날씨 속에 뜨거운 물에 들어간다는 것이 고역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수압이 강
인류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화재로 로마의 화재, 일본 에도시대 메이레키 대화재, 영국 런던 대화재를 꼽는다. 온 도시가 화재에 거의 다 타 버린 후 이들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을까. 영국에서 화재보험이 나온 것은 런던 대화재 이후였다. 당시 의사이자 건축업자인 니콜라스 바번(Nicholas Barbon)은 잿더미가 된 런던 시내를 바라보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연구하다가 화재보험을 만들었다. 화재를 두려워하는 시민들에게 조금씩 돈을 받고 돈을 낸 시민 중 화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불탄 건물과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건물을 새로 지어주거나 수리해주는 것이었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시대였던 1426년 2월, 한양에서도 대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세종대왕은 강원도 횡성지역에서 강무(국왕의 친림 아래 거행된 군사훈련을 겸한 수렵대회) 중이었다. 그동안 가뭄이 오래 지속된 상태였던 데다 강한 북서풍이 불면서 한양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한양 대화재로 세종대왕은 수도가 폐허가 되는 아픔을 겪었고 지도력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세종대왕은 폐허가 된 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생한 최초의 문명은 기원전 5000년경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시작됐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해있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습지 지역에서 문명이 탄생했다. 때문에 다른 문명과 달리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의 신이 여러 신들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 인근에 위치한 이집트의 나일 문명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그런데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전혀 다르다. 이집트의 경우 주변이 사막지대라 외적이 쉽게 침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탁 트인 평야지대는 누구든지, 어떤 군대든지 자유롭게 침략할 수 있었다.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외적의 침략과 정복에 시달리는 험난한 역사를 겪어야 했다. 또 나일강은 물의 양에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은 매년 수량의 변동이 극심했다. 농사를 지속적으로 짓기에 믿을 만한 수자원이 되지 못했으며, 강이 범람할 때마다 강줄기는 자주 바뀌었다. 또한 날씨의 영향도 컸다. 낮에는 40℃를 오르내리고 밤에는 영하권까지 떨어지는 황야 기후에서 물은 생존에 절대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