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기상요소는 기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온에 따라 팔리는 상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온도를 22℃라고 하는데, 이 온도를 흔히 맥주온도라고 부른다. 이 온도를 기점으로 여름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온도부터는 컵 모양의 아이스크림보다 길쭉한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기온이 30℃가 넘으면 얼음에 가장 가까운 바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이 밖에도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보다 이온음료가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오면 상품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중독 계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기온과 습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음식물은 쉽게 부패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25℃~30℃일 경우 음식물은 6~11시간이 경과하면 부패되어 식중독 위험이 있고, 30℃~35℃일 경우 4~6시간 정도만 음식물을 밖에 방치하면 곧바로 식중독에 걸릴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비브리오균이나 살모넬라균 등이 번식되는 시간은 35℃일 때가 25℃일 때 보다 3배 정도 빨라진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5월 하순에서 6월초에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이때가 여름 못지않게 기온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데도 위생에 대한 관심은 여름철에 비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 최고 기온이 25℃를 넘어서면 손수건이나 부엌에서 쓰는 행주의 청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음식점에서 식사 전에 내놓는 물수건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정에서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더라도 2~3일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항생제 남용에 따른 대장균의 변이로 알려진 O-157균에 의한 식중독이 빈발하고 있다. O-157균에 의한 발병도 날씨가 더울 때 집중된다. 참고로 마늘이나 고추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O-157균에 감염되어도 발병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녹차를 자주 마시면 식중독이나 O-157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군이나 학교 등 집단 급식을 하는 곳에서 식중독 예방이 중요한 것은 집단적인 발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으로 상승하는 5월은 특히 식중독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하겠다.
이맘때쯤 찾아오는 것 중에 패혈증이 있다. 특히 갯벌에 사는 어패류를 이맘때 먹다가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서양 속담에 R자(字)가 들어가지 않은 달에는 어패류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은 5월부터 8월까지이다.
그 이유는 이 철에 기온이 높아지면서 어패류가 쉽게 부패하기 때문이다. 특히 패류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 전염병균 뿐만 아니라 이질이나 비브리오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세균들은 적당한 수온에서 급속히 번식하면서 독성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서해 및 남해의 해수 온도는 5월부터 급속히 상승하면서 20℃를 넘어선다. 어패류를 전염병균이 활동하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생선보다 갯벌에 사는 조개나 게, 굴이나 홍합, 대합 등의 갑각류와 패류 등이 더 위험하다. 이것은 이들이 오염된 물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갯벌은 배기가스, 산업 폐수, 생활 폐수 등으로 극심하게 오염되어 가고 있다. 패류는 오염된 산업 폐수로부터 수은,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을 흡입하여 몸속에 그대로 쌓아둔다.
특히 담치는 물이 조금만 오염되어 있어도 그대로 오염되고 만다. 그래서 여름철 패류는 비브리오 패혈증 위험도 높지만 중금속 중독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5월 중순 이후에는 기온 상승과 함께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어패류에 기생하는 각종 전염성 바이러스가 급속히 번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어패류에 대한 보관과 조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비해 해산물은 5℃ 이하에서 냉장 보관한 뒤 100℃이상에서 15분 이상 끓여 조리해야 하며, 날것으로 먹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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