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구글] 매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연휴가 지나면 이혼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올해는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킨 탓에 설 이후 이혼신청 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절이란 사실만으로 그동안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며 이혼을 감행(?)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대부분의 명절 준비를 여자들이 도맡아 하는 차별적 관행 탓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속 편하게 들어 누워 놀고먹기만 하진 않는다. 이래저래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제주여성들이 하는 일은 집일, 밭일, 물질에 이르기까지 두루 걸쳐 있다. 여성들의 삶은 늘 노동의 연속이고 일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일노래가 불려졌다. 여성들은 노래를 통해 노동의 고통을 잊을 뿐 아니라 현실의 괴로움과 고통을 극복해내는 지혜를 스스로 얻어냈다. 특히 여성요(謠)에는 여성의 애환을 노래하는 사설이 많다. 사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겪는 생활고, 서러움, 시댁과의 갈등, 좌절 등의 신세한탄과 저항의지, 기대, 소망들이다. 시집살이 노래는 시집간 여자의 생활주변을 읊고 있다. 현실을 한탄하거나 타협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반발한다. 부당한 속박을 고발하고 항거하는 의지를 보여주
요번 신구간(新舊間) 때 본가에 가서 집 마당에 있는 목련나무를 가지치기 했다. 집 울타리를 벗어난 가지나 대책 없이 높게 솟은 가지들을 전지톱으로 말끔히 쳐냈다. 간 김에 낡은 가구나 쓸모가 다한 큰 물건들도 예를 갖추고 내다 버렸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이사만이 아니라 집 고치기, 마당 흙 파기, 울타리 돌담 고치기, 나무 자르기, 가지치기, 묘소 수축(修築) 등을 한다. 건드려서는 안 될 땅을 파거나 그런 나무를 베어서 담당 지신(地神)이 노하여 받는 재앙인 동티(動土) 때문이다. 아무 때나 이런 일을 하면 동티가 나서 그 벌로 질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게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래서 행여 통티 날 일 있으면 신(神)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잠시 하늘로 올라간 사이, 대한(大寒)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 3일전까지 해야 한다. 그게 다 미신이고,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애써 어머니를 설득(?)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하면 일 년이 편안하다. ‘성주풀이’는 새로 지은 집에 가신(家神)인 성주신을 모시는 무속의례이다. 제주지역에서 행하는 성주풀이는 집이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적
▲ 초가마당. [사진=제주도] 제주도 초가는 크기에 따라 두 칸, 세 칸, 네 칸 집으로 구분한다. 또는 울담 안에 배치된 집의 수에 따라 ‘외커리집(一자형)’, ‘두커리집(二자형)’, ‘세커리집(ㄷ자형)’, ‘네커리집(ㅁ자형)’으로 부른다. ‘외거리집’은 ‘안거리’ 한 채와 부속채로 이루어진 집, ‘두거리집’은 ‘안, 밖거리’를 갖춘 두 채 집을 말한다. ‘안거리’와 ‘밖거리’는 마당중심의 이(二)자형으로 마주보거나, 기억자(ㄱ)형태로 배치된다. ‘집터 다지는 노래’는 집짓기 위해 터를 다지며 부르던 노래다. ‘원달구 소리’라고도 한다. 어어 원달구야 에에 원달구야 에에 원달구야 삼세 번 채랑 들러다구 천추 만년 살을 집터 은곽 ᄀᆞᇀ이(같이) 다져보자 좌청룡을 돌아보니 할로산(한라산) 일주맥에 청룡백호를 돌아보니 청룡백호가 확실쿠나(하구나)
▲ 양지은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제주출신 가수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반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수개월 제주도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끌고 가며 눈물샘을 자극했던 그다. 제주 출신 가수 양지은(33)씨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국악을 배운 양씨는 지난 4일 방송된 미스트롯2에서 시즌1 우승자 송가인의 뒤를 이어 최종 우승자(眞)에 올랐다. 1, 2라운드 합계 5873점(6000점 만점)을 기록하며 우승 왕관의 주인공이 됐다. 양씨는 미스트롯2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일군 출연자다. 준결승을 앞두고 탈락했지만 다른 출연자가 하차한 후 추가 합격자가 됐다. 경연시작 20시간 전이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팬들 사랑 덕분에 받았다. 진에 걸맞은 좋은 가수가 돼서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양지은씨는 제주시 한림읍 출신으로 한림고,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제5회 목포 유달국악대전 판소리 일반부 대상, 제10회 목사고을 나주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부문 대상, 제12회 서울전국국악경
▲ 도리깨질 [사진=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도 농촌가옥은 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마당은 농사수확은 물론 각종 가정행사가 이루어지던 생활공간이다. 다른 농촌지역에서 그렇듯이, 제주에서도 밭이나 마당에서 ‘도리깨’를 이용하여 보리나 조, 콩 등 잡곡을 타작(打作)했다. 타작은 ‘도리깨’를 사용하는 일이라 ‘도리깨질 소리’, 주로 마당에서 이루어져 ‘마당질 노래’라고 했다. 혹은 ‘도리깨’로 보리를 타작했기 때문에 ‘보리 타작소리’라고 했으며 콩이나 팥도 ‘도리깨’로 타작하기 때문에 그냥 ‘타작노래’라고 했다. 욜로(요기서) 요레(요기로) 누게나(누가) 앉고 허야도 홍아 허야도 하야 설룬(서러운) 정례 말이로구나 두드렴시민(두드리다보면) 부서나진다 ᄒᆞᆫ(한) 번 ᄄᆞ령(떼려) 열 방울 썩(씩) 두 번 두드령 백 방울 썩 부서나지라 깨어나지라 두드렴시민 굴축난다(몹시 줄어든다) 질ᄀᆞ&
일본 시단(詩壇)의 거장이며 재일제주인 1세인 김시종 시인과 문예.사회비평가인 사타카 마코토씨의 대담집 '재일(在日)을 산다-어느 시인의 투쟁사-'가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총서 49로 제주대 일어일문학과 이창익 교수에 의해 번역.출판됐다. 김시종 시인은 일본어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면서 심오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어휘를 창조하는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또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20세 나이에 4.3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시인은 이 대담에서, 일제 강점기 때에 자신이 부끄러운 황국소년이었음을 고백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이 증오하는 일본어로 시를 쓰면서 자기와의 끊임없는 갈등을 표출해왔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와 내셔널리즘의 확산을 우려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문학인들과 정치인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린 시절의 제주도와 4.3 당시 모습도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 제주에서 공연된 우리 고유의 생소한 전통음악 연주에 항의하는 관중들의 소동, 4.3 당시 자신에게 닥쳤던 숙부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수십년 지나서 고향에서 벌인 진혼 ‘굿’과 이를 통
▲ 제주 논농사. 맷돌노래는 보리나 조 같은 곡물을 갈기 위해 맷돌 돌리며 부르던 제분(製粉)요다. 맷돌 돌리는 일은 대부분 여자들 몫이었다. 단순하면서 지루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가사들이 전이되고 변용되어 나타난다. 제주민요 연구 선구자이신 故 김영돈 교수님은 이를 자립과 근면의 노래, 팔자와 한탄의 노래, 사랑과 원한의 노래, 시집살이 노래, 집안노래, 경세(警世)의 노래, 꿈의 노래, 신앙과 풍토의 노래로 구분하여 정리해 놓으셨다. 이번 글에서는 먹고 사는 생업(生業)과 부업(副業)에 관한 사연들을 소개한다. 읽다보면 해학과 풍자에 스르르 몰입하게 된다. 일부 지방색을 나타내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냥 ‘옛날 얘기려니’ 하고 담대히 넘기시는 게 건강에 좋을 듯하다. 교래(橋來), 송당(松堂) 큰 애기들은 가죽 감태 쓰고 피(稗) 방아 찧으러 나간다. 피는 일곱 차례 찧어야 모두 벗겨져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이를 ‘능그기’라 한다. 예전에는 능그기 힘들어서 피 농사를 꺼렸다.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다. 반면 서목골 큰 애기들은 돼지 창자 훑으러 모두 나갔다. 돼지 부산물을 가져다
제주에서는 초가지붕을 띠로 덮고 바람에 날라 가지 않도록 바둑판모양으로 줄을 얽는다. 이 때 사용하는 줄을 ‘집줄’ 이라하며 줄 꼬는 작업 때 부르던 노래를 ‘집줄 놓는 노래’라 한다. ‘집줄 놓는 소리’는 초가집을 단단하게 엮는 띠 줄을 ‘호랭이’를 이용해 꼬면서 부르는 노래다. 줄 꼬는 작업은 날을 정해 가족 혹은 마을공동으로 치러진다. ‘줄 빈다’ 혹은 ‘줄 놓는다’라 한다. 초재(草材)가옥인 초가는 잔디, 새, 억새, 갈대, 왕골 등 초근(草根)식물을 이용하여 만든 가옥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대부분 농사부산물을 지붕재료로 사용한다. 제주도 초가는 한라산 초원지대의 자연초재(草材)인 띠(새, 茅)를 사용했다. 2년에 한 번씩 초가지붕을 새로 인다. 10월∼12월초까지. 지붕 이을 때 자(子), 오(午), 묘(卯), 유(酉) 천화일(天火日)을 피하여 지붕 인다. 만일 천화일에 지붕을 손보면 화재나 재앙이 생겨 집안이 쇠퇴한다는 속설이 있다. 초가지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거센 바람에 대항하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삶의 역
▲ 신축된 장한철 생가 터 초가 제주시는 애월리 한담해변 일원 장한철 생가 터 초가 신축 및 전시공간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총사업비 6억8000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초가 안거리(57㎡)와 밖거리(39㎡) 2동을 신축했다. 올해 2월 내부 전시물 설치를 완료해 3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초가 내부에는 해양문학의 대표적 작품인 표해록을 디지털화해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구들과 정지에 책장과 굴묵 등의 생활상 연출을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재현했다. 장한철은 조선후기 영조때 애월읍 애월리에서 태어나 대정현 현감을 역임한 문인이다. 대과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다가 풍랑으로 류쿠제도(오키나와)에 표착한 이후 그 경험을 담은 ‘표해록’을 저술했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 ‘표해록’은 당시의 해로·해류(海流)·계절풍 등이 실려 있어 해양지리서로서 문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장한철 산책로와
예전 제주에서는 마을어른이 돌아가시면 ‘골’ 별(別)로 ‘접군’이나 ‘골군’, 혹은 ‘유대군’이라 부르는 마을남자들이 합심하여 상여를 매고 장례 치렀다. ‘행상소리’는 이 때 부르는 장례의식요의 한 유형으로 장례의식 관련 내용과 인생무상(人生無常)을 풀어내고 있다. 먼저, 관(棺)이 방문을 나와 상여(喪輿)에 오르기 전 소금과 콩을 관에 뿌리며 액(厄) 막음했다. 그리고 상여 앞으로 마와 명을 두 줄로 매달아 그 집안여자들이 끌고, 뒤에 상여가 따랐다. “술집에 갈 적엔 친구도 많았지만 북망산천 갈 적엔 나 혼자로다. 인제가면 언제 오나 한번 가면 못 올 길.” 아무리 의좋은 부부도 한날한시 같이 죽음에 이르고 싶어 하지만, 그저 ‘소망’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간다간다 나는 간다 저 세상으로 나는 간다 어화넝창 어하로다 어젠 청춘 오늘은 백발 정든 자손 버리고 나는 간다 도두봉도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산 맑고 물 좋은 곳으로 나는 간다 불쌍하구나 가련도 하다 가자가자 어서 가자 오늘은 날씨도 좋고 가련도 하
▲ 김인지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 보존처리 후 모습. 제주도립미술관은 오는 9일부터 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 2에서 ‘제주작고작가-김인지’전을 연다고 4일 밝혔다. 심석(心石) 김인지(1907-1967)는 서귀포시 예래동 출생으로 행정가, 교육자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김인지는 제주공립농업학교(현 제주고)를 졸업하고 전남공립사범학교(현 광주교대)에 진학해 교직의 길로 들어섰다. 서귀공립보통학교(현 서귀포초)에서 교사로 재직 중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사범학교 부속 동광회 도화강습회의 도화강습과를 수료했다. 이어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작품 <애(崖)>를 출품해 서양화 부문에서 제주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입선해 ‘제주도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1936년 제15회와 1938년 제17회에서도 작품 <서귀항>과 <해녀>로 연이어 입선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 작가는 제주공립농업학교 미술강사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하면서 제주도의 서양화 도입과 발전을 위해 힘썼다. 또 제주미술협회(현 한국미술협회 제
▲ 영주십경의 녹담만설(鹿潭晩雪), 귤림추색(橘林秋色) 조선 말 제주도 대표 지식인 매계(梅溪) 이한우(李漢雨, 1818~1881)는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하여 ‘영주십경(瀛州十境)’이라 하고 시적(詩的) 향취가 풍기는 이름을 붙여 시(詩)를 지었다. 그 뒤 여러 대가들이 그 시에 차운(次韻)하여 많은 시를 남겨 현재 제주의 대표 명승지(名勝地)로 꼽히고 있다. 이한우가 선정한 영주(瀛洲) 십경(十景)은 성산일출(城山日出): 성산 해돋이, 사봉낙조(紗峯落照): 사라봉 저녁노을, 영구춘화(瀛邱春花): 영구(들렁귀)의 봄꽃, 정방하폭(正房夏瀑): 정방폭포의 여름, 귤림추색(橘林秋色): 귤림의 가을 빛, 녹담만설(鹿潭晩雪): 백록담 늦겨울 눈, 영실기암(靈室奇巖):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 굴 사찰, 산포조어(山浦釣魚): 산지포구 고기잡이, 고수목마(古藪牧馬): 초원에 기르는 말 등이다. 이한우는 먼저 ‘성산출일’ 다음에 ‘사봉낙조’를 놓아 하루를 말하였고, 춘하추동을 두어 한 해를 이야기하였다. ‘영구춘화&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