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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35)] 생업

 

맷돌노래는 보리나 조 같은 곡물을 갈기 위해 맷돌 돌리며 부르던 제분(製粉)요다. 맷돌 돌리는 일은 대부분 여자들 몫이었다. 단순하면서 지루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가사들이 전이되고 변용되어 나타난다.

 

제주민요 연구 선구자이신 故 김영돈 교수님은 이를 자립과 근면의 노래, 팔자와 한탄의 노래, 사랑과 원한의 노래, 시집살이 노래, 집안노래, 경세(警世)의 노래, 꿈의 노래, 신앙과 풍토의 노래로 구분하여 정리해 놓으셨다.

 

이번 글에서는 먹고 사는 생업(生業)과 부업(副業)에 관한 사연들을 소개한다. 읽다보면 해학과 풍자에 스르르 몰입하게 된다. 일부 지방색을 나타내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냥 ‘옛날 얘기려니’ 하고 담대히 넘기시는 게 건강에 좋을 듯하다.

 

교래(橋來), 송당(松堂) 큰 애기들은 가죽 감태 쓰고 피(稗) 방아 찧으러 나간다. 피는 일곱 차례 찧어야 모두 벗겨져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이를 ‘능그기’라 한다. 예전에는 능그기 힘들어서 피 농사를 꺼렸다.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다. 반면 서목골 큰 애기들은 돼지 창자 훑으러 모두 나갔다. 돼지 부산물을 가져다가 순대 담거나 ‘몸국’, ‘돗국물’ 끊여 부모형제 맛나게 대접했다.

 

성안골 큰 애기들은 양태청, 화북(禾北) 큰 애기들은 탕건청으로 갔다. 양태나 탕건을 만들어 오일장(육장)에 팔아(시백) 그걸로 필요한 물건들을 사왔다. 함덕 큰 애기들은 신총 부비기, 조천 큰 애기들은 망건청으로 갔다.

 

김녕(金寧), 월정 큰 애기들은 썩은(?) 고기 팔러 나갔다. 아마 당시 냉동보관기술이 부족해 생선 신선도가 심하게 떨어졌음을 비아냥거린 듯하다. 썩지는 않았을 거고... 좀 ‘무렸구다’ 싶을 정도.

 

애월, 한림 큰 애기들은 구물 못, 도두, 이호(梨湖) 큰 애기들은 모자 만들러 갔다. 청수, 저지(楮旨) 큰 애기들은 풀무질하러 나갔다. 풀무질은 처음 청수나 저지에서 많이 행해지다 나중 덕수리로 넘어갔다. 지금도 덕수리마을회에서 매년 풀무질(불미공예)을 재연(再演)하고 있다.

 

대정 근방 큰 애기들은 자리 짜기, 성읍(정의) 큰 애기들은 길쌈 베로 모두 나간다. 대정과 성읍 모두 큰 마을, 현 혹은 읍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돗자리와 베로 대비시켜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경우가 다음에 또 나타난다.

 

ᄃᆞ리(橋來) 손당(松堂) 큰애기덜 피 방애(방아) 짛듯 돌아가라
절귓대(절구대)에 물 올리 듯 요 ᄀᆞ레(고레)야 돌아가라
ᄃᆞ리 손당 큰애기덜은 가죽감테 모르로 쓰곡 피 방에 지레 ᄆᆞᆫ 나간다
서목골에 큰애기덜은 돗 베설 훌트래 ᄆᆞᆫ나간다
성안골에 큰애기덜은 양태청으로 ᄆᆞᆫ(모두) 나간다
잇개(新興) 뒷개(北村) 영리방 ᄄᆞᆯ(딸)은
건질(딴머리) ᄒᆞ여도(하여도) 이날대건지
치맬(치마를)입어도 연반물 치메(치마) 신을 신어도 가막 창신
벨도(禾北)대 큰애기덜은 탕건청으로 ᄆᆞᆫ 나간다
함덕대 큰애기덜은 신깍(신총) 부비기로 ᄆᆞᆫ 나가곡
조천대에 큰애기덜은 망근청(망건청)으로 ᄆᆞᆫ 나가곡
짐녕(金寧) 월정 큰 애기덜은 썩은 궤기(생선) ᄑᆞᆯ래(팔러) ᄆᆞᆫ 나간다
애월 한림 큰애기덜은 구물 ᄆᆞᆺ이레 ᄆᆞᆫ 나가곡
도두 벡게(梨湖) 큰애기덜은 모ᄌᆞ(모자) ᄆᆞᆫ 나가곡
청수 닥ᄆᆞ를(楮旨) 큰애기덜은 술기(풀무) 소리로 ᄆᆞᆫ 나간다
대정 근방 큰애기덜은 자리 짜기로 ᄆᆞᆫ 나간다
정의 산앞 큰애기덜은 질삼(길쌈) 베로 ᄆᆞᆫ 나간다

 

* 가죽감테=짐승 털가죽으로 만든 방한모(防寒帽), 건지=커다랗게 얹은 머리모양의 하나, 가막=밑창 겉 바닥에 징을 박고 운두는 얕고 뾰족하게 코가 내민 가죽신

 

가시(加時)오름 큰 애기들은 담배피기 좋아했고 정의골(城邑里) 큰 애기들은 화투치기 좋아했다고 한다. 헛소문인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른 지역은 먹고 사는, 일거리에 관한 얘기가 많은데, 가시리와 성읍리는 개인 기호품와 오락에 대한 언급이 있는 걸로 봐서, 타 지역보다 먹고 살만 했거나, 타 지역의 시샘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너무 일하는 얘기만 하다 보니 지루해 중간에 살짝 다른 얘기를 넣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나.

 

화투는 포르투갈에서 비롯된 ‘카르타(carta)놀이 딱지’가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일본에 전해졌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그것을 본떠 하나후다(花札)라는 것을 만들어 놀이 겸 도박을 했다. 이게 조선조 말엽,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까스치기’, ‘미나토’

 

담배는 원래 여자들이 피우는 거라고 외할머니가 늘 말씀하셨다. 살면서 맺힌 설움과 한을 연기로 내뿜으며 ‘ᄉᆞᆯ아’ 버려야 한다. 외할머니는 ‘해비 스모커’ 셨다. 아버진 담배 안 하셨다. 나나 내 아들 역시 ‘노담’이다.

 

지금은 없어진 마을인 죽성 고다시 큰 애기들은 산딸기, 다래 장사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아라동 특산물이 딸기다. 설개, 가물개 큰 애기들은 감투청으로, 도련(道蓮) 큰 애기들은 대그릇 팔러 나갔다.

 

협재(挾才), 옹포(甕浦) 큰 애기들 뗏목타기 제격, 고내, 애월 큰 애기들 속옷치장이 제격, 종달리 큰 애기들 소금장사 제격, 사수동(砂水洞) 큰 애기들 모래 나르기 제격, 도두(道頭) 큰 애기들 망근 짜기 제격. 다들 아르바이트로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데, 고내와 애월은 속옷치장 제격이란다. 분위기 반전이다. 이 역시 중간에 살짝 다른 얘기를 넣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나. 하긴 그래야 찰지다. 칭찬은 아닌 거 같다. 왜 하필 속옷 치장?

 

별도(別刀), 조천 큰 애기들은 탕건틀, 김녕(金寧) 마을 큰 애기들은 물질하러 다 나간다. 이 의미는 알 거 같은데, 성안 칠성골(七星通) 큰 애기들이 돼지 배설(창자) 구하러 다 나간다는 말은 잘 모르겠다. 그 근방에 도살장이 있었거나, 그 동네 소비수준이 높아 돼지를 많이 잡아 드셨나 어렴풋이 추측한다.

 

가시(加時)오름 큰애기덜은 담베(담배) 피기 일수이고
정꼴(城邑里) 큰애기덜은 화토(화투) 치기 일수로다
ᄃᆞ리 손당 큰애기덜은 피(稗) 방애(방아) 지레 다 나간다
죽성 ᄀᆞ디사(고다시) 큰애기덜은 틀(산딸기)ᄃᆞ레(다래) 장시로 다 나간다
조천 함덕 큰애기덜은 망근청(망건청)으로 다 나간다
산지땅의 큰애기덜은 ᄌᆞᆷ수청(해녀청)으로 다 나간다
설개 가물개 큰애기덜은 감티청(감투청)으로 다 나간다
맨돈(도련, 道蓮) 지방 큰애기덜은 대그릇 장시 다 나간다
우리 동네 큰 똘애기(딸아이) ᄇᆞᆰ기(밝기)전에 ᄒᆞᆫ저(어서) 글라(가자)
섭지(협재, 挾才) 도께(옹포, 甕浦) 큰애기덜 테베(뗏목) ᄐᆞᆷ(타기)이 제격이여
고네 애월 큰애기덜 속옷치장이 제격이여
종달리의 큰애기덜 소곰(소금) 장시 제격이여
몰레물(사수동, 砂水洞)에 큰애기덜 몰레(모래) 날르기 제격이여
도도리(도두, 道頭) 큰애기덜 망근 짜기 제격이여
성안 칠성골(七星通) 큰애기덜 돗(돼지) 베설(창자) ᄒᆞ레 다 나감져
벨도(별도, 別刀) 조천 큰애기덜 탕건틀에 ᄄᆞ라감져(따라간다)
짐녕(김녕, 金寧)ᄆᆞ실(마을) 큰애기덜 물질ᄒᆞ젠(하러) 다 나감져
방에러라 지남석(指南石) 방에 서월(서울) 놈의 독의(도구) 방에
모관 놈의 보리 방에 ᄃᆞ리(교래, 橋來) 놈의 피 방에
정의 놈의 조 방에 나 오라방(오라버니) 대모관 갓져
질을 잡앙 돌아나 오라 산도 보난(보니) 얼음 진 산이여
보선 ᄌᆞᆸ앙(접어) 보네라 ᄒᆞᆫ다

 

* 죽성=제주시 아라동의 한 마을, 설개=제주시 삼양동의 한 마을, 가물개=제주시 삼양동의 한 마을, 대모관=모관을 크게 일컫는 말

 

뒷개(北村) 엿개(新興) 영리방 ᄄᆞᆯ(딸)은 신만 신어도 은 닷(다섯) 돈 짜리
치메만 입어도 연반물 치메 저고리만 입어도 이러리(색동) 저고리
ᄃᆞ릿(도리) 아기 피 방에 짐은 각단 밧듸(밭에) 우리통 박 듯
헤벤(해변) 아기 조방에 짐은 한질(한길) 지대 춤추 듯이여
헤벤 놈은 벤드레 코 웃드르 놈은 씨 망텡이(망태기)
대정 놈은 대페렝이(대패랭이) 정윗(정의) 놈은 정당벌립

 

헤벤 놈은 먹어랜 ᄒᆞ난 눈에 알팍은 갈치국에
노랑ᄒᆞᆫ 조팝(조밥)에 먹단 남앙(남은) 개 준 놈의 정이여
정의 놈은 먹어랜 ᄒᆞ난 무거리 피압에 헤이리국에
먹단 남앙 개 준 놈이 정이여

 

* 각단=밭과 밭 사이 경계를 가르기 위하여 돌담 대신 박은 말뚝, 혹은 잡목(雜木), ‘울창’이라고도 함. 벤드레=낚시거루 노(櫓) 저을 수 있도록 배 멍에와 노손 묶은 밧줄, 헤이리=썩은 나무둥치에 기생하는 식용버섯의 일종

 

한로영산(漢拏靈山) 흘르는 물은 페양도(평안도) 대동강 연주 지레(지러) 간다
즤주(제주)산은 인정지(人定之) 산이라도 헤 곧 지난 신천미라라
가시오름 강당장 칩의 숭시(흉사) 들언 망ᄒᆞ젠 ᄒᆞ난
짓(깃)만 부뜬(붙은) 도폭을 입곡(고) 펜지민 부뜬 갓을 씨곡(쓰고)
목만 부뜬 보선을 신곡 ᄃᆞᆯ멩이(돌멩이)만 부뜬 신을 신곡
가시오름 강당장 칩의 숭시(凶事)재와 들이젠 ᄒᆞ난
매인 쉐(소)가 울 넘엄서라 앚진(앉은) 솟(솥)이 걸음을 걷곡
튿은(뜯은) ᄃᆞᆨ(닭)이 고기약ᄒᆞᆫ다
기시린(그을린) 좃이 ᄃᆞᆯ음(달음)을 ᄃᆞᆮ곡(뛰고) 벳긴(벗긴) 개가 옹공공ᄒᆞ고
보끈(볶은) 콩이 새 움(싹)이 난다
가시오름 강당장 칩의 싀 콜 방에 새 글럼서라
요 내 몸은 비 잡아 사난 다ᄉᆞᆺ(다섯) 콜도 새 맞암서라
각단밧듸 우리통 박 듯 팔제 궂인(궂은) 요내몸 가난 짛는 방에 ᄃᆞᆯ음 ᄃᆞᆮ나

 

ᄃᆞ리(도리) 손당(송당) 큰애기덜은 피 방에 짐에 다 나가고
청수 닥ᄆᆞ를 큰애기덜은 지름(기름) 장시(장사) 다 나가고
죽성 ᄀᆞ다시(고다시) 큰애기덜은 틀(산딸기) ᄃᆞ레(다래) 타레(따러) 다 나가고
조수 낙천 큰애기덜은 석은(썩은) 멜(멸치) 폴레(팔러) 다 나가고

 

북촌(北村), 신흥(新興) 영리방 딸은 신은 은(銀) 다섯 돈짜리, 치마는 연반물치마, 저
리는 색동저고리. 북촌과 신흥은 부자동네였던 거 같다. 그 동네로 시집간 며느리들도 명품족 되려나?

 

대정사람은 대로 만든 ‘패랭이’, 성읍사람은 댕댕이 덩굴로 만든 ‘정당벌립’. 아마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패랭이’들을 소개한 듯한데, 요즘 가격으로 보면 ‘정당벌립’이 훨 비싸다. ‘정동벌립’은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8호다. 해안마을은 갈치국에 노랑 조밥, 성읍 같은 중산간 마을은 무밥에 버섯국. 예전엔 생선 축에 끼지도 못했던 갈치가 요즘은 ‘은갈치’라며 명품갈치로 대접받는다. 그래도 난 ‘갈치호박국’을 아주 싫어한다. 성산지역은 지금도 무 농사를 많이 한다. ‘백자 무우’

 

한라영산(漢拏靈山) 흐르는 물은 평안도 대동강 연주 지러 간다. 제주산은 인정지(人定之) 산이라도 해 곧 지난 신천미라라. 가시오름 강당장 집의 흉사 들어 망하자 깃만 붙은 도폭 입고, 펜지민 붙은 갓 쓰고, 목만 붙은 보선 신고, 돌멩이만 붙은 신 신고. 잘나가던 강당장 집도 흉사가 들어 망하자 당장 의복차림부터 구차해 진다.

 

청수 닥마을 큰 애기들은 기름 장사 나가고, 조수 낙천 큰 애기들은 썩은 멸치 팔러 가고. 예전 제주, 특히 월정, 행원바다에서 멸치가 많이 잡혀 먹기도 했지만 거름, 어비(魚肥)로도 이용했다.

 

생이(새) ᄒᆞᆫ(한) 머릴 잡아 놓으난 ᄀᆞᆯ막(東福) 상뒤(향도) 다 멕여도
이문 걸련 못 들어오란
얻어먹젠 어름비(어음2리) 갓단 빌어먹젠 비메니(어음1리) 갓단
돌아사젠 도노미(어도리) 오란 올레 발른 강좌쉬(좌수) 칩(집)의
상아덜(아들)에 메누리(며느리) 드난 ᄌᆞ냑의도(저녁에도) 개역(보리미숫가루)에 탕쉬 조반에도 개역에 탕쉬 ᄀᆞ레(고레)에도 나만이라라
어느제랑(때랑) 강도령 오겅(오면) 일천 ᄉᆞ담 다 일러 두엉
벡탄불에 얼음석ᄀᆞ찌(같이) 지픈(깊은) 물에 수만석ᄀᆞ찌 소르릉이 내 녹아 가마

 

* 탕쉬=고사리나 콩나물에 기름, 깨를 쳐서 만든 나물반찬

 

어쩐 일인지, 강좌수 집 며느리가 아침, 저녁 개역에 탕쉬만 상에 올린다. 정확한 사실은 삼자대면해야 밝힐 수 있다. 새 며느리 흉보려는 시어머니의 일방적 험담인지, 아니면 며느리가 어떤 특별한 이유로 밥이 아닌 개역에 나물만 올리는지. 좌수(座首)는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지역유지(有志)다. 그런 집 살림살이가 그 정도로 옹색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면 겉으로 보기엔 그러듯해 뵈도 내실은 궁핍했나?

 

조종 조종 무신(무슨) 조종 즤주(제주) 조종 한로산(한라산) 조종
과넉정 조종 나리님 조종 조천 조종 ᄆᆞᆯ(말) 장시(장사) 조종
삼양 조종 양테(양태) 조종 함덕 조종 멜치(멸치) 조종
짐녕(김녕) 조종 ᄌᆞᆷ수(잠수) 조종 종달리 조종 소금 조종
손당(송당) 조종 피ᄊᆞᆯ(쌀) 조종 성산 조종 일출봉 조종
가시오름 조종 ᄆᆞᆼ생이(망아지) 조종 대정 조종 ᄇᆞᄅᆞᆷ(바람) 조종
석 ᄃᆞᆯ(달) 열흘 장마는 지난 마헤 건삼 대훼에 걸언
곱이 아니 석어냐 ᄒᆞᆫ다(한다) 석은(썩은) 낭긔(나무) 돋아난 초기(버섯)
어딜 좋안 진상이라니 맛이 좋안 진상이라라

 

삼양=양태, 함덕=멸치, 김녕=잠수, 종달리=소금, 송당=피쌀, 성산=일출봉, 가시오름=망아지, 대정=바람. 전에 비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대김녕마을엔 해녀들이 많다. 일출봉은 아직도 성산에 있고 대정바람은 여전히 세다. 이 나머진 사라지고 없다. 기록에만 남아있다.

 

산듸ᄊᆞᆯ(밭벼)아 산 돌앙 보라 날만ᄒᆞᆫ(한) 전싕(전생)이셔냐
ᄆᆞᆯ(말)이 물은 가슴이라냐 쉐(쇠)가 찔른 가슴이라냐
돌에 다친 가슴이라냐
모관(성안)서 죽 쑤단(쑤던) 사름(사람) 정의 가도 죽 쓰어서라
정의서 죽 쑤단 사름 모관의서도(에서도) 죽 쑤어서라
산 앞의서(에서) 죽 쑤단 솟(솥)은 산 뒤서도 죽 쑤어서라
본디 전싕(전생) 줒어랜 팔제(팔자) 어딜 가민 좋으랜 말고

 

산듸쌀(밭벼)아 산돌아 보라. 나만한 전생 있던 가. 말이 문 가슴이더냐, 쇠가 찌른 가슴이더냐, 돌에 다친 가슴이더냐. 모관(관아)서 죽 쑤던 사람 정의 가도 죽 쑤더라. 정의서 죽 쑤던 사람 모관에서도 죽 쑤어서라. 산 앞에서 죽 쑤던 솥은 산 뒤서도 죽 쑤더라.

 

본디 나빴던 팔자 다른 곳에 간다고 좋아지나. 이런 경우를 제주에서는 “개 줘도 안 뜯어먹을 팔자”라고 한다. 반려견 비하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먹성 좋은 개조차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팔자가 빈복(貧福)하다는 의미다.

 

어떤 ᄌᆞ년(자녀) 밥 제경(제워) 낳곡(낳고) 어떤 ᄌᆞ년 옷 제경 낳곡
밥도 옷도 안 제긴 몸은 눈물만 제견 나 나아싱가(낳았나)
낭(나무) 중에도 올곧은 낭근 데승전(大成殿)의 데포(대들보)를 매난
즤주(제주) 목ᄉᆞ(목사) 절 마탐고나(받는구나)
어떤 낭근 팔제 좋안 관덕청에 대들포 매곡
일천 선비안틔(에게) 절을 마트곡(받고) 어떤 낭은 팔제 궂엉(나빠)
질ᄀᆞᆺ(길가) 집의 듸딜팡(디딜팡) 놓앙 세섬 유녜(遊女) 발에서 논다

 

ᄀᆞ랑(갈아) 좁쌀 양석(양식)을 쌍(싸) 조선 팔도 다 돌멍(돌며) 보자
날만 전싕(전생) 궂인 이셔냐 궂어시메 나 이영 울쥬
좋아시민 나 무사 울리 나 어멍이 날 울랭 ᄒᆞ멍
나 아방이 날 울랭 ᄒᆞ랴 난 시 난 때 원이나 ᄒᆞ라
울멍(울며) 밥을 손으로 먹어 무정ᄒᆞ난 성올르더라

 

갈 베 읏언(없어) 올 베도 읏언 ᄃᆞᆼ길(당길) 베로 날 ᄃᆞᆼ(당)긴다
어떤 사름 복력이 좋앙 본가장엔 일부나 종ᄉᆞ(종사)
우리 어멍 날 낳던 날은 놈은 아니 난 날이로고나
어떤 사름 팔제나 좋앙 고대광실 노픈(높은) 집의
앞 바당의 노적 눌곡 거리 노적 길 노적하리
말은 좋곡 살을멘 엇곡(없고) 그거 누게(누구) ᄌᆞ식(자식)이라니
인간 세믜 나 나던 날에 놈은 아니 나실로고나

 

나무 중에도 올곧은 나무는 대성전(大成殿) 대들보 매니 제주목사 절 받는 구나. 어떤 나무 팔자 좋아 관덕청 대들보 매고 일천 선비에게 절 받고, 어떤 나무은 팔자 나빠 길가 집의 디딜팡 놓아 세 섬 유녀(遊女) 발에서 논다. 나무도 그럴 진데, 사람이야 오죽할까. 금 수저, 흙 수저.

 

좁쌀을 싸서 조선 팔도 다 돌며 보자. 나만큼 전생 나쁜 이 있더니? 나쁘니까 나와 울지. 좋았으면 내가 왜 울까. 나 어머니 날 울라고 하며 나 아버지 날 울라 하랴. 태어난 시, 태어난 때 원망 하라. 울며 밥을 손으로 먹어 무정하니 성 오르더라. 어떤 사람 복력 좋아 본가장엔 일부종사 우리 어머니 날 낳던 날은 놈은 아니 낳은 날이로구나. 어떤 사람 팔자나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의 앞바다 노적 눌고 거리 노적 길 노적하리. 세상사가 그렇다. 해도 해도 나만 안 풀린다. 그게 전생이나 조상 탓만 같아 보인다.

 

아홉인 제 열인 젯 중심 놈이 운덜 내 울랴 ᄒᆞ난
선헹 나산 울어졈구나 눈물 젖언 나 낫고나
어디아방 날 울랭 ᄒᆞ리 어디 아방 날 울랭 ᄒᆞ리 어느 어멍 설러워ᄒᆞ리
산듸ᄊᆞᆯ(밭벼, 陸稻)은 산 넘엉 가곡 나룩ᄊᆞᆯ(논벼, 水稻)은 물 넘엉 오곡
ᄌᆞᆷ진ᄌᆞᆷ진(자잘한) 좁ᄊᆞᆯ은 모든 님의 양석이여
애ᄃᆞᆯ(섭섭)을사 좁ᄊᆞᆯ의 팔제 모든 벡성(백성) 살을메 읏다
나록 졸렌(쭉정이) ᄈᆞᆺ아나(빻나)본다 볼리(보리) 졸렌 보까나(볶아나) 본다
조 졸렌 ᄀᆞᆯ아나(갈아) 본다 사름 졸렌 무싱(무엇)것에 쓰코(쓸고)
들(돌) 멍청은 담이나 간다 쉐(소) 멍청은 잡아나 먹나
낭 멍청은 불이나 ᄉᆞᆷ나(삶나) ᄇᆞᆯ락(볼락) 멍청은 구워나 먹나
사름 멍청은 무싱것에(무엇에) 쓰코(쓸고)

 

논벼 쭉정이는 빻아나 본다. 보리 쭉정이는 볶아나 본다. 조 쭉정이는 갈아나 본다. 사람 쭉정이는 무엇에 쓸고? “잡아먹지도 못 허고.” 멍청이 돌은 담이라도 쌓는다. 멍청한 소는 잡아먹기라도 한다. 멍청한 나무는 불에 태우면 되고 멍청이 볼락은 구워 먹으면 된다. 그런데, 멍청한 사람은 도대체 어느 짝에나 쓸고? “죽이지도 못 허고.” 지금은 잘 안 쓰는 사라져간 욕들이다.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9830&menuName=구술(음성)>민요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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