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전부를 열등한 존재, 나쁜 놈이라 여기는 것은 옳은가?

  • 등록 2024.04.02 1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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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6) 거지를 가련하게 여기더라도 경계하게 된다

청나라 때 A현에는 거지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었다. 집이 여러 채였다. 사람들은 ‘거지촌’이라고 불렀다. 끼어들기 좋아하는 호사가가 거지촌에 대련 한 폭을 선물로 보냈다.

 

상련은 “비록 관리도 장사치도 아니지만”이었고 하련은 “오히려 와호장룡(臥虎藏龍)의 안채다”이었다.

 

한 마디로 거지 집단의 구성원이 무잡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나쁜 사람들이 모여 있고 악행을 감추어주는 장소라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였다. 복잡다단한, 비열함을 간직한 곳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청나라 때 거지에 대한 허가(許珂) 부녀의 관점1)은 근래 사람들의 거지를 대하는 일반적인 인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니 생계를 꾸리기가 갈수록 어렵습니다. 외국 상품은 시장에 가득하고 국내 상품은 배제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업자는 더 많아졌습니다. 만약 국가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지 않는다면 나라는 더욱 빈곤해질 것이요, 백성도 더더욱 곤궁해질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런 지경이 계속되면 민족 공업은 쇠락하고 일용품조차 외국 상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전국이 거지가 되는 국면을 변화시키기 어렵게 됩니다.”

 

그녀가 집안어른에게 이렇게 말하자 집안어른은 대답하였다.

 

“거지에 대한 내 관념은 여태껏 네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거지에게 가련함을 느꼈다. 같은 인간인데도 우리는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데 거지는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 나중에는 거지를 증오하게 되었다. 거지는 의타성이 습성이 돼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몇 년이 흐르자 다시 거지를 불쌍히 여기게 되었다.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교도의 길을 강구하지 않아 거지 스스로 생존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그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다시 수년이 흐른 후에는 지극히 혐오하게 되었다. 거지를 깨끗이 씻어내야 옳다. 깨끗해지길 바랄 뿐이다.”

 

뜻은 이렇다. 거지는 의타성이 습관이 됐기에 가뭄과 장마 같은 재해나 돌림병 등으로 그들을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게 된다는 말이다.

 

거지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다. 대부분 다 이치에 맞다.

 

그런데 천재지변으로 거지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들 전부를 열등한 존재, 나쁜 놈이라 여기는 것은 옳은가?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하나의 측면에서 전체를 개괄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합리적이지도 않고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거지 집단에는 어중이떠중이가 다 모여 있다. 사람과 귀신이 섞여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어룡혼잡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잡스럽게 모여 있기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어찌 동일시하여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는 말인가.

 

자연 재해와 사람으로 인한 재앙이 굶주림과 빈곤을 만들었다. 그것이 거지가 생겨나게 된 근본 원인이다.

 

재앙이 빈번해지면 국가의 어려운 국면도 쌓이고 쌓이게 된다. 거지도 차례차례 끝도 없이 나타난다. 그중 도적이나 불량배가 저열한 근성을 쉬이 노출해 큰일을 저지르게 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어, 가정과 국가는 불안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거지에 대하여 가련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지극히 증오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어쨌든 간에 거지의 형상은 흠모하거나 좋아하는 대상은 되지 못한다. 거지를 가련하게 여기더라도 경계하게 된다. 혐오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은희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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