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유괴해 ‘채성절할’ 범죄 저지른 거지들

  • 등록 2025.06.25 14:03:50
크게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56) 거지와 공안(公案) ⑩

가출한 소년, ‘흑곰’이 되어 기예를 팔며 구걸하다

 

위 책에는 또 기록하고 있다 :

 

건륭 신사(辛巳, 안: 1761) 때에 소주(蘇州) 호구(虎口)시에 거지가 있었다. 흑곰과 함께 다녔다.

 

흑곰은 뾰족한 털이 빽빽이 나있는, 사천에서 나는 말과 같은 크기였다. 글도 쓰고 시도 읊을 수는 있었으나 말은 하지 못했다. 돈을 보시하면 볼 수 있게 하였다. 흰 종이에 글자를 써달라면 큰 글씨로 당시(唐詩)를 써주면서 100원을 받았다.

 

어느 날 거지는 외출하고 흑곰 혼자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서 글을 써달라고 하자 흑곰이 글을 써서 알려주었다.

 

“나는 장사 훈몽(訓蒙) 사람입니다. 김 씨이고 이름은 여리(汝利)입니다. 어릴 적에 저 거지패거리들에게 붙들려 왔습니다. 벙어리 약을 내게 들어부으니 말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흑곰을 기르는 집으로 데리고 가서 내 옷을 벗기고 묶었습니다. 온몸에 침으로 찌르니 더운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피가 다 식기도 전에 흑곰을 죽여서 가죽을 벗겨낸 후 내 몸에 감쌌습니다. 사람 피와 곰의 피가 들러붙어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쇠사슬로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속여 구걸하게 하니, 오늘까지 수만 관을 벌었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입을 가리키며 소나기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 거지를 붙잡아다 관부에 송치했다. ‘채생절할’ 금지 법률에 따라 장살하였다. ‘흑곰’을 장사로 호송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양주(楊州)성의 기괴한 거지

 

위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도 있다 :

 

광서(光緖) 정축(丁丑, 안:1877) 9월에 양주성 훈련장에 산동 사람이 포를 가지고 장막처럼 빙 둘러쳐서, 돈을 내면 마음대로 들어가 구경하게 하였다. 속에는 기형인(畸形人) 5명이 있었다.

 

남자 한 명은, 상체는 일반 사람과 다름없었지만 두 다리에 살은 있으나 뼈가 없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사람이 상체를 안고 빙빙 회전하면 올가미처럼 되었다. 남자 한 명은, 가슴에 갓난애가 엎드려 있었다. 피부와 살이 합쳐져 하나로 되어 있었다. 오관과 사지가 다 갖춰져 있었으며 움직이기도 했고 말도 했다. 남자 한 명은 오른쪽 팔은 오륙 촌 정도였다. 오른 손은 동전 정도의 크기였다. 왼쪽 팔은 길어 무릎까지 닿았다. 왼손은 파초선만큼 컸다. 남자 한 명은, 배꼽이 잔 정도의 크기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담뱃대를 배꼽에 꽂으면 연기가 입으로 나왔다. 여자 한 명은, 두 발이 극히 작았고 유방 두 쌍은 높이 솟아있었다. 아래턱에 곱슬곱슬한 수염이 미늘창처럼 나있었다.

 

그러니 구경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이 관부에 알려졌다. ‘채생절할’한 무리라 하여 쫓아내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형인에 대한 참상은 ‘채성절할’한 죄악의 기록이다.

 

거지 두목들은 잔인무도한 술법으로 어린이를 유괴하고 생령에게 상해를 가한 후에 그를 이용하여 이익만 꾀하고 편취하였다. 그러한 인간성을 완전히 저버린 악성 기만술은 늦어도 명(明)대에 이미 여러 기록이 보인다. 예를 들어 명대 말기에 능몽초(凌蒙初)는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제18편에 기록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고 인육을 먹는 사람들을 직접 보았다. 생령을 채할하여 나쁜 일을 서슴지 않는 강도 패거리였다.”

 

당시의 ‘채성절할’은 불구로 만들어 구걸하게 만드는 데까지는 이르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신체나 기관을 약에 버무려 병자에게 팔아 돈을 버는 형태였다.

 

『대명률부칙』 권1 「유인가속(流人家屬)」과 청대의 『청회전사례(淸會典事例)』 권8, 『형부·형률·인명(刑部·刑律·人命)』 등 명나라와 청나라 법률을 보면 모두 그런 범죄에 대하여 극형에 처한다고 명확하게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청나라 때에 와서 ‘채성절할’ 방식으로 어린이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기 치는, 불구자 거지로 만드는 범죄를 거지 두목들이 자주 저질렀다.

 

잔인하게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기술로, 사람들이 불구자에 대한 동정심과 가련하게 느끼는 마음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세속의 기이한 것을 찾아다니는 심리를 이용하였다. 목적은 모두 피와 눈물을 이용해 재물을 편취하는 데에 있었다.

 

오로지 ‘박화(拍花)’를 일삼은 거지

 

명나라, 청나라 이래로 이른바 ‘박화(拍花)’ 즉 아동을 유괴해 ‘채성절할’을 저지르는 범죄가 있었다. 청대에 이홍약(李虹若)의 『조시총재(朝市叢載)』 권7 「인사(人事)·박화(拍花)」에 기록되어 있다.

 

“박화는 경성 전체에 해악을 끼치고 있나니, 가루약이 사람을 미혹시켜 내키는 대로 다닌다. 많은 아동들은 집안에 숨어 나오지 않으니, 여러 글방의 선생이 가련하게 됐구나.”

 

우환이 한때에 해를 끼쳤고 그때까지도 여전히 자취를 감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 『홍루몽』 제19회에 묘사되어 있다.

 

“명연(茗烟)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아무도 모르니 내가 몰래 몸종을 데리고 나가 성 밖에서 놀다가 잠시 후에 다시 데리고 올 게요.’ 보옥(寶玉)이 말했다. ‘안 돼. 조심하지 않으면 거지가 유괴할 지도 몰라.’”

 

이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화’와 같은 우환은 인심을 흉흉하게 만들어 사회 치안을 극히 불안하게 하였다.

 

어원학으로 볼 때, ‘박(拍)’은 전설 속에 존재하는 마취약을 써서, 아동 머리 위에서 손바닥 쳐서 마취시킨 후 계획대로 순종케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화(花)’는 본래 글자가 ‘화(化)’로 거지 뜻인 한어 ‘규화자(叫化子)’를 가리킨다. ‘박화’는 아동을 유괴하는(‘채생’한) 거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ac82@naver.com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2명
100%
반대
0명
0%

총 2명 참여


5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