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東北)의 개방, 대광(大筐)과 이거(二柜) (2)

  • 등록 2025.01.08 1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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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39) 여러 방식으로 흩어져 각지 유랑 구걸하는 '이거'

옛날 동북지방에 또 다른 거지 항방(行幇)이 있었다. ‘이거(二柜)’가 그것이다. 그들은 1년에 두 계절에 대량으로 양식을 구걸하는 대광과는 달리, 여러 방식으로 흩어져서 각지를 유랑하면서 구걸하였다. 예를 들어 이른바 요구하는 ‘요적(要的)’, 즉 밥을 구걸하는 것은 2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밥을 담는 밥통을 들고 길거리에서 애걸하며 구걸하는 것, ‘찬밥 그릇을 요구하는 거지’였다.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들어 구걸하는 부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농사꾼으로 분장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느니 병을 치료해야 한다느니 말하며 집집마다 다니면서 고기와 쌀을 구걸하거나, 길가는 사람으로 위장해 여비가 부족하니 도와달라느니 하며 구걸하는 사람으로 ‘밥을 구하는 거지’1)였다.

 

이것보다 더 많은 부류는 노래를 하며 구걸하는 부류였다. 예를 들어 ‘죽림(竹林)을 먹는 거지’로, 고달판(呱哒板, 박자를 맞추는 목판)을 치며 다녔다. ‘화상(華相)을 말하는 거지’로 사랍계(沙拉鷄)2)를 연주하고 다녔다. ‘검은 막대기를 가지고 노는 거지’로 담배설대를 치며 다녔다. ‘평고(平鼓)를 치는 거지’로, 합라파(哈拉巴, 소의 견갑골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다녔다. ‘자기를 때리는 거지‘로, 밥그릇을 때리며 다녔다, 위에 열거한 거지는 모두 ‘이거(二柜)’에 속했다.

 

‘이거’의 두목은 마음대로 개방의 거지를 때리고 욕할 수 있었다. 죽으면 명이 짧을 것을 원망할 뿐, 두목은 독점해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 밖에서 온 거지는 모두 먼저 두목을 예방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구걸할 수 없었다. 강호의 불법 선착장이나 다름없었다.

 

두목을 예방하는 것이 강호 항방의 규칙 중의 하나인 ‘배마두(拜碼頭)’이다. 예를 들어 현지의 ‘화상을 말하는 거지’가 사라계를 치면서 밥 좀 달라며 돌아다니는 외지에서 온 동업자를 보면 곧바로 본지 사라계 치는 거지에게 먼지 통지하고 즉시 나아가 노래하였다.

 

“죽판을 치니 딸랑딸랑, 상부(相府)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란 강호에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의 통칭이었다. ‘대광’ 개방 중의 맹인 거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외지에서 온 동업자가 만약 항방의 규칙을 알고 있다면 곧바로 노래로 답했다.

 

“지금 막 도착해서, 겨를이 없었네요. 곧바로 거상을 찾아갈 거외다.”

 

그러고는 즉시 이거를 찾아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두 손으로 밥통을 떠받들고 말했다.

 

“여러 부상님들, 밥통을 점검하소서!”

 

구걸해온 돈이 모두 밥통 속에 있으니 여러분이 살펴보라는 말이다. 이거 중의 한 사람이 상황을 보고 앉으라고 청하면 외지에서 온 거지는 밥통 속에 있는 돈을 쏟아내어 세면서 말했다.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적지 않은 부스러기〔사자(渣子), 동전의 은어〕를 얻었고 나는 호랑이〔비호자(飛虎子), 지폐의 은어〕도 있습니다요. 여러분이 쓰십시오!”

 

이거의 사람이 답한다.

 

“같이 써야지요.”

 

그러고서는 사라계와 밥통을 벽에 걸어두고 차를 마시면서 물었다.

 

“상부, 상부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라 부를 정도는 아닙니다. 사부를 만난 건 늦었기도 하고 사부를 일찍 떠나보냈습니다. 종종걸음 치는 놈일 뿐입니다.”(자기는 강호를 강중거리며 다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하는 말이다)

 

연이어 물었다.

 

“어느 집안의 밥을 먹소?”

 

그러면 자신은 모 문 모 가〔정(丁), 곽(郭), 범(范), 고(高), 제(齊) 5가로 나뉘고 외문으로는 한(韓) 3문으로 나뉜다고 전한다〕 출신이고 모모 인의 발(사부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로 뛰고 있으며 모모 인의 밥주걱〔표파자(瓢把子), 사형이 누구냐를 말하는 것〕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한다. 연이어 사부와 태사부 등등을 묻는다.

 

대답하는 데에 오류가 없으면 본 가문의 사람(본 항방의 동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특별히 친하게 지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사부를 데리고 오라고 말한 후 물건을 압류하였다. 외부에서 와서 가문이 없는(항방에 가입하지 않은) 자는 그들에게 분명히 설명한 후에 믿음을 얻어 관례대로 밥을 빌어먹는다 하여도 항방에 가입되어 있는 거지처럼 그렇게 친밀해지지는 않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원래는 ‘쓸모없는 부채에 의지하다’(靠死扇子)인데 은어(암호)다. 뜻은 ‘要飯的化子’로 밥을 구걸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2) 사랍계(沙拉鷄), 악기의 일종이다. 왼손에 두 줄기 판목을 연결시켜 만든, 판의 밑 부분이 보검 모양, 길이 약 30센티미터 넓이 약 2센티미터, 밑 부분은 3개의 얇은 철판이 드리워진 판(板)을 들고 흔들면 딸랑딸랑(叮叮当当)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 오른손에 길이 40센티미터 넓이 2.5센티미터 되는 대나무로 만든 판을 든다. 양측에 각각 29개의 끝이 원추형인 톱니가 있다. ‘salaji’, 곡예계(曲藝界)에서는 ‘수래보(數來寶)’의 박자를 맞추는 악기의 하나라는 것이라 한다. 발음을 빌린 것이라 한어가 제각각이다. ‘撒拉机’, ‘撒拉鸡’, ‘沙拉鸡’. ‘撒拉姬’, ‘撒拉击’, ‘撒拉笈’, ‘萨拉鸡’, ‘萨拉机’, ‘萨拉基’, ‘萨拉击’, ‘撒拉基’, ‘仨拉机’, ‘仨拉吉’, ‘仨拉击’ 등이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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