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當代) 제남(濟南)·심양(瀋陽)·상해(上海)·단동(丹東) 등지 개방의 여러 현상(6)

  • 등록 2025.04.09 1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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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51) “지도자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번은 정주(鄭州)의 ‘바보(傻子)’가 서주(徐州)의 ‘절름발이(拐子)’의 돈을 훔쳐 공분을 샀다. 개방의 불성문의 규칙에 따르면 장애인은 존중받아야 했다. 더욱이 돈이라면 더 그랬다. 지금 ‘바보’의 행위는 ‘천조(天條)’를 어긴 것이기 때문에 징계를 주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두머리 ‘남양(南陽)제갈(諸葛)’이 졸개에게 눈짓으로 알려 곧바로 ‘바보’의 옷을 벗기고 수색하게 했다. 결국 바지통에서 돈을 찾아내어 ‘절름발이’에게 돌려주었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여러 졸개에게 한 사람이 한 대씩 때리게 했다. 등에서 발까지, 층층이 ‘철사장(鐵砂掌)’이 내려 꽂혔다. ‘바보’는 아파 울부짖으며 연신 잘못을 빌었지만 아무 쓸모없었다. 매를 다 맞은 후 바지조차도 입지 못할 지경이 됐어도 여전히 땅에 엎드려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때 ‘남양제갈’이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후에 통지를 듣지 않는 자는 누구나 이처럼 처리하겠다.”

 

그때부터 감히 제멋대로 굴거나 ‘세금’을 바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더 무서운 일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드는 것도 부락을 통치하는 방법이었다.

 

요령을 부리는 거지가 이탈을 기도하면 우두머리는 바른 궤도로 돌리기 위하여 그에게 ‘외과 수술’을 했다. 이 방법은 피해자가 방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했다.

 

우두머리가 졸개에게 철저히 준비하게 한 후 사소한 핑계를 가지고 입씨름하다가, 뒤이어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꺾거나 복사뼈를 차서 꺾거나 손가락을 잘랐다. 허리에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불구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감시를 붙여 치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치료할 돈이 없었기에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일상적인 삶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피해자는 우두머리에게 죄를 지어서 몸이 불구가 되면서 다른 사람보다도 더 열등하게 됐으니, 우두머리의 명령을 모두 받아들이고 한계선을 지켜야만 했다.

 

그렇다. 우매, 야만의 개방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고 기반을 확고히 하려면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폭력’을 쓸 줄 알아야 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개방의 생성, 연속의 역사를 종람해 보면 개방은 문명민족이 개화, 발전하기 이전의 야만적인 군거시대의 ‘환원유전(atavism)’이거나 ‘자아복제’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인, 원시시대의 인류가 살아왔던 야만생활의 풍모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알 길은 없지만, 당대 거지 군락의 행태가 원시 야만생활을 직시할 수 있는 형상은 아닐까 싶다.

 

개방의 거지들은 제때에 즐기자는 방식으로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아가는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흉악무도한 자가 왕이 되었다. 힘이 약하고 무기력한 자는 고분고분 말 잘 들으며 비호할 데를 찾았다. ‘사상이 있는 자’는 대부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그들은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원시 조상보다는 총명하지만 처음 가졌던 저질의 요소를 계승하였다. 그들은 횡포하고 잔혹한 방주에게 길들여졌다. 일이 생기면 방주의 ‘공단(公斷)’과 비호를 바랐다.

 

“뱀도 머리가 없으면 나아가지 못하고 새도 머리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

 

“지도자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생물 복합체 관례의 낡고 오래된 폐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중에는 중국 전통인 ‘청관(淸官)’ 관념의 그림자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청관’이 정치를 주관하기를 바라고 불성문의 관습법으로 실행하는 기준을 삼기를 즐겨했다. 바로 그 전통문화가 민족자체의 도약을 가로막는 굴레였다.

 

문명사회의 개방은 원고시대와 당대가 뒤섞여 있는, 몽매시대의 그림자이다.

 

역사 사실과 현실이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개방의 역사와 현상은, 몇 천 년 동안 발달된 역사를 걸어온 중국민족이, 현재에는 정체되거나 후퇴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되돌아 올, 조상의 모습이며 역사의 거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e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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