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벽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박살났다. 굉음을 울리는 굴삭기 움직임에 건물은 힘 없이 뭉개졌다.
결국 세계적인 건축가의 유작이 사라졌다. 이젠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언덕에서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없게 됐다.
서귀포시는 6일 오전 9시부터 멕시코 출신의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날 서귀포시 담당 공무원은 더 갤러리 앞에서 관리인에게 행정대집행을 알리는 고시문을 낭독하고 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더 갤러리 관리인은 담당 공무원에게 “내부의 작품들은 소중한 예술작품들이다. 조심스럽게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알았다. 한 달간 잘 보관하겠다”며 내부 집기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서귀포시청 공무원을 비롯한 용역 직원 등 50여명이 나섰다.
시는 우선 내부 집기를 나르기 위해 9시 5분쯤 굴삭기를 동원해 더 갤러리의 유리창을 깨고 바로 집기를 차량에 옮겨 날랐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철거에 반대해 온 강경식, 김용범, 이선화 제주도의원이 현장을 찾아 철거현장을 비통한 심경으로 지켜봤다.
이선화(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일찌감치 현장에 나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철거과정을 지켜봤다.
철거가 시작되자 이 의원은 울음을 터뜨리며 “도의원으로서 한계를 느낀다. 철거를 반대해온 관광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이명도 문화관광국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 철거의 부당함과 문제점을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더 갤러리 내부에 붙어있던 포스터 등을 때내면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철거된 건물은 모두 서귀포시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또 집기들은 서귀포시 관내 모처 보관창고로 옮겨 보관하게 된다.
한편 제주도는 5일 더 갤러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기자브리핑을 통해 알렸다. 더 갤러리 철거반대 대책위는 6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의원휴게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의 방침에 강하게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