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결국 철거된다.
제주도는 오는 6일 더 갤러리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도는 현재 더 갤러리를 완전 철거한 뒤 다른 곳에 이 건축물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소는 현재 장소에서 가까운 곳 또는 저지 문화예술인마을 등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사유지를 매입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복원비용은 복원을 갈망하는 단체나 도민들의 성금을 모금해 추진하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가 예산을 충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복원 후에는 국내외 유명 예술인들이 일정기간동안 무료로 작품창작활동을 하도록 하고 끝나는 시점에 본인의 작품 1점을 기증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유명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의 생각이다.
도는 이날 발표에 앞서 5일 제주도의회에 이 사안에 대해 보고했지만 도의원들은 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과는 전혀 협의가 없어 반대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 갤러리의 소유주인 (주)JID는 법원에 행정대집행 철거 집행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기각됐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제주도가 처분한 가설건축물 기부채납 거부 건에 대해 가설건축물의 기부채납을 거부한 제주도의 처분은 위법·부당하지 않다고 통보 해왔다.
도는 지난달 5일 JID에 설계도면 원본을 기증 요청했다. 이에 JID는 현재 법적 분쟁 중이어서 무상 기증은 어려운 상태이지만 이전 복원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 이명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철거반대 범시민단체 및 일부단체에서 건축학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충분한 기한을 두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전장소와 복원방안, 재원 등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더 갤러리’는 제주컨벤션센터(ICC) 앵커호텔의 홍보관이자 모델하우스다. 2008년 8월 28일 가설건축물로 지어졌다. 앵커호텔은 2007년 기공에 들어가 내년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앵커호텔과 더 갤러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가 설계했다. 그가 세상을 뜨기 전에 남긴 유작이다.
맥시코 출신의 레고레타는 전 세계 곳곳에 지역적인 요소와 보편적인 예술 감각을 섞어낸 건축물(작품)을 60여개 남겼다. 사람이 편해야 좋은 건물이라는 지론을 고집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을 지내는 한편 전미건축가협회 금메달, 국제건축가연맹(UIA)상을 받았다.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물의 집)으로 명명된 앵커호텔은 작가가 제주의 태양과 흙, 물을 꼼꼼히 살피고 연구한 건축 작품이다. 이국적인 색감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제주의 자연에 속해 있는 듯 설계됐다. 해외 건축가들은 ‘이 집은 땅에 본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런 뜻이 담긴 모델하우스 ‘더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라 불릴 정도다. 작가가 타계하기 전 아시아에 남긴 2개의 작품 중에 내부공간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나머지는 일본에 있는 개인 주택이다. 때문에 건축학도나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선 견학 필수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물론 영화 '건축학객론'이 히트치면서 이 모델하우스는 더 빛이 났다.
당초 ‘더 갤러리’는 앵커호텔 첫 사업자인 제이아이디(JID)가 모델하우스가 아닌 VIP룸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JID는 사업이 늦어지자 가설건축물인 ‘더 갤러리’를 2009년 12월 1차로 사용기간 연장 신청을 했다. 이후 2010년 7월 2차 연장 신청했다.
그러나 JID가 자금난을 못 이기면서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6월30일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하려던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불법 건축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됐다. 내부 집기들도 압류딱지가 붙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 6월 (주)아시아신탁과 (주)부영주택이 콘도와 호텔을 인수했다. 그러나 ‘더 갤러리’ 건물은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서부터 ‘더 갤러리’는 위기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