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고3 수험생들과 방학 시즌인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날씨는 추운데다 일할 자리는 적은데 경쟁자는 많아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렵다.
지난 해 12월 군 복무를 마친 대학생 김모(24)씨는 힘들게 PC방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김씨가 한 시간을 일하고 받는 임금은 3800원. 현행 최저임금인 4580원에 못 미치는 돈이다.
대학생과 청소년들이 최저임금 사각지내에 방치돼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학생이 많지만 상당수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PC방은 상대적으로 편한 곳이라는 인식으로 인기가 높은 아르바이트다. 김씨는 첫 달 3500원을 받고 하루 9시간을 일하기로 했다.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시간 등을 모른게 아니지만 합의하고 넘어갔다.
김씨는 "수능이 끝나고 방학을 한 대학생들이 많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겨우 힘들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는데 최저임금이니 근로계약서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한 달 힘들게 일하고 마련할 수 있는 돈은 고작 70만원"이라며 "두 달 월급을 모아도 대학 등록금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시 노형동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재수생 강모(20)씨는 한 시간에 4000원을 받고 있다.
강 씨는 "첫 달 교육기간엔 3800원을 받았다. 이번 달엔 4000원으로 올려줬다"며 "3800원이나 4000원이나 모두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라고 말했다. 그는 "돈은 필요하고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서 이 금액이라도 받고 일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왜 최저임금 적용하지 못하나?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임금 하한선을 법으로 정한 장치다.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한 것이다.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이 권리를 주장하긴 힘들다.
고용주들은 건물임대료와 매장유지비 등 지출되는 돈이 많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이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대부분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 최저임금제에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런 자리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아예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아르바이트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방학이 시작되자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백모(23ㆍ여)씨는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처럼 막노동을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라며 "시간당 3800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은 아랑곳없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점장(상점의 업무 책임자)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시급을 말하는 태도"라고 불평했다.
하지만 사용주도 할말은 많다.
제주시내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모(49)씨는 "너나 할 것 없이 PC방을 운영하고 있어 PC 교체시기를 못 맞추면 손님이 끊긴다"며 "건물 임대료도 비싸 알바 비를 올려주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과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의 경우 임금체불과 미지급 등 법정임금을 받지 못한 인원은 1765명. 금액은 63억4800만원에 달한다.
근로기준법은 청소년이든 아르바이트든 동일한 최저임금제로 적용된 시급을 받게 되어 있다. 야간 근무의 경우(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시급의 경우 50%를 할증해 주도록 한다.
임금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사업장 관할 노동청에 도움을 구할 수 있다. 만약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한다면 사업장 관할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과 김창진 근로감독관은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를 통해 지급되지 않은 임금이 있을 경우 시정지시 명령을 내린다"며 "기한 내 지급 하지 않을 경우 형사입건조치를 하기 때문에 신고를 하면 받지 못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편하고 쉬운 일을 고집하지 않고 힘든 일을 찾아 한 몫 단단히 챙기는 이들도 있다. 청소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동윤(27)씨는 하루 8시간 일을 하며 7만원을 받는다. 이씨는 청소업체를 통해 계단과 유리창, 화장실, 목욕탕 등을 청소한다.
이씨는 "청소아르바이트는 어렵고 지저분하다는 인식 때문에 학생들이 찾지 않는다"며 "힘들지만 방학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는 물론 방값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쉽고 편안한 일만 하려는 대학생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독특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있다. 주말을 이용해 결혼식 하객으로 변신하는 강진영(23·여)씨.
강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라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 일이 있을 때만 하는 일이라 지속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간간히 들어오는 알바로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결혼식도 구경하고 점심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서 결혼을 하는 부부의 경우 하객을 초대하기 곤란하다. 이 알바는 하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랑신부 측에서 하객을 대신할 친구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강씨가 일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시급으로 계산하면 7500원이다.
신랑신부의 연령을 고려해 친구, 지인, 동료 등으로 구성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축하는 사진촬영도 함께 한다. 결혼식이 끝나면 점심은 연회장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고 급여는 3만원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