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실습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가장 먼저 가게 되었을 구급대원 실습이지만 메르스 때문에 미뤄져서 겨울 끝자락에 가게 되었다.
2월 15일부터 3월 11일까지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소방서실습은 처음이기도하고 병원응급실 전단계인 현장에서 현장 응급처치를 배울 생각에 실습 전날 밤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했었다.
드디어 실습 첫날, 소방대원들께 인사를 드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구급차에 타보고 구급장비와 물품들을 관찰해 보았다.
소방대원들이 구급차의 장비들을 세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신기하기도 했지만 문득 그냥 빈 들것을 빼는 것도 힘들어 하는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센터에서는 구급차를 이용한 출동업무도 하지만 행정업무, 교육업무에도 구급차를 이용하기에 첫 구급차 탑승은 행정업무를 보기위해 탑승했다. 행정업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중에 구급출동지령이 떨어져 사이렌을 울리면서 현장으로 달려가는 데 온몸에 긴장감이 밀려오면서 손이 떨렸다.
마침 현장이 멀지 않은 곳이라 바로 도착을 했는데 첫 출동인데다가 보행자 교통사고여서 어떤 장비를 챙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와중에 현장에 도착해보니 벌써 사고차량이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갔다고 본부에서 무전이 왔다. 첫 출동은 그렇게 긴장감만 안기고 지나갔다.
이후 실습기간 중 수차례 출동이 있었고 출동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실습 2주차 때 본 피해망상증이 있는 여성환자로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환자와 그 가족 모두가 너무 침착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는데 환자를 구급차에 탑승시키려고 하자 환자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부모님이 치매라서 자기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고성을 지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서 순간 당황되었다.
잠시 뒤 경찰이 도착한 후에야 겨우 구급차에 태운 후 병원으로 향했고 도중에 보호자인 부모로부터 환자가 자신의 방에 자꾸 도둑이 든다며 경찰에 매일 신고하고 가족들을 믿지 못하고 혼자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방문을 쇠사슬로 걸어 잠그는 행동을 하여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환자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심한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며 자기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될 심한 행동을 하는 환자를 지켜보고 대화를 들으면서 마음 한 곳이 찡하고 참으로 안타까웠고 돌아오는 길에 구급대원 반장님께서 흔치않은 경우라고 얘기해 주셔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한 달 동안 항만119센터 구급대원들과 동행하면서 종종 단순 주취자들과 구급차를 택시로 인식하는 것 같은 신고자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묵묵히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대원들이 대단하게 보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제는 우리사회가 선진화된 성숙한 시민 안전의식을 가졌으면 하고 구급대원의 처우가 현재보다 더 나아졌으면 한다.
나는 재학중에 훗날 소방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었는데 이번 실습을 통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