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논란과 함께 전시성 토목사업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우려반 기대반이다.
제주도 도시디자인본부는 8일 오후 제주시 칠성로 영화문화예술센터 4층 극장에서 일도1동과 건입동 등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갖고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시 동문로터리~동진교 구간 산지천 일대 6만86㎡에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화광장이 조성된다.
이 광장에는 신화 조형물과 잔디 광장, 전망 스탠드, 데크, 야외무대, 파고라, 야외 테이블 등이 꾸며져 쇼핑과 공연, 음식 등을 결합시킨 야간 관광중심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 일대를 문화 광광 쇼핑의 명소로 조성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도는 동문로터리 해병탑에서 중국피난선이 있는 구간 도로를 폐쇄하고 산지천을 따라 바람, 돌, 물, 쇠, 달, 풀을 주제로 한 6개의 테마정원을 조성한다.
또 노면수로, 유선형 도로, 제주향토음식 테마거리, 세계음식 테마거리, 카페 거리와 문화관광노점, 수중 및 벽천 분수, 징검다리 등도 만든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칠성대와 아치형의 돌다리인 홍예교, 김만덕 객주터 등도 복원한다.
2014년 완공 예정인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에는 민자 352억원을 포함해 약 752억원이 투입된다.
이날 설명회에는 개발 사업에 가장 기본적인 도로와 주차계획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구 유입이 우선! 도로·주차시설을 확보해라
지역 주민인 김영철 씨는 "상권을 죽이려는 사업인지 살리려는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어린애 장난 같은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획을 보면 주요 도로들이 모두 차단되고 주차시설도 충분하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도로와 주차인데 기존도로를 막아 인구 유입의 흐름을 막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람들이 이곳에서 거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원을 짓고 아파트를 짓느냐? 사업의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임지사가 한 산지천 복개라는 치적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냐"며 "400억원은 공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칠성통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다는 주민은 "계획을 보니 주차공간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 놓는다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빚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전시행정이 아닌 주민소득과 연결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은 "태풍이나 폭우 때 산지천 범람을 고려해야 한다"며 "500m 거리에 기존 광장이 조성돼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또다시 광장을 만들어 관리나 활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어두워지면 장사를 하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됐다"며 "현재 산지천 거리는 어두워지면 성인 남성도 무서워 다니기가 힘든 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있는 산지천을 활용하고 신제주에 거주하는 젊은 층들이 찾을 수 있도록 교통과 주차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원 조성이 우선,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반면, 동문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교통문제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과 연계한 선진화된 교통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옛 도심 활성화를 위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 도시디자인단 박노섭 단장은 "제주는 낮에는 좋은 경관을 찾아다니지만 밤에는 갈 곳이 없어서 제주 관광의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며 "산지천 인근은 크루즈항 이용객들의 접근성 등 위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지천의 전략적 위치를 설명하며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이들이 지출을 하게 만들 것인가에서 산지천은 중요한 위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1100㎡(330평)의 주차공간이 생긴다. 도로에 대해서는 도로계획을 수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