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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11) ... 황사가 횡재 TV홈쇼핑, 그리고 아이디어

봄철 기상 현상 중의 불청객으로 단연 황사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개나리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황사가 몰려와 하늘을 덮어도 그저 묵묵히 꽃을 피운다. 이러한 개나리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도종환 시인은 와락 안아주고 싶다고 했나 보다.

 

 

하늘이 누런 황사에 뒤덮인 봄날이면 누런 모래가 만 길까지 뻗쳐있다는 ‘봄은 황사만장(黃砂萬丈)의 계정’이란 뜻의 싯구가 가슴에 다가온다. 황사가 비에 섞이면 아시아에서는 노란 비로 내리지만, 유럽에서는 날려 온 사하라 사막의 모래흙의 색깔이 붉어 붉은 비로 내린다. 그러면 ‘피의 비’라고 부르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고 한다.

봄철이면 우리나라로 어김없이 날아와 건강에 옐로우 카드를 내미는 미세 먼지 황사는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알갱이로, 우리가 호흡할 때 몸속으로 들어와 폐 손상은 물론 심장질환 등의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또 접촉성 결막염 등 안질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생체기상학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황사현상이 심할 때면 우울증 및 심장질환자가 증가하며 자살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황사의 미세 먼지 속에는 암을 일으키는 물질도 다량 포함되어 있다. 황사가 발생했을 때 대기 중의 미세 먼지 양이 평소 보다 12배 이상 많았다는 발표도 있다. 암을 일으키는 벤조에이파이렌 같은 물질도 평소보다 50% 이상 많아진다고 하는데, 당장 해를 입지 않다 보니 관심이 적을 뿐 인체에 누적되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군 기상전대에서는 황사가 예상되면 황사 경보나 주의보, 혹은 정보를 발표한다. ‘황사 정보’가 발표되면 야전지휘관들은 절차에 따라 훈련이나 운동 등의 격한 실외 활동을 자제시키거나 중지를 검토하게 된다. 야외 근무자에게는 보호안경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긴소매 의복을 입게 해야 한다.

이보다 심한 단계의 ‘황사 주의보’가 발표되면 격한 실외 활동을 통제한다. 사격기재와 감시 장비, 통신전자 장비 등은 반드시 덮개를 덮어 보호해야 하고, 야외훈련이나 항공기 등의 운항도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가장 정도가 심한 ‘황사 경보’가 발표되면 통상적인 실외 활동을 중지하고 야외훈련이나 항공기, 함정 등의 운항을 전면 금지한다. 기상청에서도 공군과 마찬가지로 황사 경보와 주의보를 발표하며 국민들은 기상청 발표에 따라 행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세대 신동천 교수는 서울에서 미세 먼지로 인한 급성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약 8%인 연간 1053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화여대 하은희 교수는 임신 초기에 미세 먼지 농도가 증가할 때 저체중아 위험도가 4%나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이외에도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미세 먼지가 증가할 때 급성 호흡기질환 환자수가 7.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 교수는 “미세 먼지는 신체적으로 오염에 민감한 어린이와 노약자, 상대적으로 오염이 심한 지역 거주자 또는 장기간 노출이 되는 환경 근무자나 사회적 약자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황사가 발생하면 가장 수입이 느는 곳은 어디일까? 얼핏 병원이나 약국, 공기청정기 업체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황사를 가장 반기는 곳은 TV 홈쇼핑 업체라고 한다. 황사가 발생하면 주부들이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지 않고 홈쇼핑으로 몰려 판매고가 30%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사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황사의 피해를 막는 갖가지 아이디어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황사바람을 막아주는 안경 달린 모자가 나왔는가 하면, 황사 방지용 커버가 부착된 유모차도 나왔다고 한다. 황사는 호흡기가 덜 발달한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참으로 기특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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