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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75) 거지 현상과 습속, 풍조(1)

거지는 하나의 사회현상이요, 문화현상이다.

개별문화로 보면 거지는 단체의 고유한 습속을 전승하고 있다.

하위문화 중 일종의 변태문화다. 동시에 문화 전체로 보면 거지문화는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문화 토양에서 자생된 하위문화의 분파 형태다. 그렇기에 거지문화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민간문화와 상위문화의 여러 층면에 스며들어 있다.

 

거지의 역사는 사회 역사의 분파다.

 

거지의 역사는 사회문화사의 분파이며 변태문화사이다.

 

역사상 거지 집단에서 축적되고 전승된 습속, 풍조와 민족문화사에서 거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습속, 풍조에 대하여 쌍방향으로 나누어 고찰하면 그런 변태문화에 대한 민족문화의 ‘모체효과(maternal effect)’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변태문화가 모체문화에 대한 ‘부메랑효과(boomerang effect)’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면 변태문화의 형식과 내용은 전체적으로 모체문화에 제약을 받고 문화 심층 구조 중의 한 형태가 된다. 더 나아가 모체문화의 습속, 풍조, 상층문화에 역효과를 내는 게 필연이다.

 

여기에서는 민족문화라는 모체의 기반에서 자생한 거지문화의 기본 현상과 형태를 보고자 한다.

민간 습속, 풍조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서로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1. 세시명절 습속 방면

중국은 역사가 오랜 농업문명 국가다. 땅이 넓고 인구도 많다. 지리 환경의 제약을 심하게 받았다.

그래서 세시명절 습속은 그 토지에서 살았던 한족 및 일부 소수민족에게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풍속이며 관습이다.

 

음력설(春節) 때 거지와 세밑 구걸

 

한족 내지 많은 소수민족은 모두 음력설을 가장 성대하며 경사스런 세시 명절로 여긴다.

 

양력을 실행한 이래로 양력 설날〔원단(元旦)〕은 지금까지도 음력 설날의 전통적 지위를 동요시키거나 초월하지 못하고 있다.

 

설은 세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날이요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는 날이다. 중국어의 ‘과년(過年)’은 바로 이 기본 함의를 반영하고 있다. 『이아(爾雅)·석천(釋天)』에 기록돼 있다.

 

“하(夏)는 세(歲)라 하였고 상(商)은 사(祀)라 했으며 당우(唐虞)는 재(載)라 하였다.”

요순과 같은 요원한 전설의 시대에 이미 ‘년(年)’이라는 관념이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한족이 거주한 지역만 하더라도 각지에 이미 괘도부(掛桃符), 첩문신(貼門神), 첩년화(貼年畵), 첩춘련(貼春聯), 첩괘첨(貼掛籤), 제재신(祭財神), 파오(破五), 흘년야반(吃年夜飯), 방폭죽(放爆竹) 등 많은 습속, 풍조가 형성되었다.

 

“한 해 계획은 봄에 세운다.”

“설날이 순조로우면 일 년이 좋다.”

 

일 년 내내 의식, 질병, 천재, 인재에 시달리며 생활한 농경문화 전통 중에서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 3일은 해를 보내는 기간이다.

 

이때에 가난과 실의의 상징인 거지가 구걸하러 오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길한 말을 하지 않는 것, 물건을 깨뜨리지 않는 것(주방도구, 식기) 등과 같은 중요한 금기가 되었다. 하루의 불길함 때문에 일 년 내내 불길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금기는 지금까지 많은 한족 거주지에서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입을 옷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생계유지가 불가능하기에 길거리를 헤매고 남의 집을 찾아 구걸하는 거지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가난이 두려웠다. 새로운 일 년은 부귀하고 행복하고 장수하는 전기가 되기를 갈망하였다.

그래서 제야에 재신(財神)을 받아들이고 ‘조공원수(趙公元帥)’를 청하는 제사를 지내며 신의 보우를 바랐다. 그런데 새해 첫날 구걸하러 온 거지를 만난다면 불운할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정월 초닷샛날 대부분 지역에서는 ‘파오절(破五節)’을 지낸다. 이날 몇몇 지역에서는 ‘가난을 내보낸다(送窮)’, ‘곤궁을 무너뜨린다(崩窮)’ 등의 활동이 있다.

 

“5월 5일, 종이를 오려 사람형상을 만들고 문 밖으로 던지는데 송궁이라 부른다.”(『임동현지(臨潼縣志)』)

“5일에 음식을 배불리 먹는데 ‘다섯 가지 곤궁을 막는다(塡五窮)’라고 한다.”(『연수진지(延綏鎭志)』)

“5일에 밖에 나가는 것을 금기시한다. 새 고기로 솥에 넣고 숯불로 굽는다. 녹두를 넣기도 하는데 붕궁이라 한다.”(『한성현지(韓城縣志)』)

 

빈곤하여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 걸식하는 거지가 되어야 하는데 누가 그것을 원하겠는가! 거지가 되기를 원하지 않기에 설날에 거지를 만나는, 재수 없는 일을 당하고 싶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면 거지는 어떻게 ‘설날을 지내야’ 하는가? 사람들이 가난이 두려워 섣달 그믐날 재신을 맞이하고 길상을 그려 보우를 바라지 않던가?

 

거지도 눈치가 있는 법이다. 그러한 민속심리에 영합할 줄 알았다. 질도 좀 떨어지고 인쇄도 조악하지만 가격이 싼 재신상을 사서는 민가를 찾아다니며 판매한다. 행하이기도 한 희사한 돈을 받는다.

 

누가 감히 재신을 마다하겠는가. 길하기를 바라기에 돈을 주고서라도 재신이 들어오기를 청했다.

상냥스런 얼굴로 기쁘게 재신을 맞이하였다. 그저 재신을 보내는 거지 입에서 불길할 말이 흘러나오지 않기 바랄 뿐이었다.

 

그날 저녁, 사기와 같은 ‘재신을 건네주는’(送財神) 행위는 거지들이 설날을 지내기 충분한 비용이 되었다. 연중 수입원이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도교의 신으로 현단조원수(玄壇趙元帥), 조현랑(趙玄郞), 조공명(趙公明)으로도 불리는 재복신(財福神)이다 ; 조공명(趙公明), 본명은 랑(朗), 자는 공명(公明)이다. ‘현단(玄壇)’는 도교의 재단(齋壇)으로 호법의 뜻을 갖는다. 도교 4대 원수 중 하나다. 음간(陰間) 뇌부장수(雷部將帥)와 오방역신(五方瘟神)의 하나다. 중국의 재신으로 세간의 재원을 담당한다.

2)파오절(破五節), 중국 전통명절의 하나다. 매년 음력 정월 초닷샛날이다. 당일은 설날 휴일이 끝나고 일을 시작하는 날이다. 정월 초하루부터 초나흗날까지 지켰던 여러 가지 금기가 이날이면 전부 깨진다. 그래서 북방에서는 ‘파오절(破五節)’이라 불렀다. 이외에 설날 휴일과 나뉘니 신탁 위에 있는 공물을 철수하고 설날의 금기도 취소하기에 남방에서는 ‘격개일(隔開日)’이라 부른다. 재신(財神)인 현단진군(玄壇真君)이 이날 속세에 내려오기에 ‘접재신(接財神)’, ‘현단하강(玄壇下降)’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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