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북·미 정상회담의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결과 이후 나오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8일) 대북특사단 수석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5월까지 만나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현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측의 설명에 감사를 표하면서 영구적인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5월까지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로운 해결 가능성을 위한 외교적인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등 동맹국들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함께 할 것이며, 북한이 자신들의 말과 구체적인 행동을 일치시킬 때까지 압박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방북 중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뜻과 함께 더 이상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뜻을 밝혔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일상적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도 전했다.
이에 따라 이미 예정된 4월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어디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후보지론 평양과 워싱턴이 가장 먼저 부각되고 있다. 양측의 본거지중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와 김정은 양자 이 기회가 세계인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는 점을 감안하면 각자 ‘호랑이굴’로 가듯 상대방 소재지로 가는 걸 선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지대’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측면에서 거론되는 장소가 판문점 또는 제주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중매인’ 역할을 하고 있어 북·미 정상간 대화에 어떤 형식으로든 관여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내 한 장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판문점은 남·북간 공동경비구역이자 6·25 휴전 이후체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냉전의 역사적 장소란 점에서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선 미국과 일본·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측면에서 한·중·일 3국간 요충지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영토내 회담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도 역시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1991년 4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방문, 한-소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1990년대 초부터 한·미, 한·일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 ‘한국외교의 1번지’ 역할을 해왔던 곳인데다 아세안(ASEAN) 정상회담 등 굵직한 회담이 빈번히 열렸던 장소다.
물론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미국의 전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과거에 찾았던 장소 역시 제주여서 북·미 회담 개최지가 될 가능성이 더 점쳐지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제주는 섬이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우선 각국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한 경호 등의 조건이 유리한데다 그동안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치른 경험이 있는 곳이라 북·미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제주의 경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각별한 인연도 있다.
제주는 김 위원장의 외조부 묘가 있는 곳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인 고영희(2004년 사망)의 부친인 고경택의 묘 비석에는 ‘1913년 태어나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귀천하시어 봉아름에 영면하시다. 사정에 따라 허총을 만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고경택은 북한에서 사망, 시신 없이 비석만 세운 묘다.
제주시 봉개동 마을 안길에 있는 고씨 일가의 가족묘지엔 2만여㎡ 부지에 봉분이 있는 묘 1기와 비석만 있는 평장묘 13기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평화의 꿈’을 실현할 산실이 어디가 될지가 이제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