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지사의 미묘한 행보가 감지되고 있다. ‘신구범을 사랑하는 도민모임’의 출마권유에 이어 “숙려하고 있다”는 본인의 발언이 나왔다. 그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사다.
신구범 전 지사(76)는 16일 페이스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을 통해 “어제(15일) 신사모(신구범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홍석표)라는 모임이 기자회견을 통해 저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도지사후보로 출마할 것을 촉구했다”란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어 “허위에 침묵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이 선거판을 시정잡배 뒷골목 같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제주도에는 대한민국 정통세력이 지지해줄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우선 신사모의 고향 제주도에 대한 충정과 염려, 그리고 저에 대한 기대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신 전 지사는 “며칠동안의 숙려를 거쳐 기자회견을 통해 신사모의 출마 촉구에 대한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공언은 오는 6·13 지방선거 본선 후보자등록이 시작되기 직전인 23일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3일 오후 2시 ‘신사모 기자회견(신구범 전 지사 출마 관련)’ 형식으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 예약이 잡혔다.
이에 앞서 4.3정립유족회, 자유운동논객연합 등 제주도내 보수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신구범을 사랑하는 도민모임’은 15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지사를 뽑는 지방선거가 갈수록 가관”이라며 “제주의 품격과 미래를 제시해 줄 후보로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의 출마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후보는 선명성 부족으로 지지율을 상실했다. 좌파정당과 무소속 후보가 득세하고 있다”며 “제주에는 정통세력을 지지해줄 후보가 없다. 유일한 대안은 오로지 신구범 전 지사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태극기를 들고 나선 후보가 없었다. 왜곡된 4.3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후보가 없었다. 신구범 말고 누가 있었는가”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 전지사의 입장예고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페이스북 계정은 그의 출마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당선 가능성도 없고, 이제는 모든 일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제주의 어른으로 남아달라”는 의견이 주류다.
관선 제주지사를 거쳐 1995년 민선 1기 제주지사를 역임한 신 전지사는 98년과 2002년 민선 2·3기 선거에서 우근민 전 지사와 맞서 낙선한데 이어 2014년 민선 6기 선거에서 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연합 후보로 추대돼 원희룡 후보와 분투했지만 역시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했다.
2016년 말과 지난해 초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비판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과거 그를 지지했던 다수의 인사들의 그와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