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0일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는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일군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기대했던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경제성장률은 되레 둔화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충분한 사전 대책 없이 급격하고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영세 자영업의 몰락과 관련 취업자 감소, 내수 둔화의 부작용을 낳았다.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길을 잃은 가운데 보조 신호등 ‘혁신성장’도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며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신산업에서 활로를 찾는 일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의 투자와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해마다 본예산 외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했지만, 정부 재정이 주도하는 노인 공공알바 위주로 늘어났을 뿐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 취업자는 줄어들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며 물가상승률이 0%대를 맴도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중위가격이 9억원을 돌파하는 폭등세를 나타냈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 3.2%로 잠재성장률을 반짝 넘어섰다가 다시 2%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에는 간신히 2.0%에 턱걸이했다. 그나마 정부 부문 기여도가 1.5%포인트인 반면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성장의 75%를 재정이 담당했다. 민간 부문의 부진을 정부가 재정지출로 메운 ‘재정주도 성장’이었다.
경기가 부진해 세금징수만으론 안돼 국채를 역대 최대로 발행해 512조3000억원 규모 초슈퍼예산을 짰다. 그래도 올해 성장률은 2%대에 머물 전망이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2%대 성장은 한국전쟁 이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4년 이래 처음이다.
이 와중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몰아닥쳤다. 바이러스 창궐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을 넘어 소비가 냉각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2003년 중국ㆍ대만ㆍ홍콩ㆍ마카오 등 중화권에서 창궐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그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국내에서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었다.
이번에도 중국 관광객 3000명이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국내 관광ㆍ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등 내수가 영향을 받고 있다.
설 연휴 직후인 1월 마지막주 당정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한국갤럽의 1월 28~30일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대비 5%포인트 하락한 34.0%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33.0%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 또한 부정평가가 50.0%로 긍정평가(41.0%)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민주당의 총선 영입 인재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추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 국민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지역시설 수용을 반대하던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주민들이 막상 교민들이 귀국하자 포용정신을 발휘해 보듬었다. 자발적으로 수용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을 걷어내고 길을 터주었다.
그런데 교민들이 귀국하며 긴장감이 돌았던 김포공항이나 아산ㆍ진천 현장에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총괄 지휘해야 할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 총리는 그 시각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개편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보고한 데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검찰개혁 방안을 브리핑했다.
문재인 정부에 검찰개혁이 아무리 중요한 과제여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명 추가되며 11명으로 늘어난 날 총리가 어디에 있는 것이 합당했을까.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고 민생경제를 돌보는 정부를 원한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및 경제운용 능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